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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스포) 역린, 롯데가 만든 뷔페

권정선재 2014. 5. 2. 07:00

[맛있는 영화] 스포) 역린, 롯데가 만든 뷔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Good 사극이라면 무조건 좋아.

Bad 이거 대작이라며? 뭐 있지 않겠어?

평점 - ★★ (4)

 

[역린]을 보고 나서 든 느낌은 딱 하나. 롯데: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너희가 좋아했던 영화들 다 넣어봤어. 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싶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왜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그토록 많은 논란이 일었는지 확인하면 바로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역린]은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다가 결국 무너지고 만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나쁜 영화가 아닌 이유가 가장 안타까운 이유일 겁니다. 그 정신없고 산만한 모든 순간에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고 영상 역시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감정들의 부딪침도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서 정확히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명확하지 않으니 관객의 입장에서도 당황스럽습니다. 이게 과연 정조의 이야기인 것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인가, 그런데 그 어떤 이야기도 명확하게 그려지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다 어느 정도 언급만 되고 곧 사그라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다시 정조로 모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소 급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결국 관객으로 하여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역린 (2014)

7.5
감독
이재규
출연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정보
시대극 | 한국 | 135 분 | 2014-04-30
글쓴이 평점  

 

 

지나치게 많은 반전 아닌 반전들 역시 [역린]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단점일 겁니다. 우리가 반전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이유는 그것이 한 번이기에 그럴 겁니다. 헉 소리 나게 하는 반전이 흥미로운 거죠. 물론 반전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나쁜 영화는 아닐 겁니다. 여러 번의 반전이 나오더라도 분명히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반전들이 과연 무엇을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도 없는 채로 등장하는 것은 지루합니다. 게다가 몇 번 패턴이 비슷하게 반복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쉬운 부분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의 반전들의 경우 관객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지는 부분이 되고 자연스럽게 지루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것이 정말로 신선한 반전이라고만 느껴져야 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급격하게 무너지게 되고 거기에 대해서 확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자연스럽게 후반으로 이야기를 억지로 모으다 보니 지루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반전이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전혀 충격적인 무언가를 선사하지 못하는 거죠. 그냥 자연스러운 반전이 이어지는 것은 결국 지루함으로만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안에서 효과적으로 발동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하나의 지나가는 소품처럼 의미하는 것이 전부가 됩니다.

 

정조역을 맡은 현빈은 나름 노력을 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광해]이병헌에 비해서 다소 부족한 무언가를 선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건 단순히 그의 연기력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애초에 [역린]이라는 영화 자체가 정조라는 인물 자체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이유가 되는 겁니다. [역린]은 어딘가에서 본 모든 영화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광해]는 물론이거니와, 어딘지 [최종병기 활]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이산]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죠. 이 안에서 정조를 맡은 현빈이 새롭게 그려낼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저 육체파 임금을 그려내는 것이 전부인데. 잘생긴 꽃미남이 싸움 잘 하는 것은 이미 많이 봐왔잖아요. 물론 현빈이 그리는 것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김수현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섹시미가 확 발현이 되지도 않고요. 어설픈 브로맨스 코드 역시 이 캐릭터가 흔들리는 가장 큰 부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그래도 최대한 균형을 잡으면서 극을 긴장감이 넘치게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어느 순간이 가면 정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린]에서 정조라는 캐릭터 자체가 비는 순간이 꽤나 많은데 그러다 보니 배우도 잘 안 보입니다.

 

정재영이 맡은 갑수라는 캐릭터는 내관이자 정조의 곁에서 그를 지키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정재영은 왜 이런 역할만을 맡게 되는 걸까요? 분명히 꽤나 큰 비중을 지니고 나름 반전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지만 이 인물에 대해서 그다지 몰입을 하고 집중을 하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정조의 곁에 그저 머물고 있는 주변인일뿐더러, 뭔가 문제가 생기는 그 순간 곧바로 사라져 버립니다. 나름 반전의 키워드이지만 그저 그렇습니다. 그리고 조정석이 맡은 을수와의 브로맨스를 위해서 희생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저 이미지만을 위한 캐릭터인데 그러다 보니 너무 아쉽습니다. 정재영의 연기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정확히 뭘 말을 하려는 캐릭터인지 나오지 않고 정조을수와의 관계만이 부각됩니다.

 

조정석이 맡은 을수는 조선 최고의 살수라고 하는데 이게 뭐? 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입니다. 왕을 죽이러 궐까지 들어오는 인물 역이라고 하면 사실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일 거니다. 굉장히 강한 존재이고 임금과 직접 마주칠 수 있어야 하는 존재인 거죠. 물론 그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시자들]에 나오는 정우성정도의 매력을 보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조정석은 뭔가 이야기를 할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지만 결국 아무런 것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무거운 것은 도대체 왜 가지고 다니는지도 모르겠고, 사랑하는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하는 것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절대적으로 비중이 적습니다. 가장 큰 배역 중에 하나여야만 하는데 몇 번 나오지 않으니 몰입을 하기 어렵습니다.

 

한지민이 맡은 정순왕후는 이 정도면 신선한 변신이지? 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캐릭터 같습니다. 물론 한지민이 악역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꽤나 신선합니다. 얼마 전 [플랜맨]을 통해서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선보였던 그녀였는데요. 한 나라의 왕을 건드릴 정도로 강한 권력욕을 가진 악녀로 분하기에는 다소 부족합니다. 게다가 뭔가 조금 빠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대로 부딪치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정조가 살기 위해서 정순왕후가 더욱 악해져야만 하는데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나있습니다. ‘정조와 두 번 부딪치고, ‘혜경궁 홍 씨와 한 번 부딪치지만 그 자체가 뭔가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습니다. 그냥 한지민은 아름다울 따름이고 팜므파탈이구나.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기존 정순왕후이상을 보이지도 못하고 압도적이지 못하니 결국 아쉽습니다.

 

김성령이 맡은 혜경궁 홍 씨정조를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이자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랬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사라집니다. 나름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녀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끝입니다. 이 이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극의 긴장감을 유발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특히나 정순왕후의 입에서 지아비는 팔았으면서 아들은 못 팔겠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만큼 더더욱 그에 걸맞은 악녀의 모습을 보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할 듯, 말 듯한 모습만을 보입니다. 게다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두 개의 수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나의 수만 가진 채로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미련한 짓인데 그녀는 그렇게 행동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한 캐릭터입니다.

 

조재현은 모든 판을 짜는 악마 광백을 맡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가두고 그들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존재죠. 꽤나 악랄한 존재이기는 한데 여기에서 끝입니다. 모든 판을 다 쥐어흔들고 있을 정도의 존재라면 자신만의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수를 한 번에 다 드러내고 그 마저의 수도 제대로 드러나지 못할 수를 놓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죽어버리고 마는 느낌입니다. 분명히 강렬한 연기 변신에게 관객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관상]에서의 백윤식같은 역할을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합니다. 분명히 강렬한 연기 변신이지만 거기에서 끝입니다.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던가, 뭔가 다른 수를 가지지 않으니 막판 보스가 너무 약한 느낌이랄까요? 악인의 사연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으니 조금 더 그를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입니다.

 

박성웅정조를 곁에서 돕는 홍국영역을 맡았는데 그 역시도 [광해]에서 류승룡이 맡았던 허균보다 임팩트가 약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소 묘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왕의 곁에 머무는 존재라면 왕을 마구 부추기기 보다는 조금은 그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자꾸만 일을 만들려는 느낌입니다. [신세계] 등에서 보이고 있던 그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고요. 무언가 다른 수를 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저 왕의 곁을 충실히 지키는 인물 그 정도입니다. 물론 그가 이렇게 많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영화를 위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역린]정조의 영화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국영의 캐릭터가 더 강해져야 하는데 어딘가에서 걸려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정은채는 궁녀 월혜역을 맡았는데 그냥 얼굴 예쁜 여배우에서 머물고 맙니다. 꽤나 연기를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을 했기에 더더욱 아쉬운 느낌입니다. 아마 감독도 이러한 고민을 했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냥 가볍게 지나가고 말아야 하는 그녀에게 갑자기 역할을 부여하고 그녀가 고민을 하게 만들면서 영화 판 자체를 흔들어 버립니다. 그녀가 몇 번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 존재처럼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냥 그렇게 멈춥니다. 차라리 그녀의 입장에서 이 모든 반전을 바라보는 것이었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캐릭터가 애매한 이유는 꽤나 큰 역할에 비해서 그 캐릭터의 선명성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부분일 겁니다. 반전에 의한 존재로만 그려지는 그녀는 너무나도 아쉬운 존재입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평론에서 안 좋기에 얼마나 안 좋나 보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30일 저녁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서는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아쉽습니다. 일단 너무 많이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지나친 폐해일 겁니다. 영화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버려야만 하는 캐릭터는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물론 [역린]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져도 될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사극에서의 인물들을 요 근래 만나본 적이 없기에 신기할 정도입니다. 만일 [역린]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한 시간씩 배정을 하면 20부작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라는 시간적 한계 안에서 이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갑수을수의 이야기도 제대로 풀어내지 않았고, 그 공간에 어디까지 결합이 되어있는지도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조가 내건 조건이 무엇인지도 그려지지 않고, 어린 마음에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었던 것도 그저 잠시의 트라우머처럼 그리고 맙니다. 분명 더 많은 것을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선명하게 그릴 수 있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이 맛, 저 맛 다 섞인 느낌입니다. 기대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영화 [역린]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정순왕후와 혜경궁 홍 씨의 대결

빗속에서 두 세력의 부딪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