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디태치먼트, 얼음을 녹이는 따스함
[디태치먼트]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따뜻한 영화를 기다린 사람
Bad – 한숨 나오는 영화가 싫은 사람
평점 - ★★★★☆ (9점)
보는 내내 한숨이 나오면서 너무나도 아리게 만들었던 공교육에 관한 영화가 [디태치먼트]입니다. 도대체 저런 아이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내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욱 한숨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애들은 저 정도는 아니야. 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디태치먼트]에서는 참 많은 문제아들이 나옵니다. 선생님에게 자기 친구들을 시켜서 강간할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아이나, 선생님을 폭행할 것처럼 위협을 하는 아이들 모두 정말 끔찍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그 아이들이 모두 안쓰럽게 보입니다. 물론 절대로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아이들이 저지른 죄는 분명히 전부 다 벌을 받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아이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만일 어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아이들을 이해를 하려고 했더라면 그렇게 가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아이들이 얼음들의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결국 그 아이들도 얼음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결국 부모가, 그 어떤 어른도 아이들을 지켜보지 않기에 결국 문제아가 되어버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사실 부모를 보면 그 아이를 볼 수 있다고 모두 다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도 예의가 바른 아이들을 보게 되면 그 부모도 예의가 바르게 행동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아이의 행실이 나쁘면 그를 따지러 오거나 항의하는 부모 역시 도저히 상종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디태치먼트] 안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 어느 순간에서도 자신이 아이를 잘못 키웠다거나 아이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 부모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에 대해서 해결을 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죠. 그리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생하는 사이 교사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자신들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냥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월급을 받는. 그냥 직업으로의 교사로만 남게 됩니다. 정말 스승이 아닌 거죠. 이것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묵묵하게 그려내기에 아프지만. 그러는 한 편으로는 또 그래서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우리들도 이런 문제를 이제라도 끊을 수 있을 텐데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왜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미리 싹을 자르고 누렇게 병들게 만드는 걸까요?
‘애드리안 브로디’는 주인공 ‘헨리 바스’ 역을 맡았는데 꽤나 무신경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따스한 존재입니다. 그는 임시교사입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에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가 무엇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세상의 문제인 거죠. 한 때나마 의욕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세상은 그런 의욕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무슨 의욕을 가지건 그러한 것이 하나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게다가 ‘헨리’의 세상에서 그는 너무나도 지치고 연약하기만 한 존재입니다. 그의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제대로 치유를 받지도 못한 채로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어야 하니까요. 한 칸 집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품을 수 없는 것 역시 그가 임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쉬이 마음을 열었다가 이내 그곳을 떠나야 할 때의 그 상실감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죠. 약하고 여린 이 존재에게 우연히 ‘에리카’라는 존재가 찾아오면서 그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하지만 이내 포기를 하곤 맙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거죠. 유난히 밝지도 않은 교사이지만 그가 멋진 이유는 아이들에게 보이는 태도가 일관적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무조건 꿈만 주기 보다는 그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을 하는 교사죠. 진짜로 아이들을 위한 교사의 모습을 지닙니다.
‘새미 게일’이 맡은 ‘에리카’는 길거리에서 매춘을 하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헨리’에게 매춘을 하려다 그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되는 존재입니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뒤늦게 ‘헨리’에 의해서 진짜 따뜻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소녀입니다. 애초에 나쁜 아이가 아니기에 이 아이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매춘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적이 없죠. 그리고 그녀를 그냥 사람으로 대한 적이 없고요. 그녀가 어린 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 그저 성적으로만 대하는 그런 세상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헨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잘 해주세요?라는 물음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잘 해주는 그에게 아버지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죠. 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리기도 하는 등. 그녀는 평범한 소녀가 되어갑니다. 너무나도 아픈 아이의 변화가 보이기에 더 아립니다. 성매매를 하는 것도 결국 중년 남성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행위기 때문이죠. 누군가에 대한 정이 그리운 아이. 그리고 그 정만 있으면 달라질 수 있는 아이죠.
‘베티 케이’가 맡은 ‘메레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 밑에서 우울한 아이입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진을 찍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이런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이 다 그녀의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세상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만 하죠. 정말로 지금 자신의 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듣지 않습니다. ‘메레디스’는 ‘헨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버림을 받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고 결국 선택을 내리죠. 참 아픈 아이입니다. 그저 누군가가 네가 하는 일이 정말로 대단한 일이야. 오직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이렇게만 말을 해준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버지는 결국 외면을 하고 말죠.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바라바볼 줄은 알았지만 정작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아이였던 거죠. 그리고 그 아픔의 이유가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도 모르는 불쌍한 아이입니다.
보면서 참 먹먹하고 한숨만 나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문제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어른들일 겁니다. 그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지나친 차가운 마음을 누군가가 달래야 할 텐데 그 누구도 그러지 않죠. 그리고 아이들이 그냥 어른이 되면 다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많은 아이들이 모두 다 아이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왜 그러지 않는데 너는 그래? 라고 이야기를 하죠. 그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님에도 말이죠. 조금은 무심한 듯 바라보는 학교라는 세상은 단순히 아이들만 아픈 것이 아니라 교사들도 아픕니다. 부모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모든 것을 맡기죠. 그리고 진학만을 원하는 사회 역시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정말로 고등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 아이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에게 손을 내밀지만 정작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바로 어른들일 겁니다. 조금이라도 먼저 살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다르고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생각의 변화를 가지지 못합니다. 늘 자기만 옳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더 이상 어른들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게 할 텐데 말이죠. 문제아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프게 보여주는 이야기 [디태치먼트]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저녁을 차리고 헨리를 기다리는 에리카
둘 – 헨리에게 달려와 안기는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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