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29
“뭐 하는 거야?”
현우는 거칠게 수현을 밀었다.
“너 내가 우스워?”
“사장님.”
“아무리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 거지. 너는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이는 거야?”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사장님을 왜 한심하게 보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요?”
“그런 게 아니면 지금 왜 이러는 건데?”
“사장님.”
“그만.”
현우는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너랑 다른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왜 너랑 이런 걸로 싸우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
“뭐라고?”
“그런 거 아니잖아요.”
“그게 지금 중요해?”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요?”
현우는 수현의 물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사장님이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고요. 사장님. 원래 그렇게 비겁한 사람이었어요? 자기 감정에 솔직해야 하는 거잖아요.”
“너도 나이가 먹으면 나를 이해하게 될 거야.”
현우는 수현을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수현은 현우의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심장이 뛰잖아.”
“그래. 뛰어.”
“그런데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 적 없어.”
“그럼 뭔데?”
“심장이 뛰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사장님.”
“너는 몰라도 나는 생각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라고. 그냥 너만 보고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거야.”
“도대체 왜 안 되는 건데요!”
수현은 따지듯 물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건데요? 그냥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예요?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건데요!”
“그냥 좋아하는 거 안 되는 거야.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생각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인 거니까. 그냥 그렇게 한심하게 미련하게.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만 볼 수 없으니까.”
“비겁해.”
수현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사람이 그렇게 비겁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게.”
“정말 이럴 거예요?”
“응.”
현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정말로 이럴 거야.”
“아들 이제 왔어?”
집에 들어서던 수현은 멈칫했다. 부친이 그를 보고 뚜벅뚜벅 다가오고 손을 내밀었다. 수현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뭐 하니? 손 잡아야지.”
“네? 네.”
부친은 수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잘 컸구나.”
“우리 수현이가 당신 쏙 빼닮았죠.”
“그러네.”
부친의 존재 자체가 너무 낯설었다. 수현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화를 나누는 둘이 너무 어색했다.
“아들 오늘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어.”
“응?”
“전교 1등이라며.”
모친의 말에 수현의 얼굴이 구겨졌다.
“뭐 이런 걸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그러니? 지금 아버지도 계시니까 그 성적표 자랑스럽게 보이면 되겠다.”
“엄마는 그게 자랑인 거지?”
“어?”
“엄마는 내가 그냥은 자랑이 안 되는 거지?”
“아들.”
수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요. 나는 정말로 너무나도 부족한 아들이니까. 그래서 엄마가 막 자랑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아들이니까.”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그런 거잖아.”
수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 고모에게 보내줘요. 더 이상 한국에 있고 싶지 않아. 어차피 나 유학 가라고 했으니까. 그리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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