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35
“이제 없어진다고요?”
“그렇게 됐습니다.”
단골 손님의 아쉬운 표정에 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이 근처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쉽네.”
“여기 그대로 카페로 영업을 할 거니까 그렇게 크게 아쉽게 생각을 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새로 오실 사장님도 여기에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분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자기만 하겠어?”
“그런가요.”
손님이 스탬프 카드와 카드를 내밀자 현우는 스탬프 카드만 받았다.
“왜?”
“아직 다 못 찍으셨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공짜에요.”
“정말?”
“네.”
현우는 잠시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모두 수현으로 보였다.
“젠장.”
잊기로 했다. 그래서 달아나기로 한 건데 도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더욱 답답했다.
“이현우 왜 이러는 거냐?”
“너 자러 왔냐?”
“응.”
“김수현.”
“왜?”
기웅은 못 마땅한 눈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네가 이렇게 짜증을 내고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나는 너에게 잘 해주려고 하는 사람이거든.”
“됐다.”
수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결국 나만 두고 사장님하고 이런저린 이야기나 하고 나 혼자 바보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인 거잖아.”
“뭐가?”
“됐다고.”
기웅은 입을 내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현은 다시 고개를 묻고 눈을 감았다. 자꾸만 현우의 얼굴이 보였다.
“이거 다 두고 가는 거야?”
“네. 싫으세요?”
“아니 나야 좋지.”
현우는 마지막으로 가게를 둘러봤다.
“잘 해주실 거죠?”
“그럼. 나도 카페 사랑하는 사람이야.”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다 끝난 거야?”
“네.”
헌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렇게 고생을 해서 여기를 만들어 놨으면서 이렇게 쉽게 여기를 포기한다는 것이 말이 돼?”
“삼촌.”
“왜?”
“미안해.”
현우의 말에 헌주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꼬맹이에 달아나는 거지?”
“응.”
“네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좋거든.”
현우는 가슴을 만지며 씩 웃었다.
“그 녀석이 정말로 좋아서 달아날 수밖에 없어. 그러지 않으면 내가 정말로 그 녀석 가지고 싶을 테니까.”
“그럼 그렇게 해.”
“아니.”
현우는 단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왜 안 되는 건데?”
“나는 자격이 없어요.”
현우의 말에 헌주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내 조카가 사내 녀석을 좋아한다는 것 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이 이렇게 자존심이 없이 있는 거야. 도대체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확 기가 죽어서 바보처럼. 이렇게 우울해야 하는 건데?”
“그러게.”
현우는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거니까.”
현우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마지막 커피를 마셨다. 헌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소설 창고 > 수현우 팬픽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현우 팬픽] 나의 왕자님 47 (0) | 2014.07.13 |
---|---|
[수현우 팬픽] 나의 왕자님 46 (0) | 2014.07.12 |
[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34 (0) | 2014.07.03 |
[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33 (0) | 2014.07.02 |
[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32 (0) | 201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