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0장. 다짐]

권정선재 2014. 8. 12. 07:00

30. 다짐

, 아들.”

뭐 하는 짓입니까?”

그러니까.”

은숙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 엄마는 지금 그냥 김한나 씨랑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거야. 엄마가 되어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없습니다.”

복규는 거칠게 은숙을 밀어냈다. 은숙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아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기에 왜 오신 겁니까?”

아들이 만나는 여자도 못 보러 오니?”

못 보러 오십니다.”

복규는 단호히 대답했다.

이 자리에 오실 자격 하나도 없는 분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오신다는 겁니까? 이 사람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시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만만해 보이셔서 이러는 겁니까?”

아들.”

돌아가세요.”

못 돌아가.”

은숙은 허리에 손을 척 하니 얹었다. 그리고 한나와 복규를 노려봤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오복규 씨 여기에는 왜 왔어요?”

걱정이 되어서 왔죠.”

올 이유 없었는데요.”

네가 전화를 한 거니?”

?”

그러지 않고서 얘가 어떻게 오니?”

은숙은 뭐 하나 잡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벌써부터 우리 아들을 그냥 이렇게 확 잡아서. 우리 아들이 무슨 네 장난감이라도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니?”

어머니!”

복규가 고함을 지르자 은숙의 눈이 커다래졌다.

, 아들.”

지금 저를 그저 장난감처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이 사람이 아니라 바로 어머니 아닙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지금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 하나 괴롭히는 것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돈 드리겠습니다.”

은숙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그 집. 일단 팔 겁니다. 팔리고 나면 그다지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그거 드릴 겁니다. 그러니 다시는 아버지도 찾아오지 마시고, 새어머니도 찾지 마시고. 저도 찾지 마세요. 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하고 마지막입니다.”

아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뭐가 부족하세요?”

복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당신이 그래도 내 생모라고 생각을 하고 그리워하고 그랬어. 그런데 지금 이게 도대체 뭐야? 나는 나를 낳아준 엄마를 증오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거야? 그건 나에게 너무 불쌍한 거 아니야? 나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고! 당신이 내 어머니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들 그저 나는 너를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나는 네 옆에서 살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은숙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그렇게 나를 징그럽게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네.”

나랑 살고 싶어서 그랬다고요?”

그래.”

그런데 외면했어요?”

?”

기억 못 할 거 같죠?”

복규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 찾아서 갔을 적. 어머니 저를 못 본 척을 하고 그냥 가셨잖아요. 아닙니까?”

그건.”

은숙의 목소리가 떨렸다. 설마 복규가 그것까지 기억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아들.”

어머니는 저를 두 번 버리신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처음으로 어머니 버리려고 하는 겁니다. 한 번. 그렇지만 저는 다시 찾지 않을 겁니다. 이게 제가 어머니를 지울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러지 마.”

들어가요.”

?”

들어가자고요.”

복규는 한나의 팔을 붙들었다. 한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문을 열었다. 복규는 그녀를 집으로 밀어넣더니 문을 소리가 나게 닫았다. 그리고 문에 기대서 그대로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괜찮아.”

한나는 복규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당신이 얼마나 아플지 이해가 되지 않아.”

정말 너무 싫어.”

복규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그래도 엄마잖아. 엄마가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적어도 내 진짜 엄마라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 그래요.”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그러게.”

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해?”

울지 마요.”

한나는 복규의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오복규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오복규 씨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세상이 나쁜 거야. 당신이 아니라 어머니가 잘못된 거예요. 그건 오복규 씨의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하나도 미안해할 이유 없어요. 오복규 씨가 잘못한 것이 하나 없는데 도대체 왜 미안해하고 있는 건데? 그거 우스운 거잖아. 안 그래요? 당신 잘못 아니야. 오복규 씨가 잘못한 거 하나 없어요. 잘 하고 있어.”

나 정말 잘 하고 있는 거죠?”

. 잘 하고 있어.”

복규는 그렇게 한참이나 한나의 품에서 울었다.

 

누가 누구에게 뭘 바라건 나는 아무 것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우리 두 사람 이미 여기에서 끝이 난 거니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 안 되는 거야?”

. 이미 끝났어.”

말도 안 돼.”

이제 더 이상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

한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신인 배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강하게 잡아 끌어서 품에 안았다.

당신이 무엇을 바라건 내가 모두 다 들어줄게. 그러니까 나를 조금만 덜 미워해줘. 나를 사랑해달라고 하지도 않을게. 그저 나를 조금만 덜 미워해달라고. 나는 그거. 그것만 바라고 있을 거야.”

우리 이미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우리 두 사람은 이미 다 끝이 난 거야. 다시 기회가 없을 거라고.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데?”

이대로 끝나도 괜찮은 거야?”

지금 당신은 우리 두 사람이 뭐라도 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당신은 틀렸어. 우리 두 사람은 이미 아무런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로 끝이 난 사이야. 끝이 나지 않은 사이에야 우리 두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런 질문이 의미가 있는 거지만 이미 다 끝이 난 상황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가 있다는 거야? 이미 우리는 돌이킬 수 없어.”

잔인하다.”

나 원래 그래.”

한나는 차갑게 대꾸하며 손을 놓았다.

당신이 원래 바라던 그대로 된 거 아니야? 지긋지긋하던 내가 사라져주기를. 그렇게 바란 거 아니니?”

그런 적 없어.”

그럼?”

그건.”

이미 다 끝이 난 문제야. 우리 두 사람. 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할 이유. 하나도 없어. 안 그래?”

보낼 수 없어.”

신인 배우는 한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한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되게 웃기다.”

뭐가?”

내가 당신을 그렇게 붙들 동안 당신은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두고 갔는데. 이제는 우리가 상황이 바뀐 거니까.”

?”

안 그래?”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물끄러미 신인 배우를 응시하고 목을 끌어안고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이걸로 안녕.”

정말?”

. 좋았어.”

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밝게 웃었다.

가야산 만물상을 당신하고 힘들게 올랐던 것도 기억에 남고, 독용산성과 성주호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저 멀리를 바라보던 것. 회연서원과 봉비암에서 느긋하게 산책하던 것. 그리고 포천계곡에 발을 담그고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 내기한 것. 성 밖 숲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그 순간. 세종대왕자 태실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그냥 헤어짐을 미리 감내하고 있었던 거. 한개마을 돌담길에서 정말로 마지막을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깔끔하게 지웠던 것. 그리고 여기 성주 비닐하우스 들판. 여기에서 정말로 우리 두 사람을 끝을 내자고 이야기를 하는 거. 우리가 여기에서 시작을 했었으니까 여기에서 끝을 내는 것이 맞잖아. 안 그래? 우리 두 사람 괜히 그 많은 시간을 돌아왔던 거야. 아무런 미련도 가지지 않아도 되었던 건데. 그냥 왠지 모를 미련을 가지고 그랬던 거라고.”

당신은 너무나도 쉽게 끝을 내려고 하는 거구나? 우리 두 사람의 그 모든 시간을 이대로 끝을 내려고 하는 거구나.”

내가 쉬워보이니?”

?”

어려워.”

한나는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저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해서 눈물이 차올랐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눈물을 흘리고 이 장면을 버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 그런 것을 정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사실은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 우리 두 사람 여기에서 끝이야.”

김한나.”

그건 당연한 거잖아.”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물끄러미 신인 배우를 바라보며 가볍게 가슴께를 손으로 때렸다.

당신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했어. 더 이상 우리 두 사람이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해. 우리 두 사람. 그냥 이대로 끝을 낼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거잖아. 안 그래? 그 동안 우리가 보냈던 시간이 낭비된 시간이 아니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거. 그리고 이것이 분명한 가치가 있었던 시간이라는 거 지금 이야기가 된 거니까. 이걸로 된 거야.”

사랑했어.”

나도.”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했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밝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한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언니 아주 연기자에요.”

그래?”

한나는 물을 마시며 밝게 웃었다.

나도 모르게 마지막 촬영이라고 하니까 괜히 막 뭉클하고 그런 것이 있더라. 되게 고생을 한 것 같고.”

나도 울 뻔 했어요. 이게 내가 성주 두웨이에서 지내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되게 짠하고 그런 거 있죠? 정말로 행복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 묘한 거 있죠?”

그래.”

좋았어요.”

나도 좋았어.”

언니 덕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별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언니가 와서 도대체 뭘 할 수 있나 그런 것을 생각을 했어요. 서울에서 쫓겨난 사람이. 그런데 지금 보니까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나랑 너무나도 다르게. 되게 신기하죠?”

나도 처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어. 너를 만나서 뭐라도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그러지 마.”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누구라도 다 할 수 있어. 다만 그 일이 나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오느냐. 그게 중요한 거지.”

그러게요.”

정말로 절실한 일이라며 누구라도 할 수 있어. 그건 나라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당신이라서 못 하는 것도 아니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유별나. 너 잘 할 수 있어. 내가 응원할게.”

나중에 대구 두웨이 와서도 도와주실 거죠?”

. 그럴게.”

한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별나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별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촬영인데 와보지도 않고.”

밭 갈고 그래야 했었거든요.”

참외는 한 해만 되는 거예요?”

몰랐어요?”

.”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내둘렀다.

참외가 무슨 나무도 아니고 그런 것이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새로 심어야 하는 거라고요.”

그거 너무 고생 아니에요? 그거 해마다 다시 심으려면.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 거고. 품도 그렇고.”

참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박도 그렇고, 딸기도 그래요. 다들 고생하는 거니까 힘들다 말을 하면 안 되죠.”

그래도 뭔가 손해야.”

한나는 입을 내밀면서 복규의 손을 잡았다.

그럼 우리 오늘 어디에도 못 가겠네?”

어디 가고 싶어요?”

글쎼요?”

그래. 오늘 김한나 씨 어차피 마지막 촬영이니까 맛있는 거 먹고 그래요. 내가 맛있는 거 다 사줄게.”

아버님도 모시고 올 수 있어요?”

?”

내가 맛있는 거 살게.”

아니.”

복규는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필강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 않은 그였다. 게다가 한나와의 일로 다투고 난 이후로는 더더욱 필강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나가 이렇게 부탁을 하니 이것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나를 위한 거였다.

알겠습니다.”

정말이죠?”

대신 잘 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한나는 복규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아버지.”

내가 거기를 와 가노?”

필강의 단호함에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거기에 가시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거기에 가서 도대체 뭘 할 수가 있겠노? 네가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은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라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 아이가? 그건 내 결정이다.”

아버지. 그래도 이건.”

됐다.”

필강은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내는 싫다.”

아버지.”

됐다.”

실라는 복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저 양반 성격이 저 지랄인 거 니는 모리나? 그냥 됐다. 내나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묵고 와야겠다.”

자네는 남편에게 지랄이 뭐고? 지랄이?”

그럼 지랄하는데 뭐라고 합니까?”

뭐라고?”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들어.”

필강은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실라도 단호했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사과하는 실라를 보며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아버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만 혼자서 고집을 부렸던 거니까. 제가 잘못한 거죠. 그러니 아버님 탓을 할 건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만.”

복규가 계속 일을 하려고 하자 한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어머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한나 니가 사는 기가?”

그럼요.”

그라믄 소라도 묵을까?”

어머니.”

?”

먹어요. .”

한나는 실라에게 팔짱을 끼며 밝은 미소를 지엇다.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내가 사드릴게요. 이제 성주에 매주 내려오지 못하니까 사드릴게요.”

그려. 그럼 먹으러 가자.”

 

이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괘찮았는데.”

무리하지 않았어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데 어머님인데 고작 그 정도 돈을 가지고 뭐라고 할 것은 아니죠.”

내가 미안하잖아요.”

아버님이랑 화해나 해요.”

?”

이러니까 내가 뭐 오복규를 빼앗고 그러는 사람 같잖아. 나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나 되게 억울해.”

미안합니다.”

복규가 고개를 숙이자 한나가 그의 목을 끌어당겨서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허점이 많아?”

?”

귀여워.”

김한나 씨.”

왜요? 아기 보고 귀엽다고 한 건데.”

한나는 복규에게 팔짱을 꼈다. 복규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팔짱을 풀고 한나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요?”

내가 뭐라도 할 수 있게 해줘서.”

.”

복규는 한나를 갑자기 멈추더니 그대로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를 모주 집어 삼킬 것처럼 뜨겁게. 그리고 강렬하게.

 

이모 다음 주 월요일에 뭐 해요?”

?’

나 휴간대.”

그래?’

복녀의 목소리가 떨리자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이러는 건지.

엄마는 좀 괜찮아요?”

.’

그래. 나 갈게요.”

그래. 알았어.’

복녀의 목소리가 밝아지자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렇다고 뭐 준비하고 그러지 마요. 나 그런 거 너무 싫으니까. 그리고 엄마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 그 양반 분명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온갖 짓을 하려고 할 거라고. 나 그런 거 싫어.”

알았어. 아무 준비도 못 하게 할게.’

이모만 믿어.”

그래.’

뭐 준비하면 다음에는 안 간다.”

? .’

이미 엄마가 같이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고마웠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엄마. 나 엄마 안 미워해.”

니 내랑 통화하면서 뭔 소리고?’

엄마랑 같이 듣고 있는 거 알아요.”

?’

엄마. 나 엄마 안 미워하니까 슬퍼하지 마.”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심호흡을 했다.

사랑해.”

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괜히 부끄러웠다. 그래도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자신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다. 정말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가면 언제나 오는 거예요?”

그러게요.”

복규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싫다.”

나도 싫어.”

안 가면 안 돼요?”

그러지 말고.”

한나는 복규의 얼굴을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오복규 씨가 그러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잖아요. 나도 당신 놓고 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그냥 가도 괜찮아요. 우리 두 사람. 나쁜 거 아니니까. 괜찮은 거야.”

정말 싫다.”

복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나를 품에 꼭 안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서로를 간절하게 바라보며 두 사람은 서로를 거칠게 탐했다. 복규는 한나의 목을 혀로 핥고 거칠게 블라우스를 벗겼다. 한나도 스커트를 벗어버리고 복규를 뒤로 밀었다. 복규는 셔츠를 벗어버리고 침대에 누워 한나를 품에 안았다. 한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복규의 유두를 깨물었다. 그리고 아래로 손을 내밀었다. 살짝 부푼 복규의 남성에 한나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서 허리띠를 풀었다. 한나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자 복규는 그대로 한나를 눕히고 그녀를 천천히 애무했다. 유두를 핥다가 배를 어루만지다 천천히 허벅지 안쪽을 깨물었다. 한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오고 서서히 젖어들었다. 복규의 손가락은 조심스럽게 한나의 샘에 들어섰다. 한 마디, 두 마디, 한나의 허리가 점점 더 휘었다. 복규는 한나의 다리 사이에 입을 묻고 샘물을 맛보았다. 샘물에 복규는 침을 꿀걱 삼키고 혀로 조심스럽게 더 깊이 들어갔다. 작은 둔덕 아래 숨겨진 샘. 더 깊은 것. 갈라진 틈까지 맛을 보며 복규는 점점 더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두 개의 손가락이 들어가고 한나의 입에서 더욱 높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복규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한나와 눈이 마주친 후 천천히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뜨겁게. 그리고 천천히. 서로의 몸이 적응이 되도록 복규는 한나의 몸 안에서 움직였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하나였던 것처럼 한나는 깊이 그를 받아들였다. 그 뜨거움에 복규는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다. 서로의 굵은 땀방울이 하나가 섞이고 좁은 방에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했다. 뜨거운 열기. 땀냄새.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깍지를 꼈다. 서로를 더 사랑하고. 더 아끼는 두 사람의 모든 마음. 복규는 점점 더 빠르게 한나의 몸에 자신을 밀어넣었다. 한나는 다리를 벌려 복규의 허리를 꽉 안았다. 복규의 허리가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한나의 몸으로 들어갔다. 한나의 입에서 점점 더 큰 교성이 터져나오고 복규 역시 이를 악 물고 허리를 움직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동시에 두 사람은 무너져 내렸다.

잘했어. 오복규.”

이게 뭐야?”

복규는 입을 내밀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

나 당신에게 나만 강요하고 싶지 않아.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니까요. 김한나 씨. 당신은 멋진 여자니까. 나 지금 당신을 믿고 그냥 보내줄 수 있는 거예요. 거기에 가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고마워요.”

잘 가요.”

.”

기다릴게요.”

아버지랑 화해해요.”

.”

복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나 씨를 위해서라도 할게요.”

고마워요.”

한나와 복규는 손을 꼭 잡았다. 절대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