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28장. 누구에게나]

권정선재 2014. 8. 8. 07:00

28. 누구에게나

아침에 라디오 잘 들었어요.”

아주 죽겠다.”

 

송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다들 아침 라디오는 어떻게 하는 거라니?”

그래도 다들 하고 있잖아요.”

하긴 반응은 다른 시간에 하는 라디오보다 더 좋더라. 사람들이 더 많이 듣고 있는 거 같고.”

그래요?”

. 방송 자체는 자정 무렵이 편하기는 한데 그 시간에는 문자도 잘 없고 그러잖아. 지금은 다르더라고.”

 

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나운서 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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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리포터 오늘 소식은요?”

. 오늘은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해운대에 가득한 인파. 그 멋진 도시 부산으로 지금 바로 가보시죠.”

 

영상이 나오는 사이 사람들은 모두 한나를 제외하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나는 잠시 뻘쭘한 기분이 들었지만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억지로 거기에 끼어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영상 잘 봤습니다.”

아름다운 부산 모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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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좀 괜찮아?”

.”

나는 이제 퇴근한다.”

부럽다.”

부럽기는.”

 

가방을 챙겨든 송아는 입을 내밀었다.

 

그러는 김한나 너도 아침 라디오르 하던가. 그 라디오 되게 힘들고 막 그러거든. 나 너 때문에 하는 거 알지?”

감사해요.”

그럼 나는 간다.”

들어가세요.”

 

한나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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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퇴근 안 해?”

성주에서 마지막 촬영이 남아서요.”

대단하네.”

 

퇴근을 하려던 국장은 남아있는 한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김한나 처음부터 이렇게 일을 했으면 애초에 성주에 내려갈 일도 안 생겼을 거 아니야.”

성주에 내려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 성격 더 잘 알거든요.”

그런가?”

. 가서 잘 된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국장은 한나의 등을 두드렸다.

 

나도 거기 보내고 미안했어.”

국장님이 왜요? 제가 말실수를 해서 거기에 간 거데. 그럼 퇴근하세요. 저도 이제 퇴근할게요.”

얼른 가. 이러다가 마감 뉴스에 그냥 잡히는 수가 있다.”

.”

 

한나는 남은 자료를 열심히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몸은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전화벨이 울리고 이어폰을 꽂았다.

 

안 늦었네요?”

어디에요? 집이에요?’

아니요. 사무실.”

왜 아직도요?’

일이 조금 남아서요.”

 

김한나 씨에게만 너무 일을 시키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성주에 내려가는 것이 마지막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제대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내가 여기에서 하려는 일이 그냥 농담으로. 그냥 누군가의 눈에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서요. 오복규 씨도 나 도와줄 거죠?”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죠?’

그냥 거기에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그 정도야 쉽죠.’

 

한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복규랑의 이야기는 별 것이 아니라도 참 마음이 편했다.

 

이번에 가면 가서 조금 쉬고 오고 싶어. 무슨 일이 이렇게 많아. 복규 씨는 여름 휴가에 뭐 해요?”

그런 게 따로 있나요?’

그렇구나.”

어디 가고 싶어요?’

아니요.”

 

직원카드를 찍고 경비에게 인사를 하고 한나는 밖으로 나갔다. 살짝 더웠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는 더위였다.

 

여기는 더운데 거기는 어때요?”

아무래도 성주니까. 대구 옆동네잖아요. 여기 더운 것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알아줄 거 같은데요?’

그러네.”

 

한나는 입을 내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 정거장이 남았는지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좋다.”

뭐가요?’

이렇게 하루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이것만으로도 피로가 싹 달아나는 거 같아.”

나중에 다 돈으로 청구할 겁니다. 내 목소리가 좋은 거 나도 알고 있거든요. 이걸로 밥 먹고 살아야죠.’

아우 치사해.”

치사해도요.’

나 거기 가서 살까요?”

아니요.’

 

복규가 바로 부정의 뜻을 내보이자 한나는 입을 쭉 내밀었다.

 

뭐야? 나는 오복규 씨랑 가까이에서 살고 싶고 그런데 오복규 씨는 아닌 모양이에요. 이거 서운하네.”

가면 내가 서울로 가야죠. 김한나 씨는 여기랑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내가 틀린 말 하는 거 아니잖아요.’

?”

 

한나는 잠시 멍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타야 하는 버스가 오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고 유리에 머리를 기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 번 서울에 가서 살고 싶어요. 내가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일들이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잘 됐다.”

이거 봐.’

?”

지금 막 성주로 내려온다고 했으면서 내가 간다고 하니까 기뻐하는 거. 김한나 씨는 여기에서 못 산다니까요?’

그런 거 아니에요.”

 

한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거기에서 적응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편의점이 하나도 없는 동네가 있을 수가 있어. 그런 곳에서 밤에 콜라가 갑자기 마시고 싶고 그럼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미리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는 거죠. 그렇다고 마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안 어려운 거잖아.’

이상해.”

 

한나는 씩 웃으면서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솔직히 어디에 가더라도 상관이 없어요. 오복규라는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지금 되게 닭살이 돋는다는 거 알고 있죠? 무슨 여자가 그렇게 닭살 돋는 이야기를 잘 하는 겁니까?’

남자가 안 하니 그렇죠.”

그런 겁니까?’

 

카드를 찍고 버스에서 내렸다. 살짝 어둡기는 했지만 복규와의 통화는 이곳이 하나도 두렵지 않게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도 좋아요. 처음에는 나한테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아서 되게 속상하게 하더니 이제는 오복규 씨가 먼저 전화도 잘 걸잖아요. 이제는 나랑 비슷하게 좋아하는 것 같아서 되게 다행이야.”

나는 전화를 할 수 없죠.’

왜요?”

자고 있거나 그럴까 봐.’

.”

나는 김한나 씨 배려를 하는 겁니다.’

알았어요.”

 

한나는 싱긋 웃고 편의점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파라솔 의자에 앉았다.

 

좋다.”

뭐 먹어요?’

?”

뭐 먹는 소리가 나는데?’

하여간 귀신.”

 

한나는 웃음을 참고 고개를 숙였다.

 

아이스크림 먹어요.”

혼자 먹으면 기분 좋습니까?’

아니 오복규 씨도 지금 나랑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되는 거지. 그럼 우리 같이 먹는 거잖아요.”

지금 이 시간에 도대체 어디에서 아이스크림을 구합니까?’

그러니까요.”

 

복규의 웃음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렀다. 한나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더위도 기분이 좋았따.

 

고마워요.”

다 도착한 거죠?’

거의 다요.”

 

한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나 걱정이 되어서 통화를 해주는 거예요?”

당연하죠.’

졸리죠?”

?’

 

복규의 당황하는 목소리에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억지로 웃음을 참고 눈가를 살짝 훔쳤다.

 

뭐야? 귀여워?”

아니 남자에게 지금 뭐라고 하는 겁니까? 남자한테는 귀엽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거든요.’

오복규 씨처럼 귀여운 남자에게는 해도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여자친구가 걱정이 되어서 무지하게 졸린 데도 그냥 참고 있는 거죠? 나를 위해서.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는 거죠?”

그냥 예능이 재미있어서 안 자고 있는 겁니다.’

거짓말.”

진짜에요.’

믿을게요.”

 

한나는 밝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솔직히 나는 어떤 거라고 해도 기분이 좋아.”

그럼 마음대로 생각해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거죠?”

.’

 

한나는 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을 내려두고 침대에 앉아서 기지개를 켯다.

 

이제 집에 왔어요.”

아무 일 없는 거 맞죠?’

. 잘자요.”

김한나 씨도 잘 자요.’

 

전화를 끊고 한나는 전확를 잠시 품에 안았다. 오랜 통화로 뜨거워진 전화기가 마치 복규의 체온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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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팝니다.”

뭐라고?”

안 판다고요.”

 

담당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지금 복규 니 와 그라는 긴데? 내가 지금 일부러 값을 안 쳐주는 것도 아이고 이라믄 우짜라는 기가?”

행님이 일부러 값을 안 쳐주는 거 아이라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래는 안 되는 깁니다. 이렇게 해서는 비료 값도 제대로 안 나온다는 거 행님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오복규.”

그냥 다 엎을 깁니다.”

 

복규는 그대로 다시 차에 시동을 걸어 멀어졌다. 득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합니다.”

아이다. 그런데 저 놈 저거 와 저러노? 평소에는 그냥 이 정도도 받아들였을 기면서 말이다.”

서울 간다 안 하요.”

서울?”

 

담당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 갑자기 와?”

점마 저거 서울 여자에게 정신이 푹 빠져가 저러는 거라니까요. 아니 농촌을 지킨다고 해놓고서는.”

정신 나가삤네.”

그렇지요?”

 

득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점마 저거 좀 설득 해라. 내처럼 너희 잘 쳐줄라는 사람 없다는 거 니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 아이가?”

알고 있습니다.”

 

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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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그랗다고 그냥 우면 우예 되는 기고?”

햄도 귀가 있으면 들었지 않나? 겨우 그 가격을 쳐준다고 한다? 도대체 그기 지금 말이 된다는 기가?”

 

복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그토록 노력을 해서 기른 참외다. 그런데 고작 그 돈에 그냥 넘기라는 기 말이 되는 기가?”

그 사람에게 그거 화풀이를 해서 도대체 뭘 하겠노? 그게 행님이 하는 일도 아이고 말이다. 지금 과일값이 떨어지고 있는 거 니가 모리나? 복숭아, 포도. 한 번에 다 나와서 지금 난리인기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복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직접 서울에 가서 팔아도 이건 아이다.”

뭐라고?”

그래 그래야겠다.”

오복규.”

내가 직접 가서 팔기다.”

헛소리 하지 마라.”

 

득수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뭐 어디 쉬운 건 줄 아나? 장사치가 왜 그리 돈을 많이 받는지 니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기가? 농사는 네가 움직이는 그 만큼 돈이 떨어지지만 장사는 그렇지 않아서 그런 기다. 그런데 지금 니가 무신 장사를 한다고 그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기고? 치아라.”

그럼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기고? 뭘 어떻게 해야지 이 참외. 제대로 값을 받는 기고?”

없다.”

 

득수의 단호함에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햄은 도대체 사람이 와 그라는 건지 모르겠다. 뭐 하나 해보지도 않고 그냥 포기라도 하라는 기가?”

이미 익숙하지 않나? 갑자기 이런다고 뭐가 하나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하나? 헛소리 하지 마라.”

.”

내는 간다.”

 

득수는 그대로 복규를 남겨두고 그의 집을 나섰다. 복규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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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일 급한 거 몰라?”

죄송해요.”

 

한나는 다른 아나운서들에게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다들 바쁘신 것은 아는데 저는 성주에 내려가봐야하잖아요. 그러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봐주세요.”

아니 누가 성주에 내려가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내려가면서 되게 뭐라고 하네.”

부탁이에요.”

아우, 들어가.”

 

한나는 눈을 찡긋하고 부스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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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됐어.”

그래도 드세요.”

 

음료수를 다른 아나운서들에게 돌리고 한나는 자리에 앉았따. 일부러 더 바쁘게 지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성주에 내려가려고 하니 더 바빴다. 다음주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었다.

 

음료수 잘 마셨어.”

?”

고마워.”

.”

 

평소에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도 않던 동료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드는 한나였다. 그저 기분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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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여기 없어지는 건가요?”

그래.”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괜히 자신이 나서서 이것저것 서리는 통에 멀쩡한 곳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저만 아니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괜히 사고를 쳐서.”

자네 잘못 아니야. 어차피 여기에서 그냥 잊히는 것 보다야 뭐라도 한 번 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안 그런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충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꿈틀하고 보였다는 것이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솔직히 속상하죠. 속상하지 않다고 하면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터전인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보인 거야.”

 

문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나 씨 잘못 아니야.”

.”

왜 이렇게 주눅이 들어 그래?”

 

문대는 한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그냥 없어질 수도 있다고 진작 사라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곳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대로 우리가 있다는 것을 보였고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으니까 된 거라고. 유별나는 대구로 가잖아.”

그게 부담스러워요.”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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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잘 하고 왔어요?”

.”

 

방송국에 나오니 복규가 마중을 나왔다.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집에 가요.”

?”

 

어머니 음식이 가장 좋거든요.”

그럴 거 없어요.”

그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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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가 할게요.”

앉아있어. 그래도 손님인데.”

제가 며느리가 될 사람인데 왜 손님이에요?”

 

한나는 넉살좋게 웃으면서 실라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다시피해서 상을 차렸다. 실라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복규가 저런 복덩이를 어디서 만날고?”

그렇죠? 어머니. 저 복덩이죠?”

뭔 짓이고?”

, 오셨어요.”

 

필강은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미간을 모았다.

 

아가씨가 여기 와 온교?”

?”

아버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니는 니 아부지한테도 허락도 받지 않고 이리 데불고 오고 그라나? 니 무신 소리 하는 기고?”

아버지.”

그러네요.”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 일 하고 돌아오셔서 많이 피곤한데 제가 눈치가 없었어요. 오복규 씨 저 가볼게요. 죄송합니다.”

김한나 씨!”

 

복규는 한나를 따라 나갔다. 실라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아도 아이고 와 그랍니까?”

내가 뭐?”

 

복규가 이곳을 떠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복규에게 그라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야지 저 아가씨에게 와 저러는 겁니까?”

저 아가씨 탓 아닌가?”

아닙니다.”

 

실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들이 그냥 이 시골에서 썩어가기를 바라는 겁니까? 저 아도 다른 것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여기서도 충분하다.”

아입니다.”

 

실라의 말에 필강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기가?”

그렇소.”

자네 정말.”

내가 내 아들 편 드는기 뭐 잘못입니까?”

자네가 그러니 저놈이 저러는 거 아이가?”

우리 아들이 서울에 간다고 하는 기 무슨 죄입니까? 남들 다 가는 곳. 그곳에 와 못 가게 하는 깁니까?”

남들 다 간다고 가야 하는 기가?”

그래요.”

자네도 참 왜 그러는 건지.”

나는 무조건 내 아들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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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면 어떻게 합니까?”

괜찮아요.”

 

한나는 복규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이런 식의 일을 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였다.

 

아버님이 무조건 나를 예뻐라 해주시지 않을 거라는 것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그건.”

괜찮다고요.”

 

한나는 복규의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하나도 속상하지 않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버님이 왜 그러신 것인지 다 이해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어차피 같이 밥을 먹기로 한 거니까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같이 밥을 먹어요.”

아버님은요?”

?”

괜찮아.”

 

복규가 잠시 머뭇거리자 한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오복규 씨도 마찬가지야.”

아니.”

나 혼자서 괜찮아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내가 갑자기 간 거 맞잖아요.”

 

한나는 복규를 꼭 안았다.

 

좋다.”

내가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

오복규 씨가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지금 그냥 나를 따라와준 거고. 이거면 충분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어서 들어가요.”

 

한나는 팔을 풀고 복규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아버님이 많이 걱정을 하실 거야. 안 그래도 나 별로 안 예뻐라 하시는데 더 그러면 안 되겠죠?”

내가 설득하겠습니다.”

억지로 하지 마요.”

하지만.”

그런 거 쉽지 않아.”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입장에서는 이게 당연한 거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 그저 오복규 씨를 더 아껴서 그런 거니까.”

그럼 집에 안 데려다 줍니다.”

.”

 

한나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멀어지는 복규를 보며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복규는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았다.

 

어리네.”

 

한나는 씩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속상했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