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29장. 강해지기]

권정선재 2014. 8. 11. 21:55

29. 강해지기

너무한 거 아니야?”

누나가 가라고 했다며?”

그래도.”

그건 누나 잘못이지.”

 

한나는 물끄러미 태민을 바라봤다.

 

너 변한 거 알아?”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내 편을 들어주고 막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람 편을 들고 그러니?”

아니 이건 누구 편을 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누나가 괜찮다고 했다고 하면서 왜 이러는 건데?”

그래.”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나쁜 년이다.”

누가 그렇대?”

지금 네 말이 그런 거 아니야?”

누나.”

알았어.”

치킨을 뜯으며 한나는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태민과 마주하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도대체 오복규 씨의 아버님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걸까? 처음부터 약간 그렇기는 했는데.”

솔직히 모든 사람들이 다 누나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남자의 아버님이 그렇게 말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 사실이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

태민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치킨을 소스에 찍었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남은 맥주를 모두 마시고 캔을 찌그렸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제대로 된 위로지?”

.”

그래도 버림받은 거지.”

또 미안한 소리.”

미안해 할 이유 하나 없어.”

그래도.”

태민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치킨을 우물거리며 한나에게 새 맥주를 건넸다. 한나는 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켜고 시원하게 트림을 한 후에 치킨을 뼈째 씹어댔다.

누나 무슨 아저씨도 아니고.”

여자는 이렇게 치킨 먹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맛있는 치킨을 먹는데 그게 뭐가 어때서?”

아무리 그래도 트림이랑 그건 좀 그렇지.”

태민은 미간을 모았다.

누나가 나를 되게 편하게 생각을 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어렵게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랄.”

한나는 낮게 욕설을 내뱉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마냥 사랑받을 수 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움까지는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너무 속에 담고 그러지 마. 그 분도 다 나름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그리고 그 사람이 누나 따라서 서울로 간다고 했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그게 많이 서운하고 그럴 거라고.”

내가 시킨 것도 아니잖아.”

한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복규 씨가 스스로 결정을 한 일을 가지고 아버님이 나를 미워하고 그러시는 거 반칙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그래도 그 사람이 누나를 만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누나가 이유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너 지금 누구 편이니?”

내가 편일 게 뭐가 있어?”

태민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내 이야기만 너무 했다. 너는 어때?”

뭐가?”

보건소.”

그냥 그래.”

치킨을 우물거리며 태민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한나는 미간을 모으며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흔들었다.

많이 힘들지?”

왜 그렇게 생각해?”

나도 여기에서 주말만 있는 것이 버겁고 그러니까. 이 치킨도 먹을 수가 없어서 우리가 마트까지 가서 직접 사들고 와야 한다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니? 왜 배달을 안 해준다는 거야?”

배달은 안 한다고는 하지 않았어. 두 마리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 것이 전부라고.”

그게 안 된다는 이야기지.”

한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내밀었다.

여기 정말 정이 안 가.”

좋다며?”

아무리 그래도 치킨 집이 배달이 안 되는 것은 고문이야. 고문. 어떻게 치느님을 영접하지 않을 수가 있니?”

그러네.”

태민은 낄낄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누나 오기 전까지는 치킨 한 번 먹은 적이 없다. 뭐 어떻게 시킬 줄을 알아야지 먹지.”

그렇지? 여기에서 그 재미있느 낙도 없고. 그래도 뭐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 낙으로 사는 거지.”

그걸로 충분한 거야. 그 낙으로도.”

태민의 어른스러운 말에 한나는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맥주를 내려놓었다.

너 뭐야?”

뭐가?”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뭐?”

너 무슨 일 있지?”

없대도.”

한나는 잠시 눈을 감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 생겼니?”

?”

맞구나?”

. 아니.”

이거 배신이야.”

한나는 입을 내밀고 남은 맥주를 모두 마신 후 캔을 찌그렸다. 그리고 태민의 맥주까지 가져왔다.

그거 내 거거든.”

됐습니다. 아니 나 좋다고 한지 뭐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벌써 다른 사람이 좋을 수가 있는 거야?”

누나는 어차피 나랑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내가 누구를 만나건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그래도 미안해하고 있잖아.”

그럴 이유 없다니까?”

한나는 닭다리 뼈로 태민의 머리를 때렸다. 태민은 입을 쭉 내밀고 머리를 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닭다리 뼈로 사람을 때리고 그럼 안 되는 거 아니냐? 누나는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너야 말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무슨 남자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을 한지 한 달도 되지 않고서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막 좋아할 수가 있는 거냐? 너 남자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너무 가벼워.”

안 이러면?”

?”

내가 마음 안 접으면?”

태민은 진지한 눈으로 한나를 응시했다.

그럼 누나가 마음이 편할 거야?”

아니 그건.“

아니잖아.”

.”

한나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러면서 지금 누구 탓을 하는 거야. 그냥 나도 나름대로 살 방도를 찾은 거야. 누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사람이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여는 연습이라도 해보려고.”

누구?”

간호사.”

. 잘 어울리네?”

아니야.”

태민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하고 나는 되게 많이 달라. 그 사람은 이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정말로 사명감이 넘치는 사람이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같아. 그런 거 없이 여기에서 일할 수 없어.”

아니. 일 해.”

못 해.”

한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검지를 흔들었다.

나도 솔직히 여기에서 방송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은 왠지 내가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한 것 같아서 화가 나서 싸우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기에서 그냥 머물 수 있게 된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 같지도 같거든. 그런데 너는 여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여기에 애정이 있다는 것은 네가 여기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거야.”

최선을 다 한다.”

태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그저 한나가 보고 싶어서 온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말처럼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환자들이 자신을 보러 와주는 것 자체가 정말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러네. 약간 그런 것 같네.”

이제 의사 다 됐네.”

여기 원래 의사만 할 수 있거든.”

그런데 할매나 할배들이 너 무시 안 하디?”

?”

어려서.”

하더라.”

태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보건소에 오는 어르신들은 유난히 어린 태민을 보며 모두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총각이 이래서 어쩌냐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누나 지금 내 걱정할 것이 아니잖아. 그래서 그 사람 아버지랑 도대체 뭘 어떻게 할 건데?”

모르겠다.”

한나는 테이블에 널부러졌다.

학생이 편했어.”

?”

시키는 것만 하면 되잖아.”

이제 서른이 다 되어서.”

그게 뭐?”

그런 나이는 고민이 없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너는 뭐? 네가 어릴 적에는 지금 네 나이에 선배들 다 너무 멋지게 보였잖아. 지금은 그냥 애들이고.”

그러네.”

태민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리고 한나의 손에 들린 맥주를 다시 가지고 와서 맛있게 마셨다.

시원하다.”

치사해.”

?”

맥주 더 없어?”

없어.”

말도 안 돼.”

소주라도 마실래?”

됐다.”

한나는 손을 휴지에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섞어마시면 머리 아파.”

우리집에서 자고 가. 나는 소파에서 잘게.”

됐어. 한 동네에 남자친구가 사는데 네 집에서 자고 나면 도대체 무슨 소문이 돌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냥 동생이잖아.”

남들은 그렇게 안 보겠지.”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나 갈래.”

데려다 줄게.”

됐어.”

태민이 옷을 집어들자 한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이제 어렴풋이 주민들도 자신과 복규의 사이를 아는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태민과 같이 간다는 것이 조금 우습게 보일 것 같았다.

바로 앞인데.”

들어가면 카톡하고.”

알았어.”

한나는 손을 흔들고 태민의 집을 나섰다.

 

아버지 와 그라십니까?”

내가 뭐?”

필강은 복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니야 말로 지금 내한테 와 이라는 기고? 어데 아버지한테 지금 눈을 그리 부라리고. 눈 못 내리나?”

못 합니다.”

복규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 집에 밥이라도 먹자고 온 사람입니다. 어머니에게 인사라도 드리고 살갑게 하려고 온 사람입니다.”

이 집에 나는 없나?”

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내한테도 물어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이가? 니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다 해야 하나?”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아버지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 또래 사람들 중에서 여기 남아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떠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기 고향을 버리는 기가?”

아버지.”

됐다.”

필강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작 파라.”

아버지.”

그거 아니면 니는 못 간다.”

간다면 우야실 겁니까?”

뭐라고?”

무조건 갈 겁니다.”

복규는 진지한 눈으로 필강을 응시했다.

이쯤이면 저는 제가 태어난 고향에 대해서 충분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제가 간다고 해서 그게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이게 죄가 되는 겁니까?”

누가 죄가 된다고 했나? 최소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는 기다. 도대체 이기 무슨 일이고?”

죄송합니다.”

복규는 고개를 숙였다.

단순히 김한나 그 살마 때문에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 때문에 가는 것이 맞기는 합니다. 내가 여기에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고 가지지 못한 것이 많은지 알기에 가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이 좋아서 그냥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버지. 저 그렇게 어린 아이 아닙니다. 서울에 가서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정말로 내가 성주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것을 알고 싶어서 가려는 겁니다.”

그걸 꼭 서울에 가야 아나?”

.”

복규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복규의 단호한 태도에 필강은 한숨을 토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니가 도대체 와 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이 아버지 복장 뒤집을라고 이라는 기가?”

아닙니다.”

그라믄 와 이라노?”

저를 보고 싶습니다.”

뭐라고?”

정말로 제가 누구인 건지. 그리고 뭘 할 수가 있는 건지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그냥 이대로 무너지고 그런 바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제가 지금 무슨 잘못이라도 하고 있는 겁니까?”

니 참말로.”

잘 하는 기다.”

실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는 아들 믿는다.”

자네 정말.”

제발 보내 주소.”

실라의 눈은 진지했다.

당신 아들입니다.”

누가 모리나?”

서울에 가서 다른 아들은 전부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찾고 옵니다. 못 찾으면 다시 돌아올 거 아입니까?”

자네 탓 아이가? 이리 헛바람이 들어서.”

어머니에게 그라지 마소.”

필강은 뭐라고 한 마디를 하려고 하다가 복규의 입에서 나온 어머니라는 말에 얼굴이 살짝 굳었다.

니 그기 뭐고?”

뭐가요?”

어머니.”

그기.”

복규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그라믄 어머니가 아닙니까?”

아니 그기 아니라.”

아무튼 저는 서울 갈 겁니다.”

복규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실라는 입을 가리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복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서울에 가서 연고도 하나 없으면서 도대체 뭘 하면서 산다고 하는 건지 너무 복잡했다.

믿으이소.”

뭐라고?”

믿어요.”

실라는 필강의 손을 꼭 잡았다. 마치 그가 지금 도대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아는 것처럼.

누구도 아니고 바로 당신 아들입니다. 당신 아들을 그래 못 믿으면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다 그 말입니까? 당신 아들이니까 알아서 잘 할 겁니다. 그러니 망설일 이유 하나 없고 그냥 믿으면 되는 깁니다.”

내 아들은 믿는다.”

필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내 아들은 믿지만.”

야무진 놈입니다.”

실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아는 놈입니다.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당신의 아들이니. 다른 것 하나 걱정하지 않고 그냥 믿으면 되는 겁니다. 그냥.”

그냥 믿으면 되는 건가?”

. 믿으면 됩니다.”

실라의 표정에 필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을 그냥 믿고 싶었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인지는 두려운 그였다.

 

늦네?”

어머니.”

집에 도착한 한나는 얼굴이 살짝 굳었다. 은숙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다녀?”

그게.”

좀 들어가자.”

은숙은 손부채질을 하며 입을 내밀었다.

너무 덥다.”

돌아가세요.”

?”

은숙은 얼굴이 묘하게 떨렸다.

자기 지금 그게 무슨 말이니?”

갑자기 이런 식으로 저를 찾아오시는 거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지금 술을 조금 마셔서요. 어머님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조금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세요.”

너 되게 뻔뻔하구나?”

은숙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들이 도대체 어떤 여자를 만나는 건지 너무나도 궁금했는데 설마 이런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네. 우리 아들도 자기가 이런 성격을 가진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니?”

그런 것 하나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저랑 어머님의 관계이지 오복규 씨와의 관계가 아니니까요. 제가 무슨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부디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너 웃기구나?”

은숙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나 없이 그 아이 만날 것 같니?”

뭐라고요?”

아무리 그 아이가 네 앞에서 나를 차갑게 대하더라도 내가 그 아이 생모야. 그 아이 나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고. 그런데 지금 네가 건방지게 나를 밀어내고 그러겠다는 거야. 어이가 없네.”

건방지게 그러고 있습니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자신이 밀린다면 또 복규에게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를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제가 그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건 무엇을 하건. 그것은 어머님이 신경을 쓰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자기.”

김한나입니다.”

그래. 김한나. 이래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

한나는 힘을 주어 대답했다.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한두 번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계속 끌려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을 거였다. 더더군다나 은숙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거였다.

돌아가주세요.”

너 미쳤구나?”

뭐라고요?”

나 복규 엄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래?”

.”

너 걔 안 좋아하는구나?”

뭐라고요?”

좋아하면 어떻게 이러니?”

은숙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정말로 그 아이를 좋아한다면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 거지. 내가 뭐 잘못 말하는 거니?”

어머니.”

들어갈 거야.”

은숙은 비켜나지 않고 가만히 한나를 노려보았다.

나 안 그래도 너를 기다리느라 너무 더웠는데 네가 또 이런 소리를 해서 열을 받는다. 어서 들어가자.”

안 됩니다.”

어머.”

은숙은 입을 가리고 미간을 모았다.

너 내가 우습니?”

아니요.”

그런데 왜 이래?”

우습지 않으니 이런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술에 취했고. 제정신이 아닙니다.”

내가 알아서 이야기를 할 거니까 너는 나랑 대화를 나눌 생각 같은 것은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말을 나랑 하려고? 너는 그냥 내가 하는 말을 그냥 들으면 되는 거야. 건방지게 무슨.”

어머니 저는 그냥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오복규 씨와 관련이 된 분이니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한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은숙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 당돌하구나.”

그런 말 좀 듣습니다.”

당장 이 문 열어.”

못 엽니다.”

뭐라고?”

돈도 못 드립니다.”

은숙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애초에 어머님께 드릴 수 있는 돈이 하나도 없고 혹시라도 제가 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돈을 드리고 싶은 생각은 하나 없습니다. 이 일은 어머님과 오복규 씨가 직접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거기에 괜히 제 자리를 만들고 끼어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네가 그 아이를 만나고 있는 사이면서 왜 이러는 거야? 너 지금 방송국에서 일하고 돈도 많잖아.”

아니요.”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은숙이 절대로 자신을 쉽게 보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러는 것 오복규 씨 보기에 안 민망하세요?”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도 오복규 씨는 어머님이라고 지금 잘 하려고 하는데. 이러시면 그 사람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죠.”

이게 어디 건방지게.”

은숙은 한나에게 다가왔다.

너 다시 한 번 말해봐!”

은숙이 손을 들며 한나의 뺨을 날리려는 순간 한나는 눈을 감고 다가올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아무런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개를 드니 복규가 은숙의 손을 붙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