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반전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지쳤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너무나도 버겁고 힘들었다.
“아무튼 내 일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나 걱정하고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내 일을 알아서 하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나에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알았죠?’
“네.”
한나는 전화를 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애인 하나는 잘 두었다니까.”
“그거 들었어?”
한나는 모퉁이를 돌다 멈췄다.
“뭐지?”
“김한나 말이야.”
“걔가 뭐?”
“걔 엄청 진상이다.”
송아의 목소리였다. 한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걔가 나에게 엄청나게 신겅방지게 굴고 있는 거 너도 알지? 걔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네가 받아주니까 그러지.”
“자기도 눈치가 있어야지.”
송아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뻔뻔한 건지 모르겠다. 사람이 염치가 있고 좀 그래야 하는 거 아니니? 나랑 같은 시간대 라디오 들어간 거 알아?”
“어머 진짜?”
“대놓고 나를 까는 거지.”
“말도 안 돼.”
“아주 어이가 없다니까.”
“그러네.”
한나는 숨을 멈추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여기에서 송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마주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으니까. 한나는 소리가 나제 않게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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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 좋은 오복규 씨.”
“뭐라는 겁니까?”
보건소에 오는 복규를 보며 태민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복규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태민은 씩 웃으면서 자리를 권했다.
“앉아요.”
“뭐 하자는 겁니까?”
“뭐가요?”
“내가 우스워요?”
“네?”
“아니 사람이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했으면 그러지 않아야지 지금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내가 언제 그랬어요?”
“네?”
“누나가 있는 거 아니잖아요.”
태민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복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태민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라는 거 했어요?”
“뭐 말입니까?”
“문진표요.”
“여기요.”
복규는 퉁명스럽게 태민에게 문진표를 건넸다.
“뭐 그런 것 좀 들여다 본다고 뭐가 나오겠습니까? 사람이 직접 보고 그래야 하는 거지. 안 그래요?”
“그래도 사람이 자기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요. 요즘 일도 조금 한가하잖아요.”
“뭐 그렇죠.”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고 그러지 마요. 지금은 그래도 젊어서 몸이 아프고 그런 것을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나이가 들어도 이게 되게 힘들고 그럴 테니까. 다행히 별로 문제는 없는 것 같네요.”
“되게 미운 거 압니까?”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태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치자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으며 그를 노려봤다.
“당신이 정말 싫습니다.”
“고마워요.”
“이봐요.”
“뭐가요?”
태민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너무 고생만 하지 말라고요. 지금 당장은 피로가 조금 풀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그렇게 낙관적인 상황만도 아니니까. 그리고 요즘 계속 허리가 아프다고 하잖아요. 이제 일도 없는데.”
“늙어서 그렇겠죠.”
“늙기는. 물리 치료 받을 거죠?”
“됐습니다.”
복규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저는 농사만 짓는 바쁜 몸이니. 이제 농사나 지으러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왜 또 그렇게 고깝게 받아들이고 그래요? 같이 술도 먹었던 사이끼리. 그래도 조금이라도 효과 있으니까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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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오시네요?”
“그러게요.”
기자는 복규의 허리에 찜질팩을 얹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덕분에 요즘 우리 선생님이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리 별로 안 하시는 거 아세요?”
“네?”
“늘 그랬거든요. 이제는 서울로 가야겠다. 서울이 좋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씀을 잘 안 하세요.”
“그렇습니까?”
복규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태민이 자신으로 인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우리 선생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네.”
“그리고 은근히 기다리세요.”
복규는 물끄러미 기자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오복규 씨 말이에요.”
복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꽤나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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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같이 밥 먹으러 갈래?”
“네?”
송아의 권유에 한나는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자신에게 그런 모진 말을 하던 그녀가 맞는 건지 궁금했다.
“저 일이 좀 있어서요.”
“그래?”
송아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 먹고 올게.”
“네.”
송아가 나가고 나서 한나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머리가 아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송아가 이전에 그녀가 알고 있던 그런 좋기만 한 사람은 절대로 아니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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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내가 와 같이 가노?”
“와?”
“혼자 가라.”
득수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거까지 가서 도대체 뭐 우짜라고?”
“그래도 내 혼자 가기에 조금 눈치 보이고 그러잖아. 하루만 있을 것도 아니고. 며칠 있을 건데.”
“그러니까 니가 혼자 가야 하는 거지. 이놈은 여자랑 사귄다는 놈이 이래 눈치가 없어서 우예야 하노?”
“그런 기가?”
“그렇지.”
복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어색할 거 같은데.”
“뭐가?”
“아무래도 내가 너무 촌놈 같고.”
“니 촌놈 맞다.”
“햄.”
“와 아니가?”
득수는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니가 이래 행동을 하는기 더 우스운 기다. 니가 이런 행동을 하는 기를 김한나 씨가 좋아할 것 같나?”
“모리겠다.”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든든한 남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기 너무 어렵다.“
“그건 다 어렵다.”
“햄도 그러나?”
“당연하지.”
복규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한나가 요즘 서울에 가서 목소리가 더 좋지 않다는 사실에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그녀를 달래야 하는 것이 자신이었지만 그 자체도 쉽지 않다는 거이 더욱 복잡했다.
“그냥 좋은 사람이고 싶다.”
“니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입에 발린 소리 말고.”
“그란 거 아이다.”
득수는 복규의 어깨를 두드렸다.
“니는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그냥 니가 지금 믿는 거 하면 되는 기다.”
“고맙다.”
복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의 위로가 이토록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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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간다고.”
‘엄마 기다린다.’
“알았다고.”
한나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와 이모에게 줄 옷을 사는데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이모 지금 뭐 해?”
‘그냥 있지. 와?’
“좀 나온나.”
‘어데를?’
“백화점. 내랑 밥도 먹고 하자.”
‘참말이지?’
“그래. 얼른 나와.”
한나는 전화를 끊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가슴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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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엄마는?”
“나오기 싫단다.”
복녀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려서 딸이 겨우 자기 엄마 얼굴 좀 보겠다고 하는데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안 오노?”
“그래?”
한나는 서운함을 숨기며 겨우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한이 쌓였는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모랑 같이 있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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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내 안부 전해줘요.”
“그래.”
복녀는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멀어졌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가족과 다시 접점을 만들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그래. 잘 한 거야.”
한나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 더 이상 혼자서 우울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었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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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서울 좀 다녀오겠습니다.”
“서울은 갑자기 와?”
“그냥 미리 살 집도 좀 구해보고. 김한나 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지 그것도 궁금해서 가보렵니다.”
“그래?”
실라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냉장고를 열어서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했다.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실라의 손을 잡았다.
“안 이러셔도 됩니다.”
“와?”
“어차피 금방 올 겁니다.”
“집에 반찬 없을 거 아이가?”
“어머니.”
“내 마음이다.”
실라는 복규의 손을 뿌리치고 열심히 반찬을 담았다.
“내가 이 정도도 못 해주면 이기 엄마 자격이 있는 거라고 할 수가 있나? 자격이 하나도 없는 거지.”
“누가 그럽니까?”
“내가 속이 그렇다.”
“어머니.”
“그러니 말리지 마라.”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실라의 곁에 앉아서 이것저것 같이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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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마중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나는 복규의 전화를 받고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시 도착인데요? 알았어요.”
전화를 끊고 가방에 넣으려고 하는데 누군가와 부딪쳤다. 사과를 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던 한나의 얼굴이 굳었다.
“고경표.”
“오랜만이네.”
경표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를 응시했다.
“어디 가는 길이야?”
“어?”
“걱정하지 마.”
한나가 주위를 둘러보자 경표는 고개를 저었다.
“이젠 너한테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어?”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에게까지 애정을 줄 정도로 내가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거든. 나는 나 좋다고 하는 사람에게 잘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거 고맙네.”
한나는 애써 쌀쌀맞게 대꾸하면서 경표를 바라봤다.
“뭐가 그렇게 급해? 우리가 차 한 잔도 마시지 못할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차라도 마시지?”
“내가 지금 당신하고 도대체 왜 차를 마셔야 한다는 거야? 우리 그런 사이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왜?”
“뭐라고?”
“왜 마시면 안 되는 건데?”
경표의 질문에 한나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뻔뻔한 사람인 건지 사랑할 때는 몰랐다.
“나 지금 할 일이 있거든? 그러니까 제발 비켜주라. 우리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사이 아니잖아. 안 그래? 당신이 내 집에 무단으로 들어오려고 했고. 나를 죽이려고 했어. 이건 기억하지?”
“뭐 그런 것 같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오랜 시간 사귀었던 사실이 변하는 거 아니잖아. 안 그래?”
“잊고 싶어.”
한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당신과 만났던 그 모든 시간이 다 없었던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하나도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잔인하네.”
경표는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야. 우리 두 사람 그래도 원수가 될 이유는 없잖아?”
“고경표.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내 가장 친한 친구랑 사귀고. 게다가 나를 그런 식으로 모욕했으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말도 안 되잖아.”
“그래. 일단은 그렇게 생각할게.”
경표는 한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한나는 매우 불쾌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가만히 그 손길을 참았다.
“다음에 또 보자고.”
“다시 보지 않기 바랄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
한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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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안 좋아요.”
“네?”
서울역에서 만난 복규는 한나를 보며 입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아니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연히 자신의 일로 인해서 복규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금 일이 많아서 그래요. 이번에 아침 라디오도 새로 들어가기로 하고 되게 바쁘거든요.”
“잘 나가네요?”
“그냥 그렇죠.”
한나는 스무디를 마시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농사는 안 짓는 거예요?”
“내년에 할 것 곧 심어야죠.”
“너무 고되다.”
“아무래도 농사라는 것이 사람 손이 전혀 가지 않으면 아무런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좋아요. 내가 열심히 노력을 하면 그대로 다 내 수입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노력이 없는 일은 없잖아요?”
“그래. 맞아요.”
“우리 저녁이라도 먹을래요?”
“저녁. 뭐 먹을래요?”
“아무거나 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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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저녁까지 먹고 한가로이 길을 거닐었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밤거리는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오복규 씨랑 이렇게 걸으니까 기분 좋다. 같이 여의도 공원 걷는 거. 은근히 낭만적인 것 같아요.”
“여기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걸었죠?”
“아니요.”
“정말로요?”
“네.”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하기 위해서 늘 여기를 가로지르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이렇게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오복규 씨가 있으니까 나에게 지금 되게 낭만적인 것 같아.”
“듣기 좋은 소리 되게 잘 해.”
“나요?”
“그럼 누가 있어요?”
한나는 장난스럽게 웃더니 걸음을 우뚝 섰다. 그리고 정자 앞에서 복규의 목을 끌어안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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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할 텐데 내가 요리할게요.”
“됐습니다.”
복규는 앞치마까지 두르고 미간을 모았다. 한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정말 나는 구경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럼요.”
“안 믿겨.”
“왜요?”
“은근히 망칠 것 같거든요?”
“이거 되게 억울하네.”
복규는 먼저 냄비에 물을 받아서 끓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팬에도 불을 올렸다. 소시지 봉투를 까고 비엔나는 아래에 십자로 칼집을 넣고 소시지에는 세 줄 칼집을 넣었다. 곧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한 번 두르고 달걀을 까서 커다란 그릇에 풀었다. 그 다음 야채 참치의 기름을 따라낸 후 거기에 섞었다. 팬에 손을 한 번 가져가고 열이 나자 잘 섞은 달걀 물을 반쯤 팬에 부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이어서 끓는 물에 소시지들을 담갔다. 달걀을 스크램블로 대충 만든 후에 남은 달걀 물을 모두 부었다. 살짝 익기 시작하고 속에 치즈를 넣은 후에 그대로 반으로 접은 다음 불을 줄이고 뚜껑을 닫았다. 냄비에서 익은 소시지는 꺼내서 넓은 접시에 담았다.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고 참외도 씨를 제거한 후 곁에 함께 놔두었다. 잘 익은 치즈 달걀 오믈렛을 접시에 담고 소시지도 함께 담았다. 요리를 보고 한나는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뭐예요?”
“내 성의요.”
“대단한데?”
“제가 대단한 거 몰랐습니까?”
툴툴거리면서도 복규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한나에게 칭찬을 듣는 것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얼른 먹어요.”
“이거 살 찌는 거 아니야?”
“기름 따 빼고 데쳤어요.”
“같이 먹어요.”
복규와 한나는 나란히 앉아서 장난을 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나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뒤로 넘어갔다.
“좋다.”
“내가 그렇게 좋아요?”
“네.”
“다행이다.”
“왜요?”
“여기 온 보람이 있어서.”
“그럼 이런 보람도 없을 줄 알았어?”
“그러게요.”
복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걸 텐데 말이죠.”
“그러니까. 고마워요.”
한나는 복규에게 입을 맞추었다. 소시지 맛이 나는 키스. 그리고 복규는 한나의 옷을 벗겼다. 한나는 재빨리 접시를 들고 랩을 씌운 후에 냉장고에 넣었다. 그런 한나의 뒤를 복규가 껴안고 목에 입을 맞추었다.
“목에는 자국 남으면 안 돼.”
“그럼 다른 데는 되는 거죠?”
“네?”
복규는 그대로 한나의 셔츠를 벗기고 가슴에 입을 맞추었다. 한나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복규는 속옷을 벗기고 한나의 유두를 혀로 핥으면서 동시에 손으로 한나의 등을 쓸어내렸다. 묘한 느낌에 한나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지고 복규는 한나의 손을 잡고 그녀의 침대로 향했다. 나란히 누워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한나는 복규의 옷을 벗겼다. 셔츠를 벗기니 탄탄한 구릿빛 몸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내 바지를 벗기고 한나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복규의 속옷을 벗긴 후 그의 위에 장난스럽게 앉았다. 뜨겁게 서로의 탄성이 흘러나오고 그 합이 천천히 가까워질 때 한나는 복규의 곁에 누웠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았다. 절대로 놓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htr으로 다짐하며. 서로의 품에서 온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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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못 하게 되었다고요?”
“채송아가 하고 싶다고 하던데?”
“네?”
한나는 당혹스러웠다.
“아니 선배는 다른 프로그램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제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이유가 뭔데요?”
“이번 개편으로 그 라디오에 후임이 들어올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자기가 알아서 그만 두더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국장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김한나 너를 밀어주고 싶기는 한데 저쪽에서 그러기가 싫다고 하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러면 애초에 말씀을 하지 마셨어야죠. 그거 되게 기대하고 그랬었는데. 이게 도대체 뭐에요?”
“나도 속상하다. 그런데 너는 이미 리포터도 하고 있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고 빼라는데 어떻게 하냐?”
“하지만.”
라디오 게스트도 그만 두겠다고 이야기를 한 후였다. 아침 라디오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당혹스러웠다.
“지금 송아 선배 어디에 있어요?”
“왜?”
“물어보려고요.”
“됐다.”
국장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깽판을 놓으려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냥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제 자리 빼앗기면 안 되는 거죠.”
“송아도 일부러 그랬겠어? 다른 프로그램을 찾았어. 굳이 네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란 말이야.”
“그래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니까?”
국장의 말에 한나는 입을 다물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또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송아도 네 자리는 싫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뭘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지. 위에서는 이미 네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을 하고 있던데. 아직 둘 다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포기 해.”
“국장님.”
“다음 개편 기다리자. 응?”
한나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송아가 자신에게 보이는 그런 태도를 보았을 때 이게 그냥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다. 한나는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송아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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