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3장. 부딪침]

권정선재 2014. 8. 15. 07:00

33. 부딪침

선배님.”

아 한나 왔어?”

 

송아는 반가운 기색으로 한나를 맞았다.

 

들었어?”

?”

미안해.”

 

송아는 두 손을 모으고 울상을 지었다.

 

나도 정말로 한나 네 프로그램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거든? 그런데 위에서 이미 결정이 난 거라고 하더라.”

그래도 이건.”

미안해.”

 

송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안 한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은근히 내가 라디오에 욕심이 있어서 말이야. 위에서도 그걸 알고. 그런데 기존에 내가 나오는 라디오는 광고도 붙는 거라 더 나은 사람이 했으면 한다고 하고. 그래서 나보고 그냥 조금 덜 나오는 쪽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정말 미안해. ?”

이거 일부러 그러신 거죠?”

?”

 

송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이 프로그램 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아셨잖아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같은 시간대에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이 말이나 되는 거예요? 이건 아니죠. 그리고 아직 개편도 오지 않았잖아요.”

난들 아니?”

그만 두신 거라면서요?”

 

송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나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다.

 

저는 선배님 되게 믿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러실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네요.”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고 이러는 거야? 너는 내가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그렇게 싫은 거니?”

누가 그렇다고 했나요?”

그럼 이거 뭐야? 그런 게 아니라면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올 이유 하나도 없는 거 아니야? 왜 이러는 건데?”

선배님.”

내가 너 얼마나 잘 해줬는데?”

 

동료 아나운서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은혜를 엿먹이는 행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물러난다면 이렇게 난리를 치는 이유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물러날 수 없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 준비한다는 거 선배님이 이미 다 알고 계셨잖아요. 그리고 미리 개편을 앞두고 하차하겠다는 말씀을 했다고요? 아직 두 달이나 남은 거 먼저 그만 두신 거잖아요.”

김한나.”

저 이대로 못 당해요.”

그럼 뭘 하려고?”

이건 아니죠.”

뭐가 아닌 건데?”

김한나 그만 하지?”

 

남자 선배 아나운서가 끼어들었다.

 

물론 지금 프로그램을 빼앗긴 것이 화가 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선배에게 이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프로그램 편성이 송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지금 왜 이러는 건데? 뭐 하자는 거야?”

그러니까 선배님.”

그만 둬.”

 

한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보려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아파왔다.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그대로 아나운서 실을 나와 버렸다. 어디라도 가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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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쌉니까?”

요즘 이거면 싼 거예요.”

 

집을 알아보는 복규는 한숨을 토해냈다. 요즘 집값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건 너무 비쌌다.

 

이런 것도 몰라요?”

지방에서 올라왔습니다. 이번에.”

그래요?”

 

공인중개사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그럼 더 어려울 거야.”

?”

거기에서 생각하는 금액 터무니없어.”

그래도.”

요즘 다들 엄청나요.”

 

공인중개사는 커피를 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복규는 양손으로 공손히 커피를 받아들었다.

 

그럼 어떻게 방법이 있습니까?”

혼자지?”

.”

그럼 고시원이나 그런 곳에 들어가.”

?”

 

복규는 당혹스러웠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금 그거 돈 조금 가지고 있는 거 가지고 괜히 월세 많이 내고 그래봤자 집주인들 좋은 골만 시키는 거야. 그 돈 조금이라도 더 쥐고 있는 것이 나을 거야. 서울에는 왜 와서 살라고?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조심해. 서울 사람들. 총각이 아는 사람들보다 다들 나쁜 사람이 분명하니까.”

 

복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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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다녔어요?”

집 알아보고 다녔어요.”

힘들었겠다.”

그러게요.”

 

복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복규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고생했어.”

뉴스에서 서울 집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저 하나 잘 집을 구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들 잘 살고 있는 겁니까?”

어떻게 하지 못해서 사는 거지.”

?”

잘 사는 사람이 어딨어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복규 씨가 보기에 서울 사람들이 잘 사는 거라고 생각을 하겠죠? 그런데 서울 사람들 다들 힘들게 살아요. 자기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일어나니까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니까 집에 오는 거야. 이게 다라고요. 괜히 내가 서울로 오라고 바람 잡은 거 같아서 미안해요.”

그런 거 아닙니다.”

 

냉면이 나오고 한나는 난도질을 하듯 가위질을 했다. 복규는 그런 한나를 보며 아이를 바라보는 미소를 지었다.

 

냉면을 그렇게 먹어요?”

나는 이렇게 먹어야 속이 편하거든요.”

뭐야? 그게?”

왜요?”

그렇게 먹으면 맛있어요?”

당연하죠.”

 

냉면을 숟가락으로 먹으면서 한나는 엄지를 들었다.

 

김한나 씨는 오늘 어땠어요?”

 

한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괜히 송아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냥 그렇죠.”

라디오는요?”

아 그거 못 하게 되었어요.”

왜요?”

다른 선배가 하기로 했다네요.”

 

일부러 별 것 아닌 듯 말하며 한나는 미소를 지었다.

 

원래 여기가 그렇거든요. 선배가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양보를 해야 하고. 뭐 그게 나쁜 것은 아니죠.”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아니에요.”

 

한나는 일부러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거 사실 못해요. 괜히 그러다가 펑크나 내고 지각이나 하면 욕이나 먹지. 차라리 나는 밤에 하는 라디오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내 목소리 막 편하지 않아요?”

아니요.”

뭐야?”

 

복규의 대답에 한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팔을 때렸다. 복규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속상하죠?”

?”

얼굴이 말을 하고 있는데.”

 

한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힘든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겁니다. 도대체 왜 괜찮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런다고 누구하나 칭찬하지 않습니다.”

오복규 씨.”

나도 말했잖아요.”

 

복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무지하게 힘들었다는 거. 그러니까 김한나 씨도 이야기를 해도 괜찮습니다.”

그게.”

내가 믿음이 가지 않아요?”

그건 아니에요.”

 

한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어느 순간부터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복규였다.

 

되게 고맙고 그래. 그런데 나만 매일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서.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나랑 사귀는 거 아닙니까? 지금 당신이 하는 생각 그대로 나에게 다 하려고. 아니에요?”

맞네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 복규와 나란히 냉면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나에게 되게 잘 해주는 선배가 있는데 알고 보니까 그 선배가 나를 제일 엿 먹이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말도 안 돼.”

그렇죠?”

 

한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냉면을 마셨다. 복규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항의했습니까?”

아니요.”

왜요?”

달라질 것이 없거든요.”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는 막 선배가 중요하고 그래요. 나 혼자서 뭐 한다고 달라질 수가 없는 거니까. 그리고 아까 말을 한 것처럼 그 시간에 라디오 어차피 자신도 없었어요. 다른 시간의 라디오로 돌아오지 않을까?”

무슨 일인데요?”

다른 시간에 하던 라디오 버리고 저한테 온대요.”

그럼 그 시간 해요.”

?”

 

한나가 잠시 멍하니 복규를 바라봤다. 복규는 진지한 눈으로 한나를 바라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거 공석 아닙니까?”

그건.”

그리로 들어가면 되는 거죠.”

두 달이에요.”

그게 뭐 대수입니까?”

?”

김한나 씨 성주도 뒤집은 사람입니다.”

 

한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런데 다른 것을 생각을 쓸 이유가 있는 겁니까? 그런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 내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믿습니다.”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복규가 믿는다는 그 이야기가 힘이 되어서 자신의 등을 미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되는 거죠?”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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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어디 다녀와?”

점심이요.”

 

아나운서 실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쏘아대는 선배를 보며 한나는 덤덤하게 대꾸햇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국장님 게시죠?”

?”

계시죠?”

? .”

 

한나는 가방을 내리고 국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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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을 한다고?”

.”

 

국장은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항의야?”

.”

김한나.”

어차피 선배님 그 시간대 버리신 거고. 그 시간에 제가 들어가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그 프로그램 곧 진행자가 바뀔 프로그램이란 말이야.”

그러니까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그 프로그램을 주시더라도 국장님이 손해를 보실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자존심에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부탁드립니다. ?”

그게.”

국장님.”

 

국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었다. 한나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국장이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한나는 그를 응시했다.

 

그래서요?”

일단 일주일.”

정말이죠?”

그래.”

 

한나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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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한나가 자신에게 와서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자 송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그 좋은 시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일단 일주일만 들어가기로 한 거지만 저는 정말 악바리로 그거 할 거거든요. 그래서 그거 제 프로그램 만들 겁니다.”

그렇게 해.”

 

송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알아. 우리 김한나 능력 좋은 사람이니까 그런 거 하나도 어렵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

 

송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치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지 마시라고요. 전혀 그런 마음 없으신 분 아니었나요?”

김한나.”

저 선배님 믿었거든요. 그리고 많이 의지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제가 왜 그랬나 싶은 마음만 들어요.”

그게 지금 도대체 무슨?”

선배님은 알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나는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송아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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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먹어요.”

어데서 자노?’

일단은 이 사람 집에서 잡니다.”

단디 해라.’

 

복규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이기실 거 같습니다.”

?’

서울이 이래 살기 힘든 동네인 줄 몰랐습니다. 집값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아마 곧 돌아갈 겁니다.”

돈 좀 줄까?’

됐습니다.”

아이다.’

 

실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니 엄만데 이 정도도 몬 해줄 거 같나? 내도 나름대로 챙겨둔 돈이 좀 있으니까. 니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가장 좋은 집이나 구해라. 그기 니가 효도하는 길이다.’

어차피 여기에서 뭘 해야 할지도 생각도 안 하고 온 겁니다. 그러니 어머니 별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래도.’

이 사람하고 저녁 먹기로 해서. 끊습니다.”

그래.’

 

복규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토해냈다. 괜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미안하고 마음 한 편이 괜히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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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하노?”

돈이 없답니다.”

돈이 와 없어?”

 

필강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임마 이거 어디서 사기 당하고 있는 거 아이가?”

자기 옆지기하고 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사기를 당한단 말입니까? 대구만 나가도 집값이 뛰는데 서울이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 당신도 주머니에 따로 차고 있는 돈 많이 있지요?”

내가 무신?”

내가 압니다.”

 

실라는 허리에 손을 얹고 미간을 모았다.

 

그 동안 내가 알면서도 괜히 모른 척 했는 줄 압니까? 다 복규 점마가 쓸 돈이 있다고 하면 줄라고 한 겁니다.”

안 된다.”

와요?”

이건 우리 돈이다.”

?”

우리 두 사람 돈이라고.”

 

필강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토해냈다.

 

자네랑 나랑 여행도 다니고. 노자로 쓸 돈인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그 놈아에게 줄 수가 있노?”

당신도 참.”

됐다. 그 놈 알아서 잘 할 기다.”

안 된다고요.”

, .”

 

실라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필강에게 가서 가볍게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즉 젊어요. 농사 더 지을 수 있는데 그 놈의 돈을 그라코롬 손에 쥐고 있다고 달라집디까?”

그래도 그 놈이 알아서 다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자네는 내가 그 녀석을 서울로 그냥 보내기를 바라는가? 나는 내 아들놈이 서울에서 혼자 고생하는 거 보고 싶지가 않아. 거기에서 다칠 것이 뻔한데.”

왜 다친대요?”

 

실라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 아가씨 있잖여요.”

그래도.”

잘 할 겁니다.”

 

실라는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필강에게 살짝 기댔다. 필강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를 믿어도 쓰겄지?”

그럼요.”

자네만 믿는 거야.”

.”

 

실라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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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아침 라디오 들어가기로 했어요.”

대박.”

 

복규는 그대로 한나를 꼭 안았다.

 

잘 했어요.”

다 오복규 씨 덕이에요.”

내가 뭘요?”

오복규 씨가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감히 그런 짓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코 아래를 비비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나는 복규의 허리를 꽉 안았다.

 

우리 예쁜 복규 씨 뭐 먹을래요?”

김한나 씨랑이면 뭐든 좋습니다.”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오늘은 내가 쏠 겁니다.”

진짜죠?”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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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른 곳에 가도 되는데.”

저는 분식집이 좋아요.”

 

김밥 전문점에 앉은 복규는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나가 이런 곳에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저 나름 돈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랑 저녁 데이트로 김밥 전문점이 뭡니까? 우리 다른 곳 갑시다.”

여기 정말 맛있다니까요?”

뭐가 맛있는대요?”

땡초 김밥이야. 알싸하고 되게 맛있어요. 지금 오복규 씨는 여기 음식이 뭐 대단해? 그런 생각 하고 있는 거죠? 그래도 여기 음식 먹으면 확 생각이 달라질 거라니까요? 정말 대박 맛있어요.”

정말이죠?”

그럼요.”

 

한나는 손을 비비며 눈을 반짝였다. 곧 참치 김밥 한 줄, 고추 참치 김밥 한 줄, 땡초 김밥 한 줄과 라볶이가 나왔다.

 

이거 다 먹을 수 있어요?”

당연하죠.”

 

먼저 국물을 마시고 한나는 입맛을 다셨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는 한나를 보며 복규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맛있게 먹는 그녀의 모습이 예뻐보였다.

 

오복규 씨는 안 먹어요?”

먹습니다.”

 

복규는 흐뭇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땡초 김밥을 입에 넣었다. 괜찮은데? 라고 하는 순간 복규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매워요?”

아니 그러니까.”

맵구나.”

 

한나는 황급히 물을 건넸다. 복규는 입에 연신 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걸 왜 먹어요?”

맛있으니까요.”

이게 맛있어요?”

당연하죠.”

 

땡초 김밥을 우물거리며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 스트레스 받고 그럴 때 이 음식 먹으면 확 날아가고 그러거든요. 그리고 입 안도 확 깔끔해지고.”

아니 자기를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려고 하는 겁니까? 이 매운 김밥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더 많이 생기는데. 도대체 이렇게 매운 것을 왜 먹는 거예요? 입에서 그냥 불이 나려고 하잖아요.”

 

오복규 씨 말 많아지네.”

 

한나는 웃음을 참으며 참치 김밥을 앞으로 내밀었다. 복규는 침을 꿀꺽 삼키고 참치 김밥 몇 개를 입에 넣고 장국도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매운 것도 못 먹고. 아이네.”

체질입니다.”

그래요. 체질.”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숨을 내뱉었다.

 

나는 절대로 못 먹겠습니다.”

그러면 뺏지 마요.”

 

한나가 맛있게 김밥들을 먹는 것고 거기다가 라볶이까지 먹는 것을 본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가 먹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