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좋은 날
“반응이 괜찮아.”
“그래요?”
“특히 어제 마지막 노래 좋았대.”
작가의 말에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해줬으면 하는 그런 위로였다.
“사람들은 모두 다 위로를 듣고 싶어하잖아요. 그런데 그 노래가 위로를 준 거니까. 그래서 기분이 좋은 거죠.”
“나보다 나아.”
“감사합니다.”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주일이었지만 남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 하기 싫었다.
“그냥 하지 그래?”
“네?”
“우리 라디오 말이야.”
“아니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대단한 사람이 그 시간으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제 자리가 어디에 있어요?”
“일단 두 달 하지 그래?”
“네?”
“개편까지.”
“그게 될까요?”
“그럼.”
작가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그 시간에 누가 들어올지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어. 그냥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 시간이 생각보다 청취율이 잘 안 나오고 그랬거든.”
“아.”
“요즘 조사 기간인 거 알지?”
“네? 네.”
“잘 해.”
작가는 어깨를 두드렸다.
“김한나가 지방에서 그 파란을 일으켰으면 서울에서도 한 번 바람을 불러올 수가 있는 거 아닌가?”
“그게.”
“할 수 있어.”
작가의 말에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안 된다는 곳도 다시 뒤집고 온 한나였다. 굳이 여기에서 물러나고 아무 것도 못한다고 생각을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잘 할게요.”
“이것 먹어요.”
“이게 뭐예요?”
태민은 자신의 집에 온 복규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반찬입니다.”
“반찬이요?”
“혼자서 제대로 못 먹는 거 같아서요.”
태민은 밝은 미소를 짓고 복규를 집으로 끌어당겼다. 복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끌려갔다.
“누나 라디오 잘 들었어요.”
“그렇습니까?”
“정말 예쁘네요.”
복규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말입니까?”
“누나가 그쪽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아니었어요?”
반찬들을 모두 자신의 통에 담고 깨끗이 설거지까지 마친 후 태민은 과일을 가득 채워서 다시 돌려주었다.
“어차피 여기에 과일 많고 그런 것은 알지만 제가 어머니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네요.”
“이런 거 안 해도 됩니다.”
“그래도요.”
태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신세를 지는 걸요.”
“알겠습니다.”
“누나 걱정 되는 거죠?”
복규는 태민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지금 얼굴에 다 보이거든요?”
태민은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서 복규에게 던졌다.
“그러니까.”
“괜찮을 겁니다.”
태민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나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보다 그쪽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누나는 절대로 쉽게 포기하거나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누나는 그쪽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 더 신경을 쓰고 있을 겁니다. 누나가 그러는 거 싫잖아요.”
“그렇죠.”
“그러니 마음을 놓아요.”
복규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습니다.”
“누나는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렇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라디오 잘 들었습니다.”
‘오 들었어요?’
“당연하죠.”
‘어때요?’
“좋았습니다.”
‘다행이다.’
한나의 밝은 목소리에 하루 종일 혼자서 했떤 모든 고민이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드는 복규였다.
“그런데 정말로 딱 일주일만 하고 마는 겁니까? 라디오 은근히 김한나 씨랑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일단은 두 달 하자고 그러던데요?’
“정말입니까?”
‘네.’
“다행이에요.”
‘왜 오복규 씨가 더 좋아해요?’
“그러게요.”
한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숨소리.
‘고마워요. 오복규 씨가 나를 그렇게 응원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당신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오복규라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이런 거 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럴 리가요.”
‘맞다니까요?’
복규는 흠수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가 자신으로 인해서 힘을 얻는다고 하니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우리 정말로 이렇게도 괜찮은 거죠?”
‘네?’
“장거리 연애요.”
‘당연하죠.’
“그럼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나의 침묵에 복규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신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건지. 한나가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을 하는 순간.
“그래요.”
‘정말로요?’
“네. 괜히 여기에 와서 심심하게 있는 것도 그렇고. 내가 주말마다 내려가면 되는 거고요. 안 그래요?”
‘고맙습니다.’
“아버님 걱정이 되는 거죠?”
‘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좋은 사람이었다. 효자는 별로 좋은 타입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아버님께 잘 해요.”
‘잘 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요.”
한나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봤다.
“잘자요.”
‘김한나 씨도 잘 자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는데도 심장이 막 두근거렸다.
“굿모닝 FM 김한나입니다. 어제 정말로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는데요. 제가 잘 한다는 이야기. 아니면 못 한다는 이야기.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참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저 이 자리 제대로 지킬 거거든요. 오늘은요. god가 부릅니다. 하늘색 약속으로 시작할게요. 노래 듣고 전하는 말씀 듣고 오겠습니다.”
한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편한 노래. 익숙한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한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물러날 곳은 없었다.
“오늘 잘 했어요.”
“감사해요.”
“어제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
“그래요?”
“잘 했어.”
무뚝뚝한 PD의 칭찬에 한나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내일 봐.”
“네. 들어갈게요.”
아나운서 실에 들어가니 여전히 냉랭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커피 드실 분 있으세요?”
한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외쳤다.
“제가 사올게요?”
다들 조용했다. 한나는 씩 웃으면서 지갑을 들었다. 아직은 낯설 거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 달라질 거였다.
“아버지 저 서울 안 갈 겁니다.”
밥을 먹던 필강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기 무슨 말이고?”
“서울에 가고서야 알았습니다. 그곳이 제가 생각을 한 것처럼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들.”
실라는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 죄송합니다.”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아버지랑 왜 그렇게 싸웠는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기에서가 가장 저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저 답게 살 겁니다.”
“내는 모르겠다.”
필강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지랄을 하면서 서울에 가겠다고 생 난리를 치고 도대체 갑자기 와 이라는 건지 모르겄다.”
“그냥 남고 싶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고 집에 들어오겠습니다.”
실라와 필강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다시 복규를 바라봤다.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한 동네에 사는데 무슨 원수를 진 것도 아니고 따로 살 이유가 있을까. 그게 궁금해서요.”
“아들.”
“그리고 그 집은. 팔아서 친어머니 드리려고요. 그래도 그 집에서 쫓겨났다고 하는데 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여자가 그카드나?”
“그만 두세요.”
실라는 필강의 다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복규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도 되는 거죠?”
“그래.”
실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하고픈 대로 하거라.”
“죄송합니다.”
복규는 실라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어머니께 이런 것을 여쭙고 했어야 하는데 제가 괜히 고집이 세서 어머니께 여쭙지도 않고 했습니다.”
“내가 무신 상관이고?”
“어머니니까요.”
실라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무리 너를 길러줬다고 하더라도 니가 니 생모랑 만나고 그러는 것을 막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니가 알아서 하는 거여. 거기에 내가 뭘 할 수가 있겄냐? 니가 잘 하면 되는 거다.”
“네.”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디오 좋던데요?”
“어?”
후배 아나운서 말에 한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사무실에서는 눈치가 보이지만. 아무튼 좋았어요.”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멀어지는 후배를 보며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맛없다.”
혼자서 밥을 먹는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 맛있는 반찬도 혼자서 먹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되게 쓸쓸하네.”
전에는 이런 거 하나 몰랐다. 하지만 복규와 시간을 보내면서 혼자가 얼마나 쓸쓸한 건지 이제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정말 싫어.”
한나는 입을 내밀고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또 안 온 단다.”
“정말.”
복녀의 말에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아무리 그래도 내 얼굴도 안 보고 살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라디오 잘 듣더라.”
“네?”
“니 엄마 라디오 듣는다고.”
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요?”
“니 엄마가 어데 니 얼굴을 볼 용기가 나겄나? 내 때문에 니 아부지를 그렇게 보낸 사람인데.”
“그게 왜 엄마랑 이모 탓이야. 정말 내가 나쁜 년이라서 그런 거지. 아빠가 사고가 난 것이 두 사람 탓도 아니고.”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누구를 미워한다고 달라질 것도 하나 없었다. 혼자서 외로워하는 것보다 그나마 사랑할 수 있는 사람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나았다.
“내가 집으로 갈까요?”
“아직은 아녀.”
“왜?”
“아즉 니 엄마 너한테 많이 미안해하고 그려. 그러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줘.”
“속상해.”
“나도 그렇다.”
복녀는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우리 한나가 나이를 먹더니 달라졌네. 나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보려고 하고 말이여.”
“그래도 가족이니까.”
“그렇지.”
복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복녀를 바라봤다. 가족. 이게 자신의 빈 자리였다.
“그놈에게 그리 말을 했는가?”
“여보.”
“돈을 줄 텐게 멀어져주게.”
필강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녀석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여기를 왜 와?”
“내가 갈 곳이 어디가 있어요? 그래도 아들 하나 있으니까. 여기에 와서 비비려고 하는 거잖아요.”
“힘들어했어.”
필강은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자기 엄마가 사라졌다고.”
“여보.”
“자기 탓이라고 했어!”
필강의 고함에 은숙은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어요.”
“자기가 공부를 못 해서. 그래서 엄마가 떠났다고. 늘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꼈던 그런 놈이여.”
“그래요?”
“그런데 여기를 왜 와?”
“여보.”
“자기 집 판다고 하네.”
은숙은 물끄러미 필강을 바라봤다.
“그럼 돈은 얼마나?”
“사람이 맞는가?”
“그럼 어떻게 해요? 당장 먹고 살 것도 한 없는데. 카페라도 어디에 하나 내야 겨우 살 것 같은데. 그집에서는 돈도 한 푼 못 받고 그냥 쫓겨났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요?”
“그걸 왜 여기에 와서 그려?”
필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품에서 통장 하나를 꺼내 은숙에게 건넸다.
“그 녀석에게 그래도 조금이나마 좋은 엄마로 기억에 남도록 혀. 그게 그 놈아를 위할 수 있는 거니까.”
“여보.”
“그리고 제발 여기 오지 마.”
필강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잘 했어요.”
“감사합니다.”
라디오는 조금씩 몸에 맞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즐거웠다. 오히려 길이 막히지 않아서 좋았다.
“반응도 괜찮아졌어.”
“그래요?”
“김한나 씨 욕하면 다른 사람들이 막는다니까?”
“오.”
한나는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PD님?”
“어?”
작가의 부름에 PD는 헛기침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해주지.”
“네?”
“더 하라고.”
작가는 싱긋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김한나가 생각보다 라디오를 잘 해서 정식 DJ가 오기 전까지는 그냥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이죠?”
“그래.”
“김한나 대단해.”
“국장님 덕분이죠.”
국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래도 국장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아침 라디오 들어가지도 못했잖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 자리에 가건 자기 자리를 만들고 그것을 자기 자리로 만든 것은 김한나 네 능력이야.”
“네?”
한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국장이 이렇게 칭찬을 한 적이 없기에 더 당혹스러운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잘 하는 거라고.”
“감사합니다.”
한나는 허히를 숙였다.
“커피 드실 분!”
오늘도 조용했다. 그렇게 아무도 없나 했는데 어제 그 후배 아나운서가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님 저도 커피 사주세요.”
“어?”
“싫으세요?”
“아니.”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자.”
‘언니 여기 되게 이상해요?’
“왜?”
‘막 바쁘고.’
“그래도 잘 해.”
한나는 별나와 통화를 하며 빨대로 커피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 그래도 거기에 너처럼 자기 프로그램 론칭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이야.”
‘그래도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요.’
“내가 한 번 내려가?”
‘정말요?’
“그럼. 주말은 쉬니까 내려갈게.”
‘정말이죠?’
“그래.”
‘언니 쉬어요.’
“어.”
한나는 전화를 끊고 품에 전화를 안았다. 조금씩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이게 정답이었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일이었다. 다른 것은 없었다
“누구에요?”
“성주서 같이 하던 작가.”
“아.”
“왜?”
“아니요.”
후배 아나운서는 고개를 저었다.
“신기해서요.”
“뭐가?”
“솔직히 선배 그런 거 되게 싫어하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런데 한 번 내려갔다가 오니 달라진 것 같아서요.”
“그래?”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얼마나 이간 말종이었는지 든는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이제 달라지려고.”
“저도 그래야 하는데요.”
“왜?”
“라디오도 더 하기로 하셨다면서요?”
“응.”
“솔직히 송아 선배 싫어요.”
후배 아나운서는 커피를 한 모금 하면서 입을 내밀었다.
“누구 막 미워하게 하고.”
“그래도 그러지 마.”
“네?”
한나가 자신을 말리자 후배 아나운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같은 아나운서 실 식구들끼리 그럴 이유 하나 없잖아. 안 그래? 우리 국끼리라도 좀 친해지자고.”
“그래도 송아 선배는.”
“안 들어도 됩니다.”
한나의 미소에 후배 아나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런데 나랑 이렇게 다녀도 되는 거야? 다른 아나운서들은 나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송아 선배가 더 잘 나가니까요. 아무래도 눈치도 보이고. 이것저것 신경도 쓰이고 그러는 거죠.”
“그래?”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하나도 안 힘들어.”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무슨 비밀?”
“저는 라디오 선배님 거 들어요.”
“그래?”
“그리고 다들 선배님 거 들어요.”
한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후배를 바라봤다.
“정말?”
“네. 아침에 어차피 두 분 시간 같잖아요. 그래서 다들 선배님 거 들어요. 그게 더 편하니까. 지금처럼만 하세요. 그러면 달라지실 거예요.”
후배의 응원에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 것 아닌 응원 같았지만 묘하게 힘이 느껴졌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 소설 창고 > 퍼펙트우먼[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7장. 폭탄] (0) | 2014.08.21 |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6장. 위로] (0) | 2014.08.20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4장. 데이트 놀이] (0) | 2014.08.18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3장. 부딪침] (0) | 2014.08.15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2장. 반전] (0) | 201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