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4장. 데이트 놀이]

권정선재 2014. 8. 18. 07:00

34. 데이트 놀이

아 좋다.”

그러게요. 날 정말 좋네.”

 

여름이어서 햇살은 따가웠지만 이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할 정도로 눈부신 아침이었다.

 

오늘 무지하게 덥겠죠?”

그렇겠죠?”

 

한나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였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그녀였다. 서웆에서 찜통 더위를 피해왔다고 생각을 했더니 이제는 서울에서의 더위가 그녀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싫다.”

그럼 오늘은 집에만 있을까요?”

아니요.”

덥다면서요.”

아무리 더워도요. 오복규 씨가 서울까지 왔는데 덥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 나가요.”

미안하잖아요.”

아니요.”

 

한나는 씩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습니다.”

 

복규는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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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정말 좋다.”

덥지 않아요?”

딱 좋아요.”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목에 매달고 있는 선풍기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뭐 하고 싶어요?”

글쎄요.”

하고 싶은 거 없어요?”

그냥 김한나 씨랑 있으면 됩니다.”

그런 거 말고요.”

 

한나는 검지를 물고 고개를 갸웃하다 씩 웃었다.

 

경복궁 가봤어요?”

경복궁이요?”

안 가봤죠?”

.”

경복궁 가요. 우리.”

이 날에요?”

서울의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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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죠?”

그러게요.”

 

두 시간 남짓 경복궁을 돌고 온 한나는 곧바로 커피 전문점에 테이블에 엎드렸다. 더위에 몸이 녹을 것 같았다.

 

무슨 날이 이렇게 덥죠?”

그러게.”

오복규 씨는 안 더워요?”

견딜만 한 걸요?”

 

땀도 몇 방울 흐르지 않는 복규를 보며 한나는 한숨을 토해냈다. 워낙 더운 곳에서 일을 하는 통에 이 정도는 덥게 느껴지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정말 대단해요.”

고마워요.”

뭐가요?”

나랑 다르게 김한나 씨는 더위도 많이 타는데 같이 걸어주고 있는 거잖아요. 이걸로도 고맙습니다.”

됐어요. 좋아하는 사이니까 그런 거죠.”

 

한나는 얼굴을 붉히며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규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왜요?”

벌써 끝이라고요?”

그럼요?”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 되는 거죠.”

 

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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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이 이런 곳이었군요?”

. 은근히 데이트하기 좋고 사진을 찍기도 나쁘지 않아요. 곳곳에 한옥들과 카페도 잘 어울리고요.”

그러네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슨 순례를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걸로도 즐거웠다.

 

좋다.”

나도 좋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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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꼭 와보고 싶었어요.”

왜요?”

쌈짓길?”

. 거기요.”

왜요?”

아니. .”

 

한나는 입을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솔직히 요즘의 인사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내가 어릴 적 오던 곳과 많이 달라요.”

뭐가 다른데요?”

아주 어릴 적에 엄마랑 아빠랑 같이 인사동에 왔다가 생강엿을 먹은 기억이 있어요. 그게 나에게 되게 큰 기억으로 남아있거든요. 그 자체가 되게 행복하고. 즐거운 그런 기억. 그런데 요즘 인사동은 그런 게 없어요. 그냥 쇼핑만 하는 장소고.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갤러리도 많고 거리도 예쁜대요.”

뭐 그렇죠.”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규는 그녀의 낯을 가만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쌌다.

 

뭐야? 더워요.”

누구나 익숙한 장소는 다 변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건 사라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김한나 씨의 기억에 그냥 남아있는 거니까 그렇게 쓸쓸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러면 더 서글퍼지잖아요.”

그런 생각 안 하려고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모르게 돌아가신 아빠를 생각하면서 서글퍼졌기에 고개를 저었다.

 

저기 갈래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잖아요.”

간판이 한글이잖아요. 귀엽지 않아요?”

뭐 사랑스럽기는 하네요.”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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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땠어요?”

좋았어요.”

 

집 앞 식당에서 고기를 구우면서 나온 복규의 대답에 한나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진짜 잘 놀았다.”

그러게.”

나 진짜 열심히 돌아다닌 거 알죠?”

. 알고 있습니다.”

내일도 열심히.”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한나의 앞접시에 고기를 건네주며 보귝는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씨가 나 때문에 일부러 고생하고 그러는 거 나 정말 싫어요. 그러면 부담스럽고 그러잖아요.”

뭐가요?”

그리고 내일 아침 내려가요.”

?”

 

한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복규가 내려가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갈 줄은 몰랐다.

 

이게 뭐예요? 당분간 일이 그다지 바쁘지 않아서 서울에 온 거 아니었어요? 바쁘고 그런 거예요?”

아니요. 막 바쁘고 그렇지는 않고요. 김한나 씨도 일을 하는 사람이고. 주말 말고는 시간도 잘 없잖아요.”

낮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저녁부터 나랑 다니면 되는 거죠. 내가 되게 신경도 못 쓰고 그래서 그러는 거죠?”

뭐 그런 것도 있고요. 어차피 내일 내려가야 하는 건데. 괜히 늦게 내려가면 김한나 씨가 피곤하기만 할 것 같고요. 내려가서 부모님하고 할 이야기도 있고. 나는 충분히 즐거웠어요.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 마요.”

그래도 미안하죠.”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뭐 잘못한 거 같아.”

그런 거 아니래도요.”

 

복규는 손을 내밀어서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요.”

우리 고맙다는 말 되게 많이 하는 거 알아요?”

그런가?”

우리 정말 서로에게 고마운 게 많은가보다.”

그렇죠.”

 

복규는 손을 거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기를 우물거리고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한나는 그런 복규를 바라보며 작게 웃고는 소주를 들이켜고 캬 소리를 내며 복규가 넣어주는 고기를 먹었다.

 

맛있다.”

내가 먹여주니 더 맛있죠?”

.”

서울로 오는 거 다시 생각을 해보려고요.”

 

한나는 다시 한 번 복규를 바라봤다. 오늘 복규가 왜 이렇게 폭탄을 연신 터뜨리는 건지 불안한 그녀였다.

 

왜요?”

서울은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닌 거 같아요.”

뭐가요?”

너무 빨라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봐야만 하는 것만 본 채로 앞으로만 걸어가죠. 거기에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다들 그런 거 아닌가요?”

그래도 자기를 보는 여유는 있어야죠.”

여유.”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규의 말이 맞았다. 자신과 동료들은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 아버지 허락도 받지 못했거든요. 아버지 허락도 없이 서울로 오는 것 마음에 걸리고 그랬어요.”

많이 싫어하세요?”

아무래도요?”

죄인 된 거 같아.”

 

한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괜히 내가 부자 사이에 끼어들어서 이간질하고 그러는 거 같아요. 나 이런 거 되게 기분 나쁘고 그래요.”

아니요. 김한나 씨가 있어서 오히려 더 아버지랑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김한나 씨가 아니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거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부딪치기만 했을 걸요?”

그래도요.”

김한나 씨 덕분입니다.”

 

한나는 겨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기를 한 점 더 우물거렸다. 복규는 손을 내밀어서 한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 장거리도 잘 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이렇게 오가며 만나면 되는 거예요.”

그런 거 맞죠?”

그럼요.”

 

불안했지만 복규의 다정함에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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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사람 많구나.”

혼자 올 수 있다니까요.”

그래도요.”

 

기차역까지 나온 한나에 복규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한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복규의 손을 꼭 잡았다.

 

이렇게라도 오고 싶었어.”

내가 그냥 가서 미안하고 그런 거예요?”

.”

그런 거 싫은데.”

그런 마음이 드는 걸.”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또 사과.”

김한나 씨로 인해서 우울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그 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서울에서 보니 아무 것도 아니라서. 정말 내가 너무나도 가난한 사람이었구나. 그 생각이 들어서 지금 우울한 거거든요. 그래도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주고 정말 고마워요.”

다시 올 거죠?”

당연하죠.”

 

한나는 주위 눈치를 보더니 복규의 목을 끌어당기고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요. 갈게요.”

. 플랫폼은 안 가요.”

.”

 

복규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한나는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 몸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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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왔어?”

그냥 왔어요.”

 

실라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들 돈이 없어서.”

아닙니다.”

 

실라의 말에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도 일을 해야 하고. 나는 거기서 그냥 놀기만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그 사람이 가라고 했냐?”

아닙니다.”

그래도?”

저 좀 쉴게요.”

그려.”

 

실라는 한숨을 내쉬며 복규의 등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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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한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멈췄다. 하수가 자신의 집 앞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오는 거야?”

여기 왜 왔어?”

친구한테 그게 뭐야?”

돌아가.”

김한나.”

나는 네 친구 아니야.”

 

한나는 하수를 밀쳐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하수는 현관문을 잡고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지.”

이거 놔.”

나 혼자서 그런 것 같아?”

뭐라고?”

 

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동영상을 찍는다고 그거 사람들이 봐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네 선배가 그런 거라고.”

그런 거 하나 중요하지 않아.”

 

한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정말로 내 친구라면 다른 누가 이런 짓을 하자고 할 때 그냥 외면해야 했을 테니까. 안 그래?”

김한나.”

은하수 비켜.”

 

한나는 거칠게 하수를 밀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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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집에 들어선 복규의 얼굴이 굳었다.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말 했잖아. 아들 집에서 살려고 한다고.”

나가세요.”

내가 갈 곳이 없어.”

 

은숙을 거칠게 끄집어내려던 복규의 몸이 멈춰섰다. 그리고 그는 슬픈 눈으로 가만히 은숙을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쫓겨났어.”

왜요?”

다른 여자가 좋대.”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게 지금 도대체 무슨?”

버림 받았다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

어머니가 그런 일을 당하시는 것은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이미 저를 버리고 가신 분이 지금 저랑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래도 알아서 사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들.”

 

은숙은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이 엄마가 싫어도 그렇게 밀어내고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최소한 이 엄마를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제가 왜요?”

?”

돈 드리겠습니다.”

 

복규는 덤덤히 대꾸했다.

 

대신 이 집에서 나가세요.”

그러니까 엄마는.”

경찰 부를까요?”

 

은숙은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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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모닝 FM 진행을 맡게 된 김한나입니다. 원래 이 시간에서 방송하시던 채송아 아나운서는 지금 옆 방송 좋은 아침 7시로 갔거든요. 혹시라도 채송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궁금하신 분은 옆 방송국 가시면 되고요. 저는 오늘부터 일주일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 시간을 맡도록 열심히 방송 할게요. 오늘 첫 곡입니다. 요즘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 남자로 손에 꼽히는 에릭 남이 부르는 천국의 문입니다.”

 

한나는 심호흡을 하고 모니터를 응시했다. 역시나 자신의 욕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었고 끝까지 나가야 하는 거였다.

 

오늘 제가 이 시간에 들어온 것을 가지고 제가 혹시라도 선배 자리를 빼앗은 거냐는 말이 많군요?”

 

PD의 얼굴이 굳어졌다. 작가도 손으로 가위를 그리고 난리가 났지만 한나는 물러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선배가 워낙 이 시간 라디오를 잘 하신다고 하셔서 다른 곳으로 불려가게 되셨어요. 그래서 제가 일단 떔빵으로 들어온 건데. 어떻게 될지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 할 겁니다. 7743. 뻔뻔하게 방송 하는 구나. 알겠어요. 저 되게 뻔뻔하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아침 일주일 간 제가 무조건 지킬 겁니다. 오늘 아침 도로 교통 상황 어떤지 연결해서 들어볼게요. 연결 되었나요?”

 

한나는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의 악플도 하나하나 다 바라보면서도 표정 하나 구기지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에 아슬아슬한 방송이 이어지고 한나는 밝은 미소로 마지막 멘트를 쳤다.

 

오늘 두 시간 라디오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일주일. 라디오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미워해주시는 분들. 모두 저를 사랑해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건 하나님도 못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무조건 미워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오복규 사랑해! 이런 거 욕먹을 거죠?”

 

한나는 귀엽게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오늘 마지막 곡입니다. . 원래 PD님은 다른 곡을 적어주셨는데 저는 이 노래가 듣고 싶어요.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울하고 힘든 분들도 이 노래 듣고 힘내세요! 모두 예쁘거든요? 백퍼센트의 노래 니가 예쁘다.입니다. 오늘 아침 굿모닝 오늘도 굿데이. 저는 굿모닝 FM 김한나였습니다.”

 

한나는 해드셋을 버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밖으로 나가니 PD가 난리를 치는 것이 보였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뭐 하자는 거야?”

죄송해요.”

누구 죽는 꼴을 보려고 그래?”

그러게요.”

?”

반응은 어때요?”

나쁘지는 않아.”

 

작가의 대답에 한나는 물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일주일이잖아요.”

나 참.”

잘 부탁드립니다.”

 

한나는 PD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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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복규 좋겠네.”

시끄럽다.”

 

득수는 낄낄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방송하는 애인 없는 사람은 어디 설 자리도 없네. 니가 이리 사랑을 받는 줄 내는 하나도 몰랐다.”

햄 진짜로 이럴 기가?”

이럴 기다.”

!”

?”

 

득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너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해준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좋아한다는 거 아이가?”

그래도 마냥 기분 좋은 것은 아이다.”

그냥 좋아해라.”

 

득수는 미소를 지으며 복규의 어깨를 두드렸다. 복규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분 좋네.”

니가 예쁘다 안 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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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안녕하세요.”

 

라디오를 마치고 오는 송아를 향해서 한나는 밝게 인사했다.

 

방송 잘 하셨어요?”

? .”

 

송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신경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한나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제가 무조건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 더 잘 알고 있거든요. 선배님도 어쩔 수 없을 테죠.”

너 뭐니?”

?”

 

송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선배님.”

나는 너 엿 먹인 거야.”

그런데요?”

뭐라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건가요?”

 

한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말씀을 드렸잖아요. 저 처음에는 선배님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렇다고 네가 지금.”

선배님 자유에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선배님 감정 하나하나까지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다고요. 그건 선배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

제 감정 만지시려고요?”

그러니까.”

안 되는 거죠?”

 

한나의 물음에 송아는 대답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더 청취율 높은 라디오에서 일주일이라도 DJ하는 거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감사해요.”

 

한나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선배님이 만일 이 시간 가져가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대신 라디오로 들어가지 못했을 테니까요.”

너 정말.”

왜요? 제가 미우세요?”

 

한나는 물끄러미 송아의 눈을 바라봤다.

 

그래서 저를 그렇게 괴롭히신 건가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동영상도 선배님이 사주한 거라면서요?”

 

송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러니까 그건.”

원망하지 않아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끝이 난 일을 가지고 괜히 송아를 협박하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더 이상 송아가 자신을 우습게 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전부였다. 한나는 송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멀어졌다. 송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명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