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
“안녕하세요? 두 달 동안 저와 같이 라디오 산책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맨 처음 말씀을 드린 것처럼 이제 제대로 된 DJ가 와서 제가 이 자리를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를 사랑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없더라도 저희 라디오 많이 들어주세요. 오늘 첫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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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했어.”
“그래요?”
작가는 선물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보면 모르니?”
“선물인 것은 아는데 왜 줘요?”
“그래도 우리 라디오 잘 해준 것이 고마워서 그러지. 이렇게 가는 것도 인연이니까. 어디에서건 잘 할 거야.”
“그런 거 하나도 안 반갑거든요. 같이 가자고 하니까 그건 죽어도 싫다고 하시면서. 이게 뭐예요.”
한나는 입을 내밀면서도 작가를 꼭 안았다.
“감사해요.”
“뭐가 감사해?”
“다들 막나가는 저를 받아주신 거잖아요. 그 난리를 치는 와중에서도 저를 믿어주신 거였고요.”
“그럼 우리가 누구를 믿어? 우리가 같이 방송을 하는 것은 채송아가 아니라 김한나인데. 그리고 솔직히 자기는 국장님 스타일 아니야.”
“내가 그 친구랑 동기니까.”
PD의 무뚝뚝한 말까지 듣고 한나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두 사람을 꼭 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했어요.”
“자기 잘 해야 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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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정말 가시는 거예요?”
“응.”
한나는 후배 아나운서의 손을 잡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기만 여기에서 도망을 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막 뉴스도 하고 라디오도 하고. 나름 선배 아나운서 티도 나고. 멋있어지는 것 같아.”
“당연하죠. 선배님도 더 멋있어지세요. 다른 사람들하고 다른 것을 선택을 하시는 거니까. 뭐 지금도 충분히 멋지지만.”
“그럴 거야. 국장님은?”
“안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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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김한나 정말 가는 거야?”
“네.”
국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그 동안 너를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이렇게 냉큼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하는 거야?”
“에이 이 정도면 의리 지킨 거 아니에요?”
“의리는.”
“맞는데?”
한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감사해요.”
“너 이러면 안 돼.”
“그러니 같이 가자니까요?”
“됐다.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미친 거야. 내 마누라 성격을 네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하긴 국장님 나이에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좀 그렇죠?”
“그래.”
“감사했어요.”
“조심해서 가.”
“네.”
한나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러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 좋은 날 왜 울어?”
“그러게요.”
“다 잘 되는 거야.”
“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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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리 뭐 마려운 강아지 맨키로 이라는 기가?”
“외삼촌 김한나 씨 온다 안 캅니까?”
“그래서 이러나?”
필강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 큰 사내놈이 지금 뭐 하는 짓이고?”
“아버지는 와 그러십니까?”
“한심해서 그런다.”
“좋아서 그럽니다.”
복규의 미소에 필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는 니가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도대체 와 이라는 긴지. 도대체 와 이리 미련하게 구는 기고?”
“좋아서 이러는 겁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지금 이런 생각 전혀 가지지 못했을 테니까. 그 사람 덕입니다.”
“대단하다.”
“와 그랍니까?”
실라는 복규의 손을 잡으며 입을 내밀었다.
“당신이 아한테 뭐 하나 해준 거 있습니까?”
“그래 없다.”
“없는데 와 이랍니까?”
“내 이거 서운해서.”
필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실라는 밝게 웃으면서 복규와 같이 집을 꾸미는 일을 도왔다. 득수도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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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짐은 다 챙긴 거야?”
“응.”
“넓네.”
“그렇지?”
하수는 한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는 거야?”
“응.”
한나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에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무리 그래도.”
“은하수.”
한나는 하수의 손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 내 친구잖아. 그러면 일단 내가 하는 일에 무조건 응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물론 내가 보더라도 되게 불안하고 그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까지 그렇게 불안하게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래.”
하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나 진짜 불안해.”
“나도 그래.”
“그런가?”
“아무튼 모르겠다.”
“잘 지낼 수 있어.”
하수는 한나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꼭 안았다. 한나도 미소를 지으며 하수의 등을 두드렸다.
“우리 은하수 이렇게 여렸나?”
“너는 몰랐니?”
“응. 나는 너 용가리 통뼈인 줄 알았어.”
“뭐?”
“걱정해줘서 고마워.”
한나는 다시 몸을 떼고 하수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수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같이 가야 하는데.”
“일이 있는 애가 무슨. 나는 지금 네가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 알고 있어.”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리고 뭐 일이랄 거 있나? 어차피 트럭에 짐 다 싣고 내려가는 거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고경표 씨가 도와준다고 하는데 그거 받지?”
“그건 싫어.”
한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오복규 씨가 질투할 걸?”
“언제 제대로 소개를 시킬 거야?”
“지난번에 인사는 했잖아.”
“그건 대충이고.”
“기회가 되겠지.”
한나는 벽에 기대서 집을 바라봤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묘하다.”
“여기에서 더 잘 된 것 같아.”
“그런가?”
“응.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거니까.”
“그게 정말 그런 선택이면 좋겠다.”
“너니까 잘 할 거야.”
하수의 말에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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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가 우리를 왜 다 보자고 한 겁니까?”
“나는 모르지.”
충헌의 투덜에 문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기다리는데 별나가 카페로 먼저 들어왔다.
“잘 지내셨어요?”
“유별나. 대구에서 잘 지내?”
“아니요.”
별나는 곧바로 테이블에 무너져 내렸다.
“아니 거기 사람들은 저를 완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거 있죠? 성주에서 왔다고. 진짜 너무해요.”
“그 싸가지들.”
“뭐 어쩔 수 없지.”
문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거기도 나름대로 룰이 있으니까.”
“그래도 속상해요.”
“일단 참아.”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요.”
별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언니가 왜 보자고 한 거래요?”
“그러니까.”
“다들 오셨네요.”
한나가 밝은 표정으로 카페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세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러니까 지금 사직서를 냈다고?”
“네.”
“언니 미쳤어요?”
“왜?”
“아나운서에요.”
“그런데?”
한나는 커피를 시키고 어깨를 으쓱했다.
“꼭 두웨이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건 그 일을 할 수 있는 거고. 그다지 나랑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거든.”
“그럼.”
“우리 방송국 만들어요.”
“어?”
“작지만 해봐요.”
한나의 말에 세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한나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나마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문대였다.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누가 우리 방송을 본다고? 아니 애초에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
“만드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죠. 이미 우리는 그런 식으로 방송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잖아요.”
“안 돼.”
충헌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방송이 뭐 장난이라고 생각을 하나? 자본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일인대?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거야?”
“해보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요즘 지역 방송국도 많이 생기고. 라디오도 있고요.”
“그런 거야.”
“저는 해보고 싶어요.”
별나는 눈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는 별나의 손을 꼭 잡고 문대와 충헌을 응시했다. 문대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할 수 있어?”
“PD님.”
“왜?”
“아니 지금.”
충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겁니까? 이 조그만 동네에 무슨 방송국이에요? 문을 닫기 십상이지. 안 그래요?”
“일단 유투브에요.”
한나는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그렇게 했잖아요. 그러다가 실패를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두 분 아무 것도 안 하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어?”
한나의 물음에 순간 충헌이 할 말을 잃었다. 한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하지 그래요? 저희 뭔가를 해봐요.”
“그래 해봐요.”
별나까지 나서자 충헌은 한숨을 토해냈다.
“조합비나.”
“기계 그거 저희가 써도 된대요.”
“뭐?”
“일단 저희가 뉴스 같은 거 송신하는 거 그대로 제대로 봐주고 그 대가로 방송국 시설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준대요.”
“그게 정말이야?”
“네.”
한나의 말에 문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쉬울 것 같은데?”
“PD님.”
“일단 해보자고.”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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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여기에 온 겁니까?”
“네.”
복규는 한나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짓다가 금세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꼭 안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대책 없이 행동을 하는 겁니까? 나보다 누나면 조금 더 어른스럽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러는 거거든요.”
한나는 입을 내밀면서 고개를 뒤로 해서 복규의 눈을 바라봤다. 복규는 그런 한나를 보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완전 귀여운 거 알아요?”
“나도 내가 귀여운 거 알고 있거든요.”
한나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복규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한나는 복규의 허리를 꽉 안았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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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기에 사는 거야?”
“응.”
“다행이다.”
“왜?”
“이 동네에 젊은 사람이 없어.”
태민은 입을 내밀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도 오복규 씨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은 완전 무뚝뚝하고. 별로 나랑 안 맞는 타입이라니까?”
“지난번에는 형님이라며?”
“하지 말래.”
“왜?”
“사랑의 라이벌이라고.”
“뭐?”
한나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저 간호사랑 같이 영화도 봤다면서?”
“응.”
“그럼?”
“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태민의 머리를 한나는 세게 때렸다. 태민은 머리를 문지르면서 울상을 지었다.
“왜 때려?”
“너는 진짜 인간쓰레기야.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는 잘 해주면 안 되는 거거든. 너는 그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 일인지 모르는 거니? 그런 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 정말 나쁘거든요?”
“뭐가?”
“여자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어?”
“미련한 놈.”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뭐가?”
“됐다. 그나저나 우리 오늘 맛있는 거나 먹자.”
“그래.”
“구기자 씨도 부르고.”
“어?”
“같이 먹자고.”
한나의 말에 태민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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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서 아예 살라고 한다고.”
“네.”
“잘 했다.”
실라는 한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까지 오는 일이 그다지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제 여서 살기로 했으니까. 잘 살아보소. 이 동네가 막 안 좋아 보이고 그래도 그렇게 나쁘기만 하고 그런 동네는 절대로 아니니까.”
“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실라의 손을 꼭 잡았다.
“죄송해요.”
“뭐가?”
“오복규 씨를 흔들어서요.”
“그거야 점마가 바보라 그런 거지.”
“그래도요.”
“그래도 고마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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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랑 친해진 것 같아요?”
“그래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내 엄마랑도 사이가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데 먼저 오복규 씨의 어머니랑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이렇게 하나하나 차례차례 다른 사람들하고 또 친해지면 되는 거죠.”
“그렇죠.”
복규는 조심스럽게 한나의 손을 잡았다.
“고맙습니다.”
“뭐가요?”
“여기에 내려와줘서요.”
“아니에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직 복규만을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온 거였다.
“안 그래도 서울에서는 막 숨이 막히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거기에서는 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온 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정말이에요.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두 달. 오복규 제대로 못 봐서 내가 얼마나 안달이 났다고요. 이렇게 제대로 된 바디를 가지고 귀엽게 생긴 내 남친님을 보지 못하다니.”
한나의 말에 복규는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한나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복규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뭐, 뭐 하는 겁니까?”
“뭐가요? 애인끼리.”
“아무리 그래도요.”
“내가 싫어요?”
“네?”
“아니잖아요.”
“그건.”
“뭐야?”
한나는 샐쭉한 표정으로 입을 내밀었다.
“지금 그 말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인데. 나 지금 그렇게 해석을 하고 막 그래도 되는 거죠?”
“누가 그렇다고 했습니까? 다만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뭐 볼 수도 있으니까. 조금 자제하라 이겁니다. 자제.”
“여기에서 볼 사람이 누가 있어요?”
한나가 입을 내밀고 먼저 걸어가자 복규는 황급히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섰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복규를 돌아봤다. 그리고 복규의 옷을 들어 올리고 복근을 만졌다. 복규는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아니 이 여자가 지금 무슨?”
“내 거 내가 확인하는 건데요?”
“아니 누가 김한나 씨 거라는 겁니까?”
“그럼 오복규 씨는 내 거 아니었어요? 이거 완전 서운하네. 나는 오복규가 내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아니에요?”
복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뭐라고요?”
“아, 맞다고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채로 외치는 복규를 보며 한나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복규도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는 한나를 품에 꼭 안았다. 그리고 가만히 등을 토닥였다.
“이제 우리 행복해요.”
“응. 그런데 나 너무 모자란 것 같아. 선택도 그렇고.”
“아니요.”
“내가 완벽해요?”
“네. 누구보다. 나에게는 가장 완벽한 사람입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여자니까.”
복규는 한나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서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오랜 기다림. 설렘. 그리고 서로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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