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9장. 선택]

권정선재 2014. 8. 25. 07:00

 

39. 선택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래도 마음이 안 놓입니다.”

됐어요.”

 

한나는 복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두 사람이 다 가는 것이 더 우스운 거라고요. 아버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안 그래요?”

뭘 뭐라고 합니까? 어차피 아직 한가한 때라서 별로 걱정이 될 것도 하나 없습니다. 무슨 상관입니까.”

그래도요.”

 

한나는 입을 내밀고 태민을 바라봤다.

 

저 사람 좀 어떻게 해 봐.”

내가 뭘?”

나 바빠.”

가고 싶다잖아.”

채태민.”

 

한나가 눈을 흘기자 태민은 복규의 손을 잡았다.

 

그냥 가요. 형님. 어차피 누나가 알아서 할 수 있다잖아요. 그런데 뭘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걱정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니 그렇습니다. 서울에 가면 어차피 혼자 울고 그럴 거 아닙니까?”

안 울어요.”

 

한나는 씩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괜찮아요.”

형님.”

나 참.”

 

복규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나는 이해가 안 됩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의지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랑 이거랑 다른 거죠. 서울까지 혼자서 가지도 못 할까봐. 나 이제 기차 시간 5분도 안 남았거든요. 갈게요.”

 

한나는 복규의 목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태민은 어색한 표정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한나는 그에게 걸어가서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태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

.”

마음에 안 들어요.”

미안해요.”

 

복규는 한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밝게 웃고 승강장으로 향했다. 복규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걱정도 안 됩니까?”

걱정이 되더라도 방법이 없죠. 어차피 누나가 하고 싶다는 그대로 둬야 하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그래도 속상합니다.”

 

복규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저 여린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저도 그래요. 그래도 김한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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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을 가리고 잠을 자는 척 했다. 누가 말을 걸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역에 도착한 후 가장 늦게 내렸다. 아무도 없기를 바라며. 택시에 올라타서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정말 싫다.”

 

무슨 죄를 지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아도 죄인이었다. 아무 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일단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복규는 그녀가 우울한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오복규 씨.”

집에 들어간 겁니까?’

. 연착을 조금 했어요.”

무슨 일 있었던 것은 아니죠?’

아니거든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부모님은요?”

아버지는 그냥 그렇죠.’

달래드려요.”

다 늙은 노인네를 무슨.’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말을 하면 아버님이 막 서운해하고 그런다고요.”

알겠습니다.’

나는 이제 좀 잘게요. 내일 아침 방송이라서. 잘 자요.”

. 좋은 꿈 꿔요.’

 

한나는 전화를 끊고 품에 안았다.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되는 거였다. 괜히 미리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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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그냥 하는 거죠?”

.”

 

작가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서는 난리를 치기는 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뭐 하루이틀 된 것도 아니고. 까짓거 내가 잘리고 말지.”

그런 거면.”

농담이야.”

 

작가는 가볍게 한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설마 자기 하나 가지고 그런 말을 하겠니? 그리고 그런 일이 없다는 거 이미 해명 자료 다 나갔고.”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 걱정할 것은 없어.”

 

한나는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 동안 방송국도 부산스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송아가 알 수 없는 휴가라는 것 역시 나름 잘 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럼 방송 들어갈게요.”

그래.”

 

한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자신을 욕하는 글이 가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김한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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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괜찮아요?”

.”

 

후배 아나운서의 물음에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다들.”

선배가 왜요? 선배님이랑 국장님이랑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거 우리가 다 알고 있는데 왜 그래요?”

그래.”

그런가?”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넘어가는 모양새였다.

 

회사에서도 열심히 방어하더라고요.”

그래?”

. 그리고 부장님이 언니 올라오면 바로 오라고 하셨어요.”

? 그래?”

 

한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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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괜찮아?”

.”

 

한나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을 것도 없잖아요. 어차피 사실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데 괜히 속상하고 그럴 이유 없잖아요.”

그래도 좀 그렇지 않아? 괜히 내가 다 미안하고 그러네. 내가 채송아를 제대로 못 막아서 말이야.”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데 선배 안 보이던데?”

오늘부터 라디오 쉰다고 하더라고.”

갑자기 왜요?”

자기도 찔리니까 그런 거겠지.”

 

국장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거 변명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한 줄 알아?”

회사에서 뭐라고 해요?”

아니.”

그럼요?”

마누라.”

.”

 

한나는 순간 웃음이 나오다 입을 막았다. 국장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자기는 이게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거 정말 제대로 된 테러라고.”

알고 있어요.”

걔는 왜 그런 거야?”

그러게요.”

미치겠다. 정말.”

그래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제가 선배님 괜히 열받으라고 이 프로그램 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니 그런 거면 두 사람이 그냥 해결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엄한 나까지 끌어들여서 이러는 거야?”

그래요?”

안 그래?”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한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별 일은 없는 거지?”

.”

일단 참으라고.”

.”

 

한나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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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자고 한 거야?”

일단 너를 봐야 할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이야?”

 

하수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간단한 거 아니야?”

?”

은혜라도 갚으려고.”

은혜?”

뭐 용서라고 해도 좋고.”

 

하수는 한숨을 토해내다가 씩 웃었다.

 

뭐 이런저런 거 다 말을 하더라도 너에게 어떻게 들릴지 하나 모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무슨 도사도 아니고.”

채송아.”

?”

그 여자 싫지.”

 

한나는 입을 꾹 다물고 하수를 바라봤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려고?”

망하게 할게.”

?”

. 오네.”

 

하수는 손을 흔들었고 경표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와서 하수의 곁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오래 기다렸나?”

아니. 그래도 최소한 시간은 지켰으면 하는데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런 것 용서하기 싫거든.”

그래?”

뭐 하자는 거야?”

 

한나는 두 사람을 노려봤다. 지금 안 그래도 궁지에 몰린 자신을 놀리려고 하는 건지 괜히 기분이 상했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뭔데?”

없어.”

뭐라고?”

아직 말 안 했어?”

이제 하려고.”

채송아 망하게 할게.”

 

한나는 가만히 경표를 응시하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거면 나는 그냥 갈게. 안 그래도 나 많이 바쁜 사람이니까.”

왜 그래?”

뭐가 왜 그래야?”

그 사람이 너 엿 먹인 거잖아.”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송아가 밉기는 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다시 엿을 먹이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비겁하고 치사한 일이었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그건 선배가 선택을 한 일이야. 그리고 나는 그렇게 치사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있으면 뭐가 달라지니?”

.”

 

한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은 당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괜히 이런 마음을 더럽히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네가 지금 하는 그 이야기. 네 입장에서는 굉장히 나를 배려하는 거라고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그런 거 아니야. 결국 나를 더 바보로 만드는 일이고. 그런 거 나는 하나도 반갑지 않거든?”

그게 무슨 말인데?”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다고.”

 

하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너 되게 우스운 거 아니?”

응 알아.”

화도 안 나?”

화는 나.”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수와 경표를 보며 다시 자리에 앉아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너무 화가 나. 그래서 원망스러워. 하지만 다시 선배가 나를 미워하는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 그런 거 너무 우스운 일 아니야? 누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런 일이 다시 반복이 된다는 거 말이야. 이런 것이 사실이라면 그냥 나는 여기에서 끝을 내고 싶어. 이대로 정리가 되고 있으니까.”

점점 더 시끄러울 거야.”

알아.”

변명도 안 한다고?”

회사에서 했잖아.”

 

하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 김한나는 어디에 간 거야? 온갖 모진 소리 다 하면서 나를 몰아세우던. 그 사람은 어디에 간 거냐고?”

그러게.”

그러게라니?”

그냥 이렇게 끝을 내고 싶어.”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 그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니까. 안 그래? 그건 한심한 거야.”

나는 네가 더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을 다 감당한다는 거야. 그 나쁜 사람?”

아니.”

그럼?”

.”

 

하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에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지만 경표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우리가 하고 싶은 거야.”

고경표.”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거야. 네가 여기에 개입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무슨 자존심?”

네 프로그램 내가 투자했거든. 광고 많이 넣었어.”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투자한 거 망가지고 그러는 거 싫어. 안 그래도 아버지가 웬 라디오 광고냐고 말이 많아서 말이야.”

마음대로 해.”

 

한나는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다 끝이 난 거지?”

그래.”

 

한나는 잠시 두 사람에게 시선을 준 후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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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것들은 다 죽어야 해.”

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내가 뭐?”

 

한나는 맥주를 들이켜며 고개를 저었다.

 

워너비 지랄을 하고 있어요. 지들이 노력을 안 하는 거면서 누구를 닮고 싶다. 그딴 소리를 왜 하는 거냐?”

너 취했어.”

내가 뭐?”

 

한나는 말리는 하수의 손을 뿌리쳤다.

 

미친 것들.”

너 왜 이래?”

뭐가?”

너 공인이야. 공인이 밖에서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니기는.”

 

한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나운서가 무슨 지들 봉이냐? ? 아니 평소에는 언론인의 자세를 갖추라고 해놓고서는 오늘은 또 예능인으로 본다. 내가 뭐? 미친. 그 뚱뚱한 년은 또 왜 나한테 그렇게 성질이야? 하긴 내가 아나운서라 만만한 거지? 역겹게 생겨서. 나는 그 년만 보면 막 속에서 구토가 치밀어.”

그 정도야?”

한물 간 주제에 김진선 그 미친년 편만 들고 있고. 그렇지. 이번에 꽤나 좋은 집에 시집을 가기는 하는 거지.”

아 몰라. 뚱뚱한 것들은 다 죽었으면 좋겠어.”

너 연기 정말 잘 한다.”

 

하수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손뼉을 쳤다.

 

너 정말로 연기 하려고 하는 거야?”

아니. 이런 걸 내가 왜 하니?”

 

한나는 입을 내밀고 대본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나는 연기랑 어울리는 사람도 아니야. 그리고 이거 솔직히 내용이 좀 그렇지 않아? 작가랑 되게 친하기는 하지만. 이거 꽁트로 한다고 해도 되게 사람들 기분 상하게 할 거야. 전혀 배려를 하지 않고 하는 거라고.”

그렇지?”

다들 싫어할 거라니까?”

나도 싫다.”

그러니까.”

 

한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솔직히 일만 아니면 이렇게 살을 뺄 이유도 없잖아. 나도 조금 자유롭고 싶다. 뚱뚱한 것이 무슨 죄야? 자기를 더 사랑하는 건데?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1g이라도 더 늘리겠다는 건데 그게 문제니?”

너 그 말이 더 문제인데.”

그래?”

 

한나는 빙수를 크게 퍼먹으며 씩 웃었다. 하수도 그런 한나를 보며 밝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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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작 아무 말 안 한 거야?”

무슨 말을 한다고 달라질 상황이었나요?”

 

국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도대체 왜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는 거야?”

어차피 제가 감당을 했어야 하는 일이에요. 제가 감당하지 않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일이니까 상관 없어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었고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였다. 뒷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이게 하수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모양이었다.

 

일단 이걸로 인해서 많이 수그러들었어.”

그래요?”

그래도 아직 조심해야 해.”

저기 국장님.”

 

한나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숙였다.

 

부탁이 있는데요.”

부탁?”

 

한나의 말을 들은 국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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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뭐가?”

 

송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수를 응시했다.

 

뭐 그게 그런 동영상이 아니라는 것이 유포가 된 거 말이야?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이 있나?”

그래도 이제 한나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는데. 그거 도대체 어떻게 수습을 하시려고요?”

 

수습 안 해도 돼.”

 

송아는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봤자 간통녀거든.”

거짓말이잖아요.”

그게 뭐 중요해?”

그럼 안 중요해요?”

그런 것은 안 중요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니까. 더 자극적인 것이 다들 궁금한 거지.”

사람들을 우롱하는 거네.”

자기들이 한심한 거야.”

 

송아는 느긋하게 대답하며 의자를 뒤로 기댔다.

 

그런데 나를 왜 보자고 한 거야?”

이거 때문에요.”

 

하수는 씩 웃음녀서 녹음기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송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솔직히 되게 치밀할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거에 속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런데 너무 쉽게 낚이네.”

 

하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었다.

 

이러면 내가 민망하잖아.”

그거 이리 내.”

내가 왜요?”

은하수.”

질투하기는 했지만 내 친구에요. 한나가 그 꼴을 당하고 나니까 조금이나마 동정이 가고 이해가 가네.”

그래서 지금 이런다고 김한나가 너를 다시 친구로 생각을 할 거라고 믿는 거야?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마.”

그런 거 아니에요.”

 

하수는 핸드백에 녹음기를 넣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송아를 응시했다.

 

사과해요.”

뭐라고?”

그리고 사표내요.”

너 정말.”

당신이 오해한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하라고요. 일단 당신 트위터에 올려요. 그러면 간단할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이게 유포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죠?”

 

송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눈이 빨개질 때까지 하수를 노려보다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손을 움직였다. 송아가 올린 트윗을 보고 나서야 하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거 내놔.”

싫어요.”

뭐라고?”

당신이 이상한 짓을 하기 전에는 이거 유포하지 않을 테니까 아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요.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니니까.”

결국 우리는 같아.”

그럴지도 모르죠.”

 

하수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

대단하네.”

그렇죠?”

 

하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후회하게 될 거야.”

이미 후회하고 있어요. 어설픈 질투에 정말로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친구를 배신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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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채송아라는 사람의 약점.”

 

한나는 녹음기를 들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은하수.”

그것을 터뜨릴지 말지는 네가 걸정해. 그런 것까지 내가 결정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모든 것은 네가 결정하면 되는 거야. 거기에 내 자리는 없어. 그리고 네가 좋은 선택을 하기 바라.”

고마워.”

아니.”

 

한나의 인사에 하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내가 저지른 일이야.”

우리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어.”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

한나. 너는 좋은 사람이야.”

 

하수의 말에 한나는 이가 드러나게 웃었다.

 

그렇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당하지 마. 나 같은 애들에게. 너는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라서 당하는 거니까.”

그런 건가?”

그래.”

그 말이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은하수. 나는 네가 정말로 조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고마워.”

 

한나는 그대로 하수를 꼭 안았다. 하수도 그런 한나의 등을 토닥였다. 아직은 어렵겠지만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려는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