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장. 그늘
“내가 오늘 태민이랑만 너무 놀아서 서운했죠?”
“아니요.”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런 것을 가지고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나는 김한나 씨에게 그런 위로를 해줄 수가 없는 사람이니까. 채태민 씨가 내 대신 해준 거잖아요. 내가 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오복규 씨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나 원래 어른입니다.”
“그랬어요?”
한나는 복규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태민이랑 사이는 좀 좋아진 모양이에요?”
“그러게요.”
“어떻게 이렇게 됐대.”
“김한나 씨 이야기 하다가요.”
“내 욕한 건 아니죠?”
“글쎄요.”
“오복규 씨.”
복규는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나는 밉지 않게 눈을 흘기면서 다시 목을 뒤로 젖히고 심호흡을 했다.
“나 이제 조금은 착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나를 착하게 살면 안 된다고 이야기르 하고 있어요.”
“김한나 씨 충분히 잘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할 이유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요.”
“그런 거 맞는 거죠?”
“당연하죠.”
복규의 대답에 한나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채태민 일어나.”
“왜?”
“네 집에 다 왔어.”
“그래?”
태민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겨우 눈을 떴다.
“그럼 나는 간다. 하암. 두 사람 좋은 밤을 보내고. 내일 봐요. 내일 어차피 일요일이라 나 한가하니까.”
“오케이. 들어가.”
“응. 잘 가요. 누나도.”
한나는 태민이 자신이 아닌 복규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는 사실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복규를 바라봤다. 복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헛기침을 하면서 한나의 그런 시선을 외면했다.
“두 사람 뭐예요?”
“뭐가요?”
“아니 그렇게 원수였던 두 사람이 다정하게 행동을 하니까 그러죠. 두 사람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데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뭐지?”
한나는 입을 쭉 내밀었다.
----------------------
“그래서 집은 내놓은 거예요?”
“네.”
“내가 묵을 곳이 있어서 다행이네.”
“이것도 곧 없어지는 거죠?”
“네.”
한나는 가만히 건물을 만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주에서 자신이 있었던 곳이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를 할지 모르겠네.”
“그냥 팔겠죠.”
“그럼 내가 살까요?”
“네?”
“아니 어차피 성주에 매주 놀러오면 잘 곳도 필요하고 솔직히 오복규 씨의 집에 가서 잘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도 필요하니까.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저는 뭐든 상관이 없습니다.”
복규는 한나를 꼭 안고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지금 이 순간 같이 있으면 되는 거니까.”
“나도 좋아요.”
한나는 복규의 목을 끌어당겨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
“그 건물을 사고 싶다고?”
“네.”
“어렵지는 않을 거 같은데?”
문대는 잠시 미간을 모으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거 없애기로 한 거였으니까. 누가 거기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고.”
“감사해요.”
“내가 노력할게.”
“기대해도 되는 거죠?”
“그럼.”
“그나저나 요즘 PD님은 뭐 하면서 지내세요?”
“그냥 이런저런 일 하면서 여기 넘길 생각을 하고 있지. 그냥 일을 하라고 하는데 그거 싫어서 그냥 관뒀어.”
“왜요?”
“김한나 때문에.”
“네?”
문대의 말에 한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뒷방 늙은이로 있으면서 돈이나 받아먹어도 즐겁던 노인네에게 다시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한 것이 바로 자네잖아. 그러니까 내가 일도 안 하고 어찌 돈을 받겠나.”
“그래도요?”
“됐어.”
문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자네랑 일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어. 그것도 내 아이디어도 아니었고 자네 아이디어였으니까.”
“요즘에 누구 아이디어인 것이 무슨 상관인가요? 그냥 좋은 프로그램 해주신 거니까. 그걸로 된 거죠.”
“그런가?”
“그럼요.”
한나는 문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대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들었어.”
“아. PD님도 들으셨어요?”
“그게 내 귀에 안 들리겠나?”
“죄송해요.”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다는 건가?”
“부러운 모양이에요.”
“그럼 자기도 노력을 해야지.”
“그러게요.”
문대의 호통에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제가 그런 일을 하는 여자였더라면 애초에 성주로 쫓겨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에요.”
“그렇지.”
“그래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
“네.”
한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편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처럼 든든한 것이 없었다.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나는 응원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한나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조금이나마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
“그거 사실이냐?”
“아닙니다.”
필강의 물음에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아버지.”
“내는 진짜 모르겄다. 니가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여자를 데리고 올라고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여보 그만 해요.”
실라는 미간을 모으며 필강의 손을 잡았다.
“우리 복규가 그래 눈이 없는 아가 아닌데 도대체 무신 말을 하는 겁니까? 서울 사람들이 그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그냥 헬랑 넘어가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어데 어른입니까?”
“시끄럽다 안 카나?”
“모함입니다.”
복규는 덤덤히 대답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을 해서 다시 서울로 돌아간 것인지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닙니다.”
“어데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있고 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고 하나? 그런 것은 아무도 모르는 거 아이가?”
“여보.”
실라는 미간을 모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신 말을 그리 하는교?”
“자네는 와 그러나?”
“내는 그 아가씨 안 봤습니까? 쪼매 사고를 치기는 하더라도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그런 여자입니다. 내가 압니다. 술도 같이 무보고. 그래 보이께네 내가 그 아가씨 어떤 사람인지 다 보입니다.”
“내는 모르겠다.”
필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 말도 믿고 싶고. 저거 말도 듣고 싶은데. 도대체 왜 사람들이 그리 떠드는 건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지금 아버지가 아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고 싶으신 겁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고 싶으신 겁니까?”
복규의 물음에 필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저는 지금 아버지가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발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그게 사실입니다.”
“내는 정말 모르겄다.”
필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니 말이 맞았음 싶다.”
“맞을 겁니다.”
복규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사람을 믿습니다.”
-------------------------
“그래서 이 동네에 집을 그냥 구하기로 한 거야?”
“응.”
“대단해.”
“뭐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태민의 장난스러운 말에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도 있고. 그냥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면 마음이 편안하고 그런 것이 있거든.”
“누나는 나랑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나는 영화보러 가는 것도 멀고. 아무튼 여기에서 좀 귀찮던데.”
“그래도 나름 좋지 않아?”
한나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어꺠를 으쓱했다.
“별도 많고.”
“그래 그건 많더라.”
“우리 오늘 저녁에는 삼겹살이나 좀 굽자. 서울에서는 매일 다이어트한다고 풀만 먹었더니 죽을 것 같아.”
“누나가 뺄 살이 어딨다고?”
“그러니까.”
한나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방법이 있니? 카메라 앞에만 서면 조금 더 뚱뚱하게 나오는 걸. 나보다 더 마른 애들이 천지이니 내가 뭘 안 할 수가 있어야지. 그나마 요즘 라디오를 해서 일이 줄어서 다행이야.”
“그래. TV는 안 나오더라.”
“다행이지?”
“응.”
태민은 살짝 한나의 안색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오복규 씨는 뭐라고 그래?”
“그냥 내 편이라고.”
“좋은 사람이네?”
“당연하지.
한나가 자랑스럽게 대답하자 태민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 좋은 사람인 것 같더라.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누나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그런 사람.”
“그래서 되게 미안하고 그래. 괜히 나 때문에 이런저런 것들을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정말로 이번에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게 무슨 말이야?”
태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일을 왜 그만 둬?”
“아무리 그게 거짓이라고 그러더라도 이미 사람들 머리에는 나는 그런 일을 한 사람으로 되어있을 거야.”
“아니잖아.”
“그래도.”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대답했지만 그녀의 말을 듣는 태민의 얼굴은 굳었다.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니야? 사람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 왜 그런 걱정을 하는 건데?”
“애초에 누군가는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잖아. 안 그래?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 믿었다는 거고. 그 이야기는 내 이미지가 이미 그렇다는 거고 여기에서 아니라고 해봤자 사람들은 어떻게 잘 넘겼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말 거야. 나는 그런 일 당하기는 싫어.”
“오복규 시랑은 이야기를 해봤어?”
“아니.”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복규에게는 더 이상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미안했다. 이미 자신으로 인해서 너무나도 아픈 사람에게 더 고통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내가 아니라도 힘든 것 많은 사람이더라.”
“그래도 사귀는 사이면.”
“힘들게 안 해야지.”
한나는 덤덤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도 조용히 해줘.”
“모르겠다. 나는.”
태민은 고개를 흔들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
-----------------------------
“무슨 고기를 이렇게 많이 샀어요?”
“내가 많이 먹고 싶어서요.”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얼른 먹어요.”
“부모님도 모시고 와요.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두 분이 아시고 계시는데 저희만 먹을 수 없잖아요.”
“그래도 조금 그렇지 않겠습니까?”
“왜요?”
“우리 아버지 아시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쪽에서 자꾸 마음을 열어달라고 이야기를 하시면 다르게 생각을 하실 걸요? 그러니 모셔요.”
“나는 책임 안 집니다.”
“네.”
----------------
“괴기?”
“네.”
“됐다.”
필강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이고.”
“그냥 갑시다.”
“와?”
“그래도 마음이 예쁘잖아요.”
실라의 말에 필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가 그렇게 마음을 열어주고 그러니 그 아가씨가 자꾸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결혼할 건데 왜 그래요?”
“뭐라고?”
“아니야?”
“아, 아직 몰라요.”
복규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자 실라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거야.”
“아무튼 나는 갈 거예요.”
“내 밥은?”
“나는 거기 가서 먹는다니까?”
“그럼 밥도 안 해?”
“당연하죠.”
필강은 물끄러미 실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면서 한숨을 토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참. 아무리 그래도 어디 여편네가.”
“그럼 당신도 거 가서 밥을 먹으면 되는 거 아이요?”
“내는 싫다카이?”
“그럼 굶으소.”
실라는 복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간단한 거 아이요?”
“뭐라카노?”
“아들 가자.”
“네. 어머니 갑시다.”
“뭐 하는 거고!”
-------------------
“저도 와도 되는 겁니까?”
“당연한 거죠.”
득수는 손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고기 있는 곳을 피할 수는 없죠. 이렇게 좋은 고기를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서 막 마음이 초조하네.”
“어른들 오시면요.”
“어?”
“먼저 드시면 안 되죠.”
한나가 미간을 모으자 득수는 입을 내밀면서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한나를 도와서 상을 차렸다.
“생각이랑 다른 거 압니까?”
“내가요?”
“그럼 여기 누가 또 있어요?”
“뭐가 다른데요?”
“사실 저는 김한나 씨 성격이 이렇게 싹싹하고 그럴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조금 다르네요. 생각 외로 잘 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외삼촌 마음도 잘 달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억지로 그러고 싶지 않아요.”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생각도 있으시겠죠.”
“아버님이래.”
“네?”
“닭살 안 돋아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
한나는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아저씨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누가 아저씨고?”
“아 아버님.”
한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필강을 맞았다. 필강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라는 괜찮다고 한나의 등을 두드렸다. 복규는 곧바로 그릴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곧 맛있는 소리가 났다.
“고기 잘 샀네?”
“그렇죠? 제가 고기 하나는 잘 보거든요.”
“시집 와도 되겄다.”
“그 정도에요?”
“하모.”
“뭐라카노?”
필강은 미간을 모으며 입을 내밀었다.
“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기고?”
“우리 중에 고기를 젤로 좋아하는 양반이 지금 뭐라고 하는 깁니까? 여서 제일 많이 잡술 양반이.”
“자네가 밥을 안 차려 준다 해서 여 온 거 아이가?”
“어머? 어머니가 밥을 안 차리셨어요?”
“내사 마 이제 귀찮다.”
“그럼 제가 할게요.”
한나의 요리를 보면서 필강은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고기가 맛있게 익어갈 쯤 태민이 와인을 들고 나타났다.
“누나 이 정도면 충분하죠?”
“그럼.”
태민은 실라와 필강을 보며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채태민이라고 합니다.”
“여 보건소 샘 아인교?”
“맞습니다.”
“우예 이리 친한가?”
“제가 가르치던 학생이에요. 과외.”
한나는 태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밝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필강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어데 외간 남자를.”
“네?”
“우리 복규만 있는 거 아이였나?”
“아.”
한나는 씩 웃으면서 손을 거두었다. 복규도 씩 웃으면서 한나와 눈을 마주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부모님 모시고 와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어차피 몇 없거든요. 그나마 내가 김한나 씨가 시키는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죠.”
“그래. 잘 하네.”
한나는 복규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뭐 하는 겁니까?”
“왜요?”
“좋아서요.”
“뭐래?”
복규는 그대로 한나를 꽉 안았다.
“사랑해요.”
“아직 어른들 계세요.”
“보라고 해요.”
“안 돼요.”
한나는 복규를 밀어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이리저리 목을 풀고 복규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내 걱정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설마하니 또 무슨 일이 나겠어요?”
“모르죠.”
“그런가?”
“너무 마음 놓지 마요.”
“뭐야?”
한나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사실 그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이 더 우스운 거니까.”
“사람이 왜 이렇게 성격이 좋아요. 나라면 다들 막 미워하고 그럴 것 같은데. 밉지도 않나요?”
“밉죠.”
“미운데요?”
“내가 막 미워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이런 마음만 가지고 있으려고요.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내가 모든 것을 다 잘못한 거라고 생각을 하면 그만인 거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잘못한 거에요.”
한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작 더 잘 했더라면 이런 일이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거니까. 이건 모두 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거죠.”
“그런 식의 말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왜요?”
“내가 용납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복규의 뜨거운 눈빛에 한나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내가 가서 꿀밤이라도 때릴까요?”
“그거 속 시원하겠네.”
“정말로 할 수 있어요.”
“됐어요.”
한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복규의 가슴을 두드렸다.
“고마워요.”
“할 수 있다니까?”
“그런 말만으로도 고마워.”
“정말로 괜찮은 거죠?”
“네. 여기에 오면 어차피 오복규 씨가 나를 위로해주는 거니까. 다른 것 걱정할 이유 하나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나는 믿어요.”
한나의 말에 복규는 한나를 꼭 안았다. 그리고 풀어달라는 한나의 버둥에도 가만히 그녀의 머리에 고개를 올렸다.
“편하다. 사랑합니다.”
“나도 사랑해요.”
두 사람은 필강의 고함이 들리기까지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
'☆ 소설 창고 > 퍼펙트우먼[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마지막 장] (0) | 2014.08.26 |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9장. 선택] (0) | 2014.08.25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7장. 폭탄] (0) | 2014.08.21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6장. 위로] (0) | 2014.08.20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5장. 좋은 날] (0) | 2014.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