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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을 넘어 구원의 세계로

권정선재 2014. 10. 21. 00:10

종말을 넘어 구원의 세계로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서 본 서사의 종결

 

서사에서의 종결

다섯 개의 질문을 통해서 본 [지구를 지켜라]

2-1 [지구를 지켜라]의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2-2 주요 작중인물은 누구, 또 어떤 사람일까?

2-3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또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2-4 [지구를 지켜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인용하고 풀이하면?

2-5 [지구를 지켜라]의 핵심 키워드는?

3. 결론

 

1. 서사에서의 종결

우리는 흔히 종결이 곧 끝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물론 대다수의 서사에서 이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건들을 마무리하는 순서가 와야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종결이며. 종결이 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끝이 존재하게 된다. 허나, 이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일 뿐이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종결이 왔다고 해서 그것이 끝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때로는 종결이 오고 나서도 끝이 오기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종결과 서사의 끝은 같이 올 수 있지만 반드시 같이 오는 것이 아니고, 이는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새로운 서사의 풍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사를 만나게 되면 어느 순간 이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종결을 맺고 끝을 향해 달려갈지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마스터플롯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르라는 것이 하나의 고형화 된 무언가처럼 존재하기에 이야기 역시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맨스 소설의 경우에는 신데렐라 여성이 멋진 왕자님을 만나서 신분상승을 이루고 로맨스를 마치고, 영웅 소설에서는 온갖 고난과 구박을 참고 견디던 주인공이 결국 그 모든 고난을 겪고 자신만의 승리를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은 장르 안에서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는다. 과거의 로맨스 소설과 오늘날의 로맨스 소설이 비슷한 형식으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과거의 영웅 소설이 오늘 영웅 소설과 마찬가지로 고난을 겪고 이겨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자들은 자연스러운 종결과 끝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그 동안 봐왔던 과거의 텍스트를 통해서 정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독자들의 인식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서 후대의 서사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기존의 마스터플롯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반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여기에 속할 것이다. 두 사람이 아름답게 사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왕자가 사실 나쁜 놈이었어요! 같은 식의 반전은 기존의 마스터플롯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반전을 통한 종결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 순간 우리는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자연스러운 종결을 지나 새로운 종결을 이루고 자연스럽게 서사는 끝을 맺게 된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반전을 주면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마무리를 짓는다는 점에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서사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어떤 서사의 경우에는 종결 자체가 오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끝은 존재하지만 종결이라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종결이라는 것은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형태를 지녀야만 한다. 서사의 흐름 안에서 벌어졌던 모든 사건이 하나로 모아지고 정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허나 어떤 서사의 경우에는 이 상황에서도 질문을 던지며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이나 반전의 연속 속에서 이야기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끝이 나버린다. , 관객 혹은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던, 그리고 평소에 생각하던 그런 종류의 종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끝이 오게 되는 것이다. 서사의 종결이란 반드시 어떠한 맺음을 맺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박의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면서 서사는 마무리한다. 그 대표적인 에가 바로 [지구를 지켜라]이다.

 

 

2. 다섯 개의 질문을 통해서 본 [지구를 지켜라]

 

2-1 [지구를 지켜라]의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지구를 지켜라]는 아주 독특한 제목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을 했던 당시에 단순한 SF영화라고 평가가 될 정도로 제목의 난해함은 관객을 향해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영화가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가 늘 발을 딛고 사는 지구라는 공간을 굳이 지켜야 한다고 감독이 묻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낯설게 생각하지 않던 공간인 지구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들면서 동시에 영화의 제목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의 의미까지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을 한다면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계획에서 지구를 지키라는 단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지구라는 것이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 중 병구가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 지구이기 때문이다. 극 중 지구병구가 저지르는 실수를 숨겨주는, 그리고 그것을 은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병구는 몇몇 살인을 저질렀고 그 유골을 지구에게 던진다. ‘지구는 그것을 자신의 집 안에 숨겨두면서 병구가 낯선 이들로 인해서 최대한 그것이 들키지 않도록 돕는다.

결국 이 두 가지 의미는 하나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면서 끊임없이 우리의 부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지구는 우리의 모든 부정을 가슴으로 품으면서 인간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최소한 인간이 저지른 실수를 자신의 힘으로 막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실수가 자꾸만 더 커지고 지구가 그것을 안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파멸이 오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지구는 우리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

 

2-2 주요 작중인물은 누구, 또 어떤 사람일까?

[지구를 지켜라]에서 가장 커다란 인물은 병구일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망상에 빠져서 강 사장을 외계인이라고 부르면서 납치하고 고문하는 존재이다. 괴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를 무조건 나무랄 수 없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다는 아픔 탓일 것이다. 어머니를 잃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공장 파업 중에 미친 듯 두들겨 맞는 것을 바라본 사람이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울 테니까. 낯선 공간에서 혼자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정의를 구축하고자 하는 인물이 바로 병구이다.

그리고 병구와 대척점에 서있으면서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인물이 바로 백윤식이 연기한 강 사장이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해서 병구에게 고문을 당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물론 영화를 지켜보다 보면 그가 말하는 것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정말로 안드로메다 별에서 온 외계인이며 그가 지구를 멸망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극 중 병구의 아픔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가 겪은 모든 것에 대해서 슬퍼하기도 하지만, 이내 냉정하게 모든 것을 버리고 평가할 수도 있는 냉혈한으로 그려진다.

 

2-3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또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지구를 지켜라]에서의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병구강 사장을 납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결을 넘어서 존재하고 있는 지구 폭발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결국 모든 것은 병구가 저지른 일로 인한 해프닝이고 하나의 꿈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망상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꿈속의 세상인 것 같은 이야기는 어둡고 아프다.

우리는 영화의 진행을 통해서 현실과 과거를 자유로이 드나들게 되고 병구를 통해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노동자 계급이 얼마나 천대받고 구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작은 꿈틀거림이 지배자 계급에게는 얼마나 역겨운 취급을 받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역전을 통한 상황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진다. ‘병구강 사장을 감금하면서 그의 말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종속된다.

모든 것이 병구강 사장을 납치하면서 벌어지기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건을 개인적으로 꼽으라면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지?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가 살던 별 지구는 폭발하게 되고 그 동안 우리들이 아등바등했던 것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아등바등했던 이를 믿지 않는 그 순간 우리가 지구를 잃게 되는 것이다.

 

2-4 [지구를 지켜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인용하고 풀이하면?

꿈속을 헤매면서 약이 없이는 자신을 지배하던 이를 마주할 수 없는 병구가 푸른 알약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병구강 사장을 감금하고 있으면서 그를 마주하는 순간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 동안 종속당하던 이의 입장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그가 두려움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알약이다.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는 알약을 먹고 환각 상태에서야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를 죽이고자 하는 자를 죽일 힘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를 오늘날에 빗대면 인터넷 공간에서만 활발한 일부 입진보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공간에서만 진실을 말하고 자신들을 속박하는 이를 마주하고 나무랄 힘을 얻으니 말이다.

 

2-5 [지구를 지켜라]의 핵심 키워드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지구를 지켜라]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지구일 것이다. 제목에서도 나오며 결국 병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별 지구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자신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병구는 지구라는 공간에서만 겨우 완성이 되는 인물이며, ‘지구라는 강아지를 지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발을 디디는 터전이자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그리고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3. 결론

[지구를 지켜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종결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작품이다. 영화가 이렇게 되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또 하나의 결말을 끄집어내면서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노력을 하던 그 순간에서야 우리가 그것을 잃게 된다.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자들로 인해서 멸망이 오는 것이다.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면서 그 동안 관객들이 주로 생각하던 서사를 완벽하게 무너뜨리는데 여기에서 [지구를 지켜라]의 재미가 발생하며 영화를 다시 한 번 봐야만 하는 이유가 생겨나게 된다.

기존의 서사 같은 경우에는 같은 작품을 두 번 보았을 적에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것이 적을 수밖에 없다. 여태까지 적혀 오던 장르의 마스터플롯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은 결국 같은 길을 걷기만 하고 이미 그러한 장르를 많이 접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무언가가 된다. 하지만 [지구를 지켜라]는 다르다. 우리가 흔히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 다시 한 번 반전의 서사를 반복하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 역시 상영 시간 동안 자신이 봤던 것을 부정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만 하며,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서사를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서사에서 종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위치는 정말로 이야기를 끝을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도돌이표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되고 만다.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되면 우리가 봤던 작품이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되니 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종결 너머에 있는 진짜 종결이자 끝을 바라보게 되면서 영화의 의미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되고, 우리가 지켜보던 작품에 역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미치광이 청년이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망상 SF가 아니라, 진짜 깨달은 선각자의 움직임을 막고자 하는 멍청이들의 몸부림으로 선각자는 죽음을 맞이하고, 우리가 유일하게 찾을 수 있던 진실조차 사라지게 되는 일종의 메시아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