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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를 넘어 은막을 향해

권정선재 2014. 11. 9. 02:15

활자를 넘어 은막을 향해

[라쇼몽]을 통해서 바라본 매체 간 각색

 

1 매체 간 각색

2 다섯 개의 질문을 통해서 본 [라쇼몽]

2-1 [라쇼몽]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2-2 등장인물의 변화는 어떠한가?

2-3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2-4 [라쇼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2-5 [라쇼몽]의 핵심 키워드는?

3 결론

 

1 매체 간 각색

오늘날 우리는 각색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나 연극 등의 시나리오가 영상 혹은 무대 위의 예술로 탄생하는 것을 각색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오늘날 각색은 그것보다 조금 더 격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소설이나 만화 등의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이 되거나, 혹은 영화로 우선 제작이 된 작품이 거꾸로 소설 등으로 변모하는 기도 합니다. 각색은 단순히 하나의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의 변화만을 칭하지 않는다. 각 장르마다 그 고유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특징에 의해서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으로 각색될 때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특징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활자. 책 등의 글로 된 매체 가튼 경우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한 상상력이나 인물 등에 대해서 그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기에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 연극의 경우에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배경에서의 한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일부 연극에서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서 배경을 넘어서기도 하지만 소설에 비해서는 그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소설이 절대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고, 절대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편할 때 읽고 덮어놓을 수 있는 장르라면, 연극의 경우 일방적으로 제공이 되는 장르고, 공연 시간 역시 고려해야 한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배경을 그려내는데 있어서는 연극보다 자유로울 수 있지만 상업성이 바탕이 되고 있는 예술 장르인 만큼 연극 이상의 상영 시간에 대한 압박이 존재한다. 그 결과 각색을 통해서 잘라내기 같은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매체 간 각색은 단순히 일 대 일 방식을 취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 여러 작품이 만나서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가 있는데, 문화방송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인연 만들기]의 경우 [인연 찾기][운명 사랑하기]라는 두 편의 소설을 결합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 경우다. 이 글을 통해서 살펴볼 영화 [라쇼몽][라쇼몬][덤불 숲]이라는 두 편의 단편 소설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하나의 작품만으로는 장편을 만들어내기에 한계가 있다거나, 새로운 극적 재미를 위해서 두 개 이상의 작품을 섞은 것이다. 그 결과 한 편의 영화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가 탄생하는 것은 물론, 영화의 장르적 특징도 도드라지게 된다.

 

2 다섯 개의 질문을 통해서 본 [라쇼몽]

 

2-1 [라쇼몽] 은 어떠한 영화인가?

영화 [라쇼몽]은 소설 [라쇼몬][덤불 속]이라는 작품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두 편의 소설을 엮으면서 감독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하면서, 극적인 재미 역시 늘린 것이다. 더불어, 단편이 가지고 있는 한계 역시 한 편의 영화로 엮으면서 조금 더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라쇼몽]을 간단히 보자면, [라쇼몬] 속의 상황 안에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덤불 속]의 상황을 설명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단순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에 대한 [덤불 속] 속의 독특한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영화의 매력일 것이다. 이는 각각의 소설에서는 쉬이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두 편의 단편 소설을 하나의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새로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2 등장인물의 변화는 어떠한가?

소설의 등장인물과 영화의 등장인물 자체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두 편의 작품을 하나의 영화로 엮은 만큼 맡은 역할 등에서 보이는 차이가 두 장르 간의 특징을 살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부분일 것이다. 각 장르의 특성상 역할이 합쳐진 것이 보이기도 하고, 기존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역할을 선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나의 역할을 쪼개서 다른 역할에 덧붙인 상황도 보인다. 장모인 노파는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거나 반대로 청자이자 인간에 대한 고뇌를 던지는 사내와 같이 새로 탄생하는 인물도 존재한다.

 

소설

영화

[라쇼몬] 속 정의를 말하는 사내

사건의 목격자이자 화자인 나무꾼

[덤불 속] 속 목격자인 나무꾼

[라쇼몬] 다조마루를 잡고, 그의 악행에 대해서 추가 증언하는 나졸

다조마루를 잡은 나졸

사건을 듣는 청자이자 다조마루의 소문에 대해서 전달. 후에 갓난아기의 옷까지 도적질 하는 사내

[라쇼몬] 속 도적질을 하는 노파

[덤불 속] 속 피해자들을 목격한 행각승

라쇼몽 안에서 인간의 진리에 대해서 고민, 자신이 목격한 것을 증언하는 존재

[덤불 속] 속 장모

X

다조마루

다조마루 *변화 없음

아내

아내 *변화 없음

영매의 입을 빌린 남편

영매의 입을 빌린 남편 *변화 없음

 

,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 각 인물의 변화를 겪는 것이다. 이는 두 편의 소설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면서 양족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목격자이자 화자가 된 나무꾼의 역할이 그러하고, 마찬가지로 목격자이자 인간 자체에 대한 고뇌를 하게 되는 행각승이 그러하다. 물론 다조마루아내그리고 남편처럼 큰 변화를 겪지 않은 채로 소설 속의 모습과 영화에서의 모습이 동일하게 등장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2-3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 사내가 죽음을 맞이했는데 이에 대해서 증언하는 이의 말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라쇼몽]이 지닌 핵심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증언한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죄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라거나, 혹은 자신의 호기로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바라기 때문이다.

다조마루는 아내가 아름다워서 겁탈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사내를 죽이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아내의 요구에 의해서 그 일을 행했다고 증언한다. 반면 아내는 겁탈 이후 남편의 눈을 바라본 순간 자신에 대한 혐오를 강렬히 느끼고 같이 죽기를 바랐으나, 남편만 죽인 후 자신은 죽지 못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영매를 통해서 등장한 남편의 경우에는 아내가 다조마루를 따라가기를 희망했으나 그가 변심하자 달아나고. 모든 희망이 사라진 이후 아내의 단검을 이용하여 스스로 자결했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나는데 죽은 시체를 보았다고 증언하는 나무꾼이 실은 모든 것을 보았다고 사내에게 증언하는 것이다. 두 사내가 모두 아내를 버리려고 하자 그녀가 질투심을 유발해서 두 사내가 다투게 만들었고 그 상황에서 달아났다는 것이다. , 모든 사람들이 바라본 것이 모두 다르며 저마다 이야기하는 진실이 다르다. 결국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객관적인 진실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2-4 [라쇼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2-3]에서 나무꾼이 진실을 말하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사내가 묻자 그저 귀찮은 일이 싫어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위에서 빠진 부분이 있는데 그는 바로 단검이라는 귀한 물건에 대한 부분이다. 아주 고가의 물건으로 단검이 등장하는데 다조마루는 이것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고, 아내도 이에 대해서 증언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남편에게서 등장하는데 자신이 죽어가는 와중에 누군가가 그것을 가져갔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서로가 본 것에 대해서 엇갈린 증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의 욕심까지 동시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2-5 [라쇼몽]의 핵심 키워드는?

[라쇼몽]이 표현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실수를 하고 자신의 욕심에 대해서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고, 이러한 것에 의해서 사회라는 것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라쇼몽] 속의 나무꾼은 단도에 대해서 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져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갓난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이에 대해서 행각승이 살짝 거리낌을 표하자 자신의 아이가 이미 낳기에 아이 하나 더 기르는 것은 무리가 없을 거라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아이를 받아든다. , 상황에 대한 악행이 있더라도 인간 자체에 대한 믿음까지 부정하고 외면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지막 해가 나는 장면을 통해 묘사한다.

 

 

3 결론

매체 간에 각색은 단순히 새로운 장르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다. 소설을 영상 등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적절한 변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굳이 새로운 의미 같은 것을 부여하지 않아도 괜찮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는 각색은 오늘날에 오히려 더 사랑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원작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분야로 각색이 이루어지는 것이니, 무조건적인 각색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동명의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은밀하게 위대하게][패션왕]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영화적인 각색을 하기는 했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그대로 살려내는 편을 택했다. 이는 기존의 웹툰 팬들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나칠 정도로 원작과 비슷할 경우 새로운 관객의 유입을 막고, 기존 팬들의 불만까지 살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지나칠 정도로 원작과 닮아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각색을 통해서 원작이 가지고 있었던 의미를 강조하고, 극적인 재미를 부여하면서 피할 수도 있다. 그것이 이 글을 통해서 살펴본 [라쇼몽]일 것이다. [라쇼몬][덤불 속]에서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그다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라쇼몬]에서 사내는 노파의 옷을 가지고 달아나고, [덤불 속]에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채, 그냥 저마다의 진실을 이야기를 하면서 끝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쇼몽]의 경우 여전히 진실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그려지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자신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안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영화적 재미 역시 더하는 것이 바로 매체 간 각색을 통해서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원작을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체 간 각색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것이 있다는 것을 [라쇼몽]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원작의 인물들을 고스란히 가져올 경우 중첩을 통해서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바, 특정 인물은 없애기도 하고, 변형을 하기도 하는 등.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가 표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으로 생각해 취사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원작의 의미를 더욱 더 살리고 그 원작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증명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매체 간 각색이란 하나의 원작을 없애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새로이 창조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원작이 가지고 있었던 의미를 되살리면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각 장르 간의 특성을 더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서 명확히 고민해야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 있고, 원작과 그에 파생된 작품 모두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체 간 각색이 훌륭하게 이루어졌기에 [라쇼몽]이 오늘날까지 의미를 지닌 작품을 남게 되었을 것이다.

 

 

[참조 도서]

H. 포터 애벗, [서사학 강의], 문학과 지성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