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살] [카트]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조조 영화를 보고, 그 큰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도대체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을 자르고 이런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그런데 우리는 이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견딜 수 없이 미안하고 아팠습니다. 그 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아팠습니다. 핀버튼을 달고 카운터에 계시는 홈플러스 노동자 분들을 보고 저 분들이 힘들겠구나. 그냥 이렇게 생각을 하고 넘어갔지 얼마나 더 자세하고 아픈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엄마, 죄 지은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울컥했습니다. 그래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사람이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그들을 죄인이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요? 제작사에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이른 시간이라 극장에 사람이 없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었습니다. 자꾸만 눈물이 나는데 누가 있다면 되게 창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거든요. 늘 파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센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노동자라고 하면 생각되는 이미지가 있어서요. 그런데 그냥 엄마들이라고요. 그냥 엄마.
우리는 모두 다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노동자의 입장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냥 노동자이면서, 도대체 왜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우리가 그 일이 닥치기 전까지는 연대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걸까요? 누군가를 그렇게 쉽게 자르는 회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칼을 휘두를 수 없다고 생각을 한 걸까요? 정작 회사의 입장인 사람은 너무나도 적은 사람인데 말이죠.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서 같이 이해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닐까요?
회사에서 잘리는 사람은 문제가 있어서 잘린다는 정규직 최 과장의 말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뭐가 더 경제적인 것인지. 뭐가 더 옳은 것인지.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에게 사람이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같은 사람이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사람이 사람을 아프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사람이라면 사람의 아픔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 사람은 같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모질게 행동합니다. 아프게 하죠.
백지 계약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역시 처음 들었습니다. 아직 제가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걸까요? 당장 생활이 급한 엄마들에게 일을 시켜준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계약서를 내민다. 그리고 엄마들은 그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사인을 한다. 참 아프고 답답한 거였습니다. 왜 세상은 이토록 아프고, 사람들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려고 하는 걸까요?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하나의 가족이 무너지고 누군가의 삶인데 말이죠.
학교 후배와 밥을 먹으면서 제가 너무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이상주의자가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면 그 이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 거잖아요. 앞이 하나 보이지 상황에서 점점 더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냥세상이 원래 이런 곳이니까 여기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면 되는 건가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건 아니라고. 제발 우리 모두 그런 세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를. [카트]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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