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정태현”
바쁘게 걷는 걸음을 누군가가 붙들었다.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지현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어디 가는 길이야?”
“김지현.”
“나랑 이야기 좀 할래?”
“내가 지금.”
“주명 씨도 있는데.”
태현의 얼굴이 굳었다. 지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태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뭐라고?”
“같이 나왔거든.”
“그 사람하고 내가 왜 이야기를 해. 나 그 새끼랑 할 이야기 하나도 없으니까 괜히 이상한 짓 할 생각 하지 마. 너랑 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니까. 괜히 내 성격 건드리지 말라고.”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잖아.”
“뭐라고?”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
태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알 수가 없었고 그냥 이 순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너무나도 괴로웠다.
“내가 도대체 무슨 표정을 하고 그 녀석을 마주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데. 그냥 그런 사람하고 안 보고 싶은데. 도대체 너는 왜 나에게 이런 걸 바라는 거야? 내가 뭘 할 수 있는 거라고?”
“뭘 바라는 게 아니야.”
“그럼.”
“이런 사이인 것이 싫어.”
지현의 말에 태현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되게 이기적인 거 알아?”
“알아.”
“알면서 이래?”
“내가 억울해서 그래.”
“뭐라고?”
“내가 너무 억울하다고.”
지현의 대답에 태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지현은 자신의 마음만 편하기 위해서 태현이 괴로워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지금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 태현을 아프게 하는 거였다.
“나는 너로 인해서 지금 얼마나 괴로운데.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데. 지금 나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거잖아. 그냥 지금 네 입장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지금 나보고 일방적으로 너를 이해해야 하는 거라고. 지금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데? 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너무 웃기지 않아?”
“정태현.”
“김지현. 제발 이러지 마.”
태현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 너로 인해서 너무 힘들었어. 지난 10년이라는 시간 너무나도 괴롭고 아팠다고.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잊을 수 없었어. 이제 겨우 조금이라도 잊고 있는데. 네가 자꾸만 이러면. 네가 나를 이렇게 흔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데. 나는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너를 흔들려고 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네가 주명 씨를 보고 나면 더 머리가 명쾌해질 거야. 내가 그런 거 아니라는 거. 그리고 네가 지난 시간 동안 잡혀있던 그거. 아니라는 거 말이야.”
“그럼 왜 이제 나타난 건데?”
“어?”
“왜 이제야 나타난 거냐고.”
“그건.”
지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태현은 지현의 눈을 물끄러미 보다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건 나는 네 말을 듣지 않을 거야. 너랑 나랑 이거 되게 우스운 거 아니야. 우리 두 사람. 이미 다 끝이 나버린 사이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건데? 무슨 미련이라도 붙들겠다고 하는 거야? 지금 그게 말이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그만 둬.”
태현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는 너로 인해서 이미 지쳤어.”
“정태현. 너 정말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건데?”
“내가 한 거 아니라고.”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
태현의 차가운 말에 지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나를 믿어줄 거야? 나는 그저 네가 나를 버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그게 내 진심인데. 내가 바라는 전부인데. 지금 너를 보면 그 일은 너무나도 먼 것 같아.”
“내가 지금 바빠서.”
“아직도 네가 좋아.”
돌아서는 태현의 뒤로 지현의 말이 꽂혔다. 지현은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지만 태현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직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 그 말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다.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하지만 한 번, 딱 한 번이라도 네가 내 변명을 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는 거. 그리고 내가 너를 미워해서 떠난 게 아니라는 거. 네가 나를 밀어낸 거잖아. 내가 너를 밀어낸 게 아니라. 지난 10년의 시간이 많이 힘들고 버거웠다고? 너만 그랬는 줄 알아? 나도 힘들었어. 나도 많이 지쳤다고. 이쯤이면 나를 용서해도 되는 거 아니야?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미워할 건데? 언제까지 나를 밀어내기만 할 건데?”
“평생.”
태현의 덤덤한 대답에 지현의 얼굴이 굳었다.
“태현아.”
“지금 네가 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너로 인해서 지치고. 다시는 그 누구도 마음에 담을 수 없게 된. 이미 마음이 꽁꽁 얼어버린 나를 지금 네가 막 부르는 거야?”
“사랑해.”
태현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지현은 태현의 허리를 꽉 안았다.
“정태현. 다시 우리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
“김지현.”
“나. 변주명 그 사람이 싫어. 무서워.”
태현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단호하게 뿌리쳐야만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믿고 싶었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당신이 좋아. 네가 좋다고. 내가 왜 너를 버린 건지. 왜 그 시간을 그렇게 낭비를 했던 건지 모르겠어. 내가 너무나도 괴로워. 네가 좋은데. 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냥 놔줘.”
“싫어.”
지현은 태현의 등에 얼굴을 묻고 간절히 대답했다.
“이미 한 번 너를 놓쳤잖아.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된 거잖아. 다시는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아. 우리 두 사람. 이 간절한 무언가를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단 말이야. 지금 너를 놓치면 다시는 너와 닿지 못할 거야. 나는 그러기를 원하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다고. 너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
“내가 만만하니?”
“뭐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정태현.”
“나는 너로 인해서 버거워.”
지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태현은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몸을 돌리고는 물끄러미 지현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 이제야 다름 사람을 겨우 믿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어. 그런데 네가 나에게 이러면 나 그나마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 이제 너를 잊었으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이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거라고.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줘. 내가 너로 인해서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
“너를 사랑한다고.”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태현아.”
“내 이름 부르지 마.”
태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무나도 반가웠다. 평생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 이야기. 다시 만나주겠다는 그 이야기. 너무나도 감사한 말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참 우스운 말이었다. 이미 자신은 그녀를 마음에서 지운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그래놓고서 이런 식으로 다시 나타나는 거였다. 한심하고 미련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나를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나는 네가 바라는 대로 그런 식으로 움직여줄 생각은 없어. 네가 무슨 말을 하건 나는 그런 일 하지 않을 거라고.”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그러니까.”
지현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태현을 다시 안으려고 했지만 태현은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마.”
“내가 도대체 언제 너를 괴롭혔다는 거야. 그저 나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전부야. 나는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라고. 그런데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 마. 너에 대해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인 거니?”
“어.”
“뭐라고?”
“그거 잘못이야.”
태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두 사람.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미 끝이 난 사이야. 네가 아무리 다시 돌리려고 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는 거라고. 그래놓고서 지금 다시 돌리고 싶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네가 보기에 내가 너무나도 우습지? 내가 한심하지? 너만 사랑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김지현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왜?”
“나를 망가뜨린 게 너니까.”
태현의 말에 지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러니까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태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얼굴에서 모든 표정을 지운 채로 지현을 응시했다.
“네가 보기에 내가 정말 우습겠지. 네가 무슨 말을 하면 바로 너에게 돌아갈 사람으로 보였을 거야. 그리고 얼마 전이었다면 나는 당연히 너에게 돌아갔을 거야. 네가 가장 좋으니까 그랬을 거야.”
“그럼 지금은 달라?”
“응. 달라.”
태현의 대답에 지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좋은 사람이 생겼어.”
“좋은 사람?”
“그래.”
“그래도 나랑.”
“너 변주명 그 새끼가 있잖아.”
지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지현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지금 그 사람이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지금 나랑 뭘 하자는 거야?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고?”
“헤어질 거야.”
“뭐라고?”
“우리 두 사람은 헤어질 거라고.”
지현의 말에 태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뭐?”
“네가 그 사람하고 헤어지건 말건. 그건 날아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잖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 되는 일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데? 그건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이 네가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잖아. 내가 그 일에 대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만 둬.”
태현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아파왔다. 지현의 눈을 바라보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그녀는 그를 흔들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하는 대로 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악마였다. 태현의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이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면 내가 무조건 좋아해야 하는 거야? 그건 아니잖아. 나는 이제 더 이상 너에게 미련이 없는데.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이 나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는 건데?”
“너 때문이야.”
“뭐라고?”
“너 때문에 사귀기 시작한 거라고.”
태현은 지현을 보고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런 게 아니야.”
“그럼?”
“그러니까.”
“오랜만이다.”
갑자기 주명이 나타나서 태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현은 멍하니 그 손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도대체 무슨 낯으로 나에게 아는 척을 하는 거냐? 우리 두 사람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너 속이 너무 좁은 거 아니냐?”
“뭐라고?”
“아니 내가 무슨 원수도 아니고.”
주명의 능글맞은 대답에 태현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주명의 눈을 가만히 보고 고개를 저었다.
“꺼져. 너랑 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니까. 도대체 내가 너랑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거냐? 네가 보기에 내가 그렇게 우습냐? 내가 그렇게 만만해? 헛소리 하지 말고. 그냥 꺼져.”
“이거 입 되게 거치네.”
“더 거칠게 해줘?”
“그만해.”
지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 친구였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두 사람 그렇게 다정한 사이였으면서.”
“됐다.”
태현은 주명의 발치에 침을 뱉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는 아는 척 하지 마라.”
태현은 그대로 휘적휘적 멀어졌다. 주명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자식 되게 유치하네.”
“주명 씨도 그만 해. 도대체 태현이에게 뭘 바라는 건데?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주명 씨가. 저 새끼는 그냥 태현 씨라는 거지? 지금 너는 그냥 그렇다는 거지?”
“주명 씨.”
“오케이.”
주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나는 한 번도 당신에게 진짜 사랑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뭐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서운하기는 하네. 그나저나 저 녀석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 네가 돌아간다고 하면 무조건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야.”
“당신이 원한 거니까.”
“그래?”
주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 새끼는 지가 한 짓은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냥 다른 사람이 한 것만 기억을 한단 말이야.”
“그만 둬.”
“뭘 그만 둬?”
주명은 지현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냥 재미있는 것이 좋아서 그러는 거야. 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 더 아프게 하면 내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나 정말로 저 사람을 아꼈었어. 그리고 지금은 당신 곁에 있는 만큼 당신이 그렇게 오해를 할 이유 같은 거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주명 씨.”
“아무튼 재미있겠어.”
주명은 입에 담배를 물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지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나도 답답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당신 왜 그렇게 태현이 싫어하는 건데?”
“그냥.”
주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무슨 이유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있을 수도 없는 거고. 그리고 굳이 이유를 찾자고 하자면. 네가 내가 아니라 여전히 그 녀석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거?”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기는.”
주명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지현을 노려봤다.
“내가 바보인 줄 아냐? 살을 섞으면서도 너는 늘 나에게서 저 녀석을 봤잖아. 도대체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것이 뭔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저 녀석이 가지고 내가 못 가진 것이 뭘까. 나 그게 너무나도 궁금하거든.”
주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현은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한참을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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