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마미, 벌레 먹은 사과로 만든 애플 파이
[마미]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자비에 돌란’ 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Bad – 친절한 영화를 찾는 사람
평점 - ★★★★☆ (9점)
[마미]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 누구도 나쁘지 않다.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삶의 무게라는 것이 있고 그것을 벗어나는 아픔을 얻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나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 하나 없으니 말이죠. 저마다 그럴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서 손을 내미는 ADHD ‘스티브’와 그를 품으려고 노력하는 ‘다이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카일라’의 모습은 상처투성이인 우리와 참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냥 살아갑니다. 하지만 쉽게 누군가를 향해서 손을 내밀지는 못합니다. 내가 괜히 손을 내밀었다가 나만 바보가 되고 내 상처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기 때문이죠. 사실 이런 고민 자체가 너무나도 우스운 걸 겁니다. 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아프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프지 모른다는 것은 나를 돕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위해서 마찬가지로 손을 내밀어야만 합니다.
상처 투성이 사람들의 이야기. [탐 앳 더 팜]을 통해서 우선 만났던 ‘자비에 돌란’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따뜻해졌다.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이 모진 것은 변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손을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세상을 향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말이죠. 닿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닿을 수 없는, 그래서 더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미]에서 펼쳐집니다. [마미]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음악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과잉 행동 장애의 ‘스티브’의 조금은 과한 행동. 그리고 음악이 어울리는 순간은 참 묘한 느낌에 들게 만듭니다. 더불어 화면 역시 잘려져 있는 것 역시 묘한 느낌을 줍니다. [마미]는 휴대전화 화면으로 찍은 영상처럼 아주 좁게 스크린을 차지하는데요. 처음에는 그 양 끝에 존재하는 여백이 도대체 무엇인가? 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저 공간을 채우지 않은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그 여백에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반드시 모든 것이 다 채워져야 하는 거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 빈 공간 덕에 인물들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진심으로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 보이거든요.
‘앤 도벌’이 맡은 ‘다이안’은 잔뜩 지친 사람입니다. 물론 그게 당연한 것이겠죠. 중학교 중퇴를 한 이후 과잉 행동 장애를 하는 스티브를 홀로 키워야 하니 말입니다. 세상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세상은 ‘다이앤’을 도울 것이다.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정작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하고자 하는 것이 그녀가 사랑하는 아들을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병원에 완벽하게 가두고 환자로 만들어야지만 그녀를 도울 수 있다는 세상에 ‘다이안’은 당당히 부딪치고자 합니다. 비록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적고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죠. 그 안에서 담겨 있는 서러움 같은 것이 꽤나 묵묵하게 ‘다이안’의 눈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밝게 웃고. 모든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티브’와 부딪치고 나서 절규를 하고 혼자서 싸구려 와인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은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듭니다. 세상 모두가 그녀에게 낭떠러지로 떨어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세상을 향해서 손을 내밀고 구원해달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 뿐입니다. 그런 그녀가 ‘카일라’를 친구로 맞이하는 것은 당연할 수순일 겁니다. 너무나도 닮은 부족하기만 한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이죠.
과잉 행동 장애 청소년 ‘스티브’ 역은 ‘안토니 올리버’라는 배우가 맡았는데요. 사고를 치면서도 엄마를 사랑하는 모습이 참 잘 그려집니다. 많이 답답하고 불쌍한 아이입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모습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도대체 왜 저렇게 자기 제어가 되지 않는 것일까? 생각이 되지만 결국 이 아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 한 번도 이 아이를 따뜻하게 품은 사람이 없다는 걸 겁니다. 아버지가 있을 적에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다이안’의 말을 들어보면 ‘스티브’는 그저 그의 곁에서 그를 잘 잡아줄 사람만 있으면 되었던 걸 겁니다. 하지만 ‘다이안’은 ‘스티브’를 잡아주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지친 사람이었기에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거죠. 이 상황에서도 ‘스티브’는 엄마에게 부족하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는 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지만 말이죠. 미치광이 같기도 하고 괴물 같기도 한 이 아이는 사실 세상을 향해서 끊임없이 살려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중일 겁니다. 그냥 같이 살고 싶다고. 엄마 옆에서 머물고 싶다고. 이렇게 외치고 또 외치는 중인 거죠. 누구나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결국 엄마의 사랑도 확신하지 못하기에 더욱 불안한 아이입니다.
‘쉬잔트 클래먼트’가 맡은 ‘카일라’는 언어 장애가 있는 전직 교사입니다. 그녀가 ‘다이안’과 ‘스티브’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가진 장애 덕일 겁니다. 그녀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고 세상으로부터 모진 대우를 받고 이씩에 도대체 ‘스티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조금이나마 더 이해를 할 수 있는 거죠. 그가 얼마나 아프고 세상을 향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존재일 겁니다. ‘카일라’ 역시 두 사람과 친구가 되면서 천천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갑니다. 여전히 말을 더듬기는 하지만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도 하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거죠. ‘스티브’가 ‘카일라’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했다면, ‘카일라’ 역시 ‘스티브’에게 다시 세상을 알려주면서 하나하나 자신도 배워나가는 겁니다. 말을 배워가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더 많은 어휘를 알아가는 엄마처럼. 그녀는 아름답고 선한 존재인 거죠. 물론 그녀가 믿는 세상이 그녀를 배신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지치고 좌절하기는 하지만 그 전에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일 겁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이죠. 불완전하기에 더욱 아름답고, 소통하고자 하기에 더욱 빛나는 역할입니다.
보면서 참 먹먹하고 아프고. 도대체 내가 그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 동안 성적 소수자들의 편에 섰던 ‘자비에 돌란’ 하지만 그들의 경우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이 처한 운명에 대해서 순응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나서 스스로 싸우고 투쟁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면 ‘스티브’에게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어렵잖아요. 그는 장애인이고 그에게 세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운 공간인지는 우리들 모두가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세상을 향해서 아무리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세상 중 그 누구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지 않는 거죠. 그저 치료라는 이름을 하고 병원에 가두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과연 그들이 선택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지 그 누구도 명확히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그저 타인의 눈으로 볼 적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을 하겠지만 그들의 입장이 되고 난다면 그렇게 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죠. 세상을 향해서 손을 내밀고 다시 한 번 그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는 영화. 가장 먼저 배운 따뜻한 말. 그 안에 담긴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 그게 바로 ‘자비에 돌란’이 [마미]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어렵지만 그래서 다시 보고 싶은 [마미]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집안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 세 사람
둘 – 진짜 자유를 찾고자 하는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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