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네게가는길[완]

[로맨스 소설] 네게 가는 길 [18장 - 2]

권정선재 2014. 12. 29. 07:00

 

이나라. 왜 이제 들어와?”

언니 벌써 왔어?”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생각을 할 것이 좀 있어서.”

정태현 씨랑은 이야기 했어?”

끝났어.”

?”

 

우리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두 사람 고작 그런 일로 끝이 나다니? 너 그거 지금 말도 안 되는 거잖아.”

?”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무슨 사이인 건데 그런 식으로 끝이 나면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충분히 나는 그 사람으로 인해서 아팠고. 그 사람에게 신경을 썼으니까.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래도.”

 

우리는 나라에게 다가섰지만 나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우리는 입을 꼭 다물었다.

 

어차피 우리 시작한지 얼마 된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시작한 거라고 말을 하기도 우스운 사이였고. 그냥 이렇게 끝을 내는 게 더 어울리는 거야.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망설였는지 언니도 알고 있잖아.”

이나라.”

 

우리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두 사람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끝을 내면 안 되는 거잖아. 이나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거 그렇게 쉽게 정리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나라는 우리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언니 나 힘들어.”

너 힘들지 않다는 게 아니야.”

그런데?”

아니. 네가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냥 이대로 끝을 내는 거 너무 우스운 거 아니야?”

뭐가 우스운데?”

아니 내 말은.”

다른 여자랑 키스를 하고 있었어.”

 

나라의 말에 우리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그런데 내가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건데?”

아는 사이 아니래.”

그래서?”

?”

그러면 달라지니?”

그래도 정태현 씨 잘못은 아니잖아.”

 

우리의 말에 나라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언니. 지금 누구 편이니?”

누구 편이 있어?”

그럼 지금 편이 없어?”

나는 그냥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거야. 네가 그 사람하고 잘 어울리니까. 그게 전부라고.”

그럴 수 없다고. 이미 다 끝이 난 거라고. 언니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미 다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나라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원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언니가 알아?”

알아.”

아니. 언니는 몰라.”

내가 왜 몰라?”

언니는 내가 아니니까.”

 

나라의 차가운 대답에 우리는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나라를 두고 그냥 방으로 들어갔다.

 

쟤 어떻게 하면 좋니.”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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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라 씨는?”

갔어.”

 

우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태현의 앞에 앉았다.

 

아니. 김지현 걔는 미친 거 아니야? 도대체 너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자기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내 잘못이지.”

네가 뭘?”

내가 그 녀석에게 빌미를 준 거니까.”

정태현.”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걔한테 당한 거야. 정태현 네가 김지현의 감정까지 하나하나 다 고민하고 그럴 이유 하나도 없다고.”

그럼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김지현의 멱살이라도 흔들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지.”

아니.”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지현에게 따지고 든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하나 없었다.

 

김지현이 도대체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건 나랑 나라 씨 관계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야.”

하지만.”

다시 시간을 들여야지.”

그건 아니야.”

 

우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태현과 나라는 너무나도 멀리 돌아서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시간을 준다는 것은 다시 어색한 사이가 된다는 의미였다.

 

두 사람 더 이상 그렇게 흔들리는 거 말도 안 되는 거야. 도대체 뭐 하자는 건데?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금이라도 김지현 찾아가서 고개 숙이라고 하고.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말을 하게 해야 한다고.”

그러면?”

?”

그러면 나라 씨 마음이 돌아가나?”

그거야.”

돌아가지 않아.”

 

태현이 단호히 고개를 흔들자 우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태현은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평소보다 훨씬 더 기가 죽은 그의 태도를 보는 우석의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무슨 마음인지 알고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지금 네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알아.”

그런데 왜 이래?”

자신이 없어.”

정태현.”

 

너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겠냐?”

태현의 힘없는 웃음에 우석은 숨이 막혔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태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석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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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씨.”

왜 왔어요?”

 

우석을 본 나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정태현 씨가 가라고 했나요?”

그 녀석이 그럴 놈입니까?”

아니죠.”

제가 온 겁니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저었다. 우석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안우석 씨는 정태현 씨의 친구니까. 지금 내 생황보다 그 사람의 입장을 우선 이야기를 하겠죠.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내 이야기를 제발 좀 들어주기 바랍니다. 그 녀석이 못할 이야기를 말입니다.”

아니요.”

 

나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우석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시 자시의 생각이 바뀌고 말 거였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굳이 정태현 씨에 대해서 변명을 해줄 이유 하나도 없어요. 내가 생각한 거 그냥 믿고 싶어요. 내가 내 눈으로 본 거. 그거보다 지금 더 확실한 거. 그런 거 없잖아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 정태현 그 자식. 그 여자 못 잊었어요.”

 

나라의 손이 멈칫했다.

 

나는 그 녀석이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나는 그 여자랑 헤어지기 정말 잘 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여전히 그 여자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으니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잘 된 거네요.”

유부녀입니다.”

 

나라는 놀란 눈으로 우석을 바라봤다. 우석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일단 마음이 놓이죠?”

그런데 왜 그래요?”

그 여자로 인해서 태현이가 망가졌거든요. 이제 뭐 다시 가까이 오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반은 장난처럼 다가가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진심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반은 장난으로. 그냥 그렇게 이죠.”

말도 안 돼요.”

그러니까요.”

 

우석은 심호흡을 하고 나라의 눈을 바라봤다.

 

그 녀석이 일부러 이나라 씨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란 거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정말로?”

저를 매일 찾아왔습니다. 다시 그 녀석하고 잘 해보겠다고. 뭐라도 되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나도 반갑지 않았고 그 녀석도 원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 사이에 아무 것도 없고. 태현이 녀석이 그냥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니까 그 사람이 태현이 붙들고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한 게 전부입니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정태현의 마음이 처음으로 돌아간 거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기회를 줘요.”

불안해요.”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죠?”

제가 막을게요.”

아니요.”

 

나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거 원하지 않아요.”

이나라 씨.”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원하지 않는 것은 그냥 이대로 끝이 나면 되는 거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건. 그건 나랑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냥 이렇게 생각을 하고 덮고 싶단 말이에요.”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있다는 거. 지금 그거까지 부정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이대로 끝을 내면 안 되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나라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 감정이 없어요.”

거짓말.”

안우석 씨.”

지금 흔들리는 거 아닙니까?”

 

우석의 물음에 나라는 입을 꼭 다물었다. 우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라의 눈을 바라봤다.

 

이나라 씨. 제발 그렇게 망설이고 자신을 속이지 마요. 두 사람 옆에서 보면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요?”

그럼 관심 가지지 마요.”

그러니까 내 말은.”

 

우석은 나라의 핸드폰을 들었다. 나라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우석은 나라에게 태현의 소설 페이지를 열었다.

 

읽어요.”

안우석 씨.”

두 사람 사이. 그러니까.”

헤어지는 거네요.”

?”

우리 둘.”

 

나라의 시선이 액정으로 향했다. 우석은 황급히 태현의 소설을 확인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니까.”

정태현 씨도. 이미 우리 두 사람이 어느 정도는 헤어질 거라고 예측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글을 쓴 거겠죠?”

아니. 소설이라는 게 정말 자신의 마음은 아니잖아요.”

그래도요.”

 

나라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아니.”

아직 미련이 남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정말로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거. 확실하게 되었네요.”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아니.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적어도 정태현 그 자식을 만나서 이야기는 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만나서 듣는다고 해서 변하지 않아요. 이미 정태현 씨도 나름의 마음 정리를 한 거 같네요. 제가 더 이상 낄 자리 없어요.”

 

우석은 그대로 편의점에서 쫓겨났다.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안우석. 너 뭐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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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요.”

그 녀석이 받아준대?”

그런 거 상관없어요.”

 

주명은 물끄러미 지현을 응시했다.

 

싫어.”

당신 정말.”

당신은 내 꺼야.”

 

주명은 읽던 책을 덮어두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지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먹을 세게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