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네게 가는 길 [19장 - 1]

 

19장

“너 도대체 소설을 왜 그렇게 쓴 거야?”

“어?”

 

우석의 따짐에 태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니 결말이 왜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거냐고.”

“아.”

 

태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서. 그런데 왜?”

“아니. 나라 씨가 그 글을 읽고 놀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 그 글을 보고 서운해 할 거라는 건 몰라?”

“그런가?”

“그런가 라니?”

“이미 다 끝이 난 거야.”

“정태현.”

“더 말하고 싶지 않아.”

 

태현은 우석을 가볍게 밀어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거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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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뭘 하라고?”

“나라 설득을 하라고.”

“미쳤어?”

 

우리의 말에 은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내가 나라랑 친구라고 하지만. 내가 나라 좋아한다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지금 나한테 뭘 부탁하는 거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나한테 너무 잔인하지 않아?”

“그래도 이런 거 할 수 있는 사람 너 하나야.”

 

우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나라 내 말은 안 듣는 거 알고 있잖아. 그래도 이나라는 네가 하는 말이라면 들어. 네가 자기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아니까.”

“젠장.”

 

은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차라리 두 사람이 헤어지게 두면 그게 나에게 더 좋은 거 아니야? 나에게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 아니야?”

“그런 기회 없다는 거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우리의 차가운 대답에 은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네가 나라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포기한 이유. 나라가 정말로 행복하기를 바라서 그런 거 아니야?”

“행복이라.”

 

은우는 살짝 헛기침을 하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나라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굳이 연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불편하고 아픈 마음. 은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걔 지금 어디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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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혼하고 싶어.”

 

태현은 물끄러미 지현을 응시했다. 그러다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하고 좋아서 결혼한 거 아니야. 나는 그저 너를 돕기 위해서. 그 사람이 너를 망가뜨린다고 하니까 그거 막고 싶어서 결혼한 거야. 하지만. 더 이상 그냥 참으면서 살 수 없어. 나 힘들어.”

“그래서?”

“정태현.”

“그건 나랑 아무 상관이 없는 거 아닌가?”

“너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거야.”

 

지현의 말에 태현은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혀로 입술을 살짝 축이더니 지현을 다시 응시했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네가 그 일을 선택한 거야. 그 순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잖아. 하지만 너는 그런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그냥 나를 바보로 만드는 것을 선택한 거야.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선택한 거라고.”

“그런 거 아니야.”

 

지현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태현은 그저 덤덤할 따름이었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듣고 싶지 않다.”

“도대체 왜 그래?”

“너로 인해서 그 사람을 놓쳤어.”

 

지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겨우 내가 마음을 연 사람이야. 너는 우습게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사람을 정말로 좋아했어. 그리고 절대로 놓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고. 말도 안 되는 일로 인해서 감정싸움을 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었어. 그런데 네가 망친 거야. 네가 그 모든 것을 다 쥐고 흔든 거라고.”

“정말이구나?”

 

지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냥 말로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너를 대하지 않은 적도 있었나?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김지현 너에게는 늘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리고 더 이상 너에게 미련이 없다는 그 말도. 지금 너에게 전하는 진심이야.”

 

태현의 덤덤한 고백에 지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태현을 응시했다.

 

“두 사람. 헤어질 수 있잖아.”

“그래도 너에게 돌아가지 않아.”

“왜?”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태현의 낮은 목소리에 지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너 잔인하다.”

“이전의 내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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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완전 다 죽어간다.”

“누가?”

 

은우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나라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우는 편의점 일을 하는 나라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좀 쉬지 그래?”

“왜 쉬어?”

“아무리 그래도.”

“별 거 아니야.”

 

은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어깨를 으쓱했다. 별 일이 아니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어차피 정태현 씨랑 나랑 그다지 특별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뭘 대단하게 말을 하려고 그래?”

“이나라 거짓말 되게 못 한다.”

“어?”

“나 지금 아파요. 지금 제발 나를 좀 구해주세요. 지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러는 거냐?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될까봐?”

 

은우의 물음에 나라는 고개를 숙였다. 은우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편의점 문을 잠근 후 의자를 끌고 와서 나라를 바라봤다.

 

“뭐 하는 거야?”

“이나라 왜 이러냐?”

“정태현.”

“왜 이렇게 솔직하지가 못해?”

 

나라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아는 이나라는 이렇지 않았어.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고 겁을 내는 거냐? 네 감정에 솔직하라고. 나는 이나라가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 내가 말했잖아. 내가 이나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네가 네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서 그랬다고 말이야. 그런데 지금 너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아. 왜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하는 건데?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정태현 씨가 한 실수. 들었어. 그래. 나도 화가 나. 용서가 되지 않아. 하지만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며? 적어도 이야기는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애처로운 목소리의 나라에 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라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

“그건.”

“없잖아.”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때?”

 

태현은 나라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다 괜찮을 거라고. 정말 별 일이 아닐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을 하고 견디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이 되면 그때 정태현 씨를 미워하면 되는 거잖아.”

“나 그 사람이 너무 좋아.”

 

나라의 눈에 바로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금 나랑 헤어지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 그 사람이 나를 모델로 쓰고 있다는 그 소설에서 나랑 헤어진다고. 그 사람은 애초에 나랑 끝까지 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거야. 애초에 끝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래도 남녀가 시작을 하면 이별부터 생각하지는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그 사람은 아니더라고. 그 사람에게는 나와의 이별이 쉽더라고.”

“그건 그냥 소설이잖아.”

“아니.”

 

나라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은우는 심호흡을 하고 카운터로 들어가서 나라를 가만히 안고 토닥였다.

 

“이나라 정신 차려.”

“정말 속상해.”

“너는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일. 그것만 하면 되는 거라고. 괜히 다른 것까지 신경 쓰지 말란 말이야. 지금 네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지금 네 감정에 대해서 네가 더 잘 알잖아.”

“내 감정이라.”

 

나라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태현 씨가 보고 싶어.”

“그럼 보러 가.”

“무서워.”

“뭐가 무서운 건데?”

 

은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너는 내가 마음이 편해서 이렇게 너랑 정태현 씨가 잘 되기를 바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나도 싫어. 나 정말 화가 나고. 지금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너도 아프고. 네가 네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서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야. 네 마음. 그거 확실히 알아야 하는 거라고. 그렇게 망설인다고 되는 거 아니라고.”

“망설이지 않아.”

“거짓말.”

 

은우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라를 내려다보면서 가만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너 지금 안 설레지?”

“어?”

“나는 아니지.”

“응.”

“너 지금 그 사람이야.”

 

나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가 되었건 망설이지 말라고. 제발. 도망치지 마. 적어도 네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행동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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