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오늘 정말 고마웠어.”
“아니에요.”
은희의 고마움에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자신이 고마운 편이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한 덕에 완벽히 잊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원래 일요일은 손님이 잘 없는 편인데 오늘은 손님이 굉장히 많네. 여기가 오피스들이 전부거든. 그래서 원래 일요일에는 출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해도 충분한데 말이야.”
“장사가 잘 되면 좋은 거죠.”
“그러게. 확실히 상현이 네가 행운의 마스코트가 맞는 모양이야. 손님이 이렇게 많으니 말이야.”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부끄러워요.”
“자식.”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앞치마를 벗었다.
“우리 나가서 맥주나 한 잔 할래? 은비도 기다리고 말이야.”
“아니요. 누나가 되게 부담스러울 거예요.”
“그래?”
은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가 상현을 마주칠 그 상황도 생각을 해야 했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네.”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카페를 나왔다. 그 순간 상현의 전화가 울렸다. 액정을 확인을 하니 은비였다.
“누나.”
상현은 머뭇거렸다. 전화를 받고 싶기는 했지만 마음 한 가운데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설마 나를 거절을 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으면서도 은비의 전화를 받게 되면 지금 아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희망이 부수어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전화가 끊겼다. 이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시 한 번 전화가 울리고 은비의 번호가 화면에 떴다.
“누나.”
자신의 마음과 같을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은비가 지금 자신과 절실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중이었다. 그 마음에 대해서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은비의 선택이라면 자신이 들어주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상현은 심호흡을 전화를 받았다.
“응 누나.”
‘김상현. 너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냥. 누나 지금 어디야?”
‘우리 지금 만나자.’
“지금?”
‘응. 김상현 너를 만나서 꼭 할 이야기가 있어.’
“전화로는 할 수 없는 이야기야?”
‘절대로.’
묘하게 흥분이 된 은비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상현에게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어쩌면 긍정적일지도 몰랐다.
“그럼 어디에서 볼까?”
‘네가 편한 곳이면 어디든 괜찮아.’
“그럼 지금 내가 막 카페를 나서는 길이거든. 은희 누나가 알면 안 좋을 테니까. 역전에 있는 북카페 있지?”
‘응. 알아.’
“거기서 만나자.”
‘알았어. 기다려.’
“응.”
전화를 끊고 상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은비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 맞는 거지.
“김상현 왜 그러냐?”
“아, 누나.”
너무 오래 있었던 것인지 은희가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은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상현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누구야?”
“은비 누나요.”
“은비?”
순간 은희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상현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괜히 은비가 오해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만나자고 했어요.”
“너는 그걸 그냥 보게?”
“네?”
“너는 화도 안 나니?”
“네.”
상현이 웃는 것을 본 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이 은비를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
“하여간 못 말려. 김상현 너도 알아야 해. 어느 한 사람이 좋아하면 그거 엄청나게 손해라는 것 말이야.”
“그럼 저는 그냥 손해를 볼래요.”
“정말로?”
“네.”
상현이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은희도 미소를 지으면서 상현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럼 우리 시스터랑 즐겁게 있다가 와. 오늘은 실수하지 말고.”
“네.”
상현은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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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아, 상현아.”
카페에 들어가서 살짝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들었다. 상현의 모습에 은비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은근히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남들은 이러한 모습이 다소 창피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런 상현의 태도는 모두 은비 때문이었다. 상현은 이러한 것을 정말로 질색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왜 그렇게 웃어?”
“그냥.”
“그냥은 무슨. 왜 보자고 한 거야?”
상현이 긴장을 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은비도 덩달아 긴장을 했다. 상현의 표정은 그녀가 생각을 하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진지한 표정이었다.
“오늘 류 팀장님하고 있었어.”
“그랬구나.”
“네가 알고 있는 것도 알아.”
“아. 그래?”
은비의 대답에 상현은 적잖이 당황을 했다. 분명히 은비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몰라야 맞는 거였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류 팀장님이 봤다고 하더라.”
“그 사람이 그것을 이야기를 해?”
“응. 그리고 너 류 팀장님하게 되게 고맙게 생각을 해야 해.”
“그게 무슨 일이야?”
“나보고 가라고 하더라.”
“어?”
“너를 좋아하는 것 다 보인다고 말이야. 그러니 자기하고 이렇게 시간을 낭비를 하지 말라고 말이야.”
“나를 좋아한다고?”
“응.”
은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현은 그대로 아랫입술을 물었다. 은비에게 좋은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런 식으로 그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지금 누나 농담을 하는 거 아니지? 그저 내가 기분이 좋게 하려고. 그렇게 장난을 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 사실 되게 겁이 났거든. 지금 내가 너랑 연애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런 것도 생각을 하고 말이야. 하지만 류 팀장님이 그러한 것은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아직 우리는 확인을 해야 할 것이 많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랑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응.”
“그게 뭔데?”
은비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상현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상현을 보면서 은비는 엷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워?”
“솔직히 인간 조은비가 확인을 한다고 하면 무섭지. 누나가 좀 성격이 더러워? 뭘 확인을 할 건데?”
“하여간 너는. 앞으로 우리 두 사람 결혼 같은 것을 하지 못할 지도 몰라. 너의 20대의 한 조각을 다시 나를 위해서 양보를 할 수 있어? 상현이 너보다 내가 한참이나 나이가 많지만 말이야. 그래도 너와 함께 처음부터 시작을 하고 싶거든. 이 끝이 어떤 것일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나는 좋아.”
상현은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도 고민을 하지 않고 대답을 하는 상현을 보면서 은비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하나도 고민을 안 하니?”
“이런 일에 고민을 할 것이 뭐가 있어?”
“그래도.”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
“뭐?”
“소리를 지르고 싶어.”
“소리?”
“다시 한 번 내가 사랑을 하는 사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고.”
“못 말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현은 그런 은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은비는 가만히 그 손을 내려다 봤다.
“뭐 하는 거야?”
“잠시만.”
“잠시만 뭐?”
“좋아서.”
상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은비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런 상현의 시선에 은비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지금 내 입장으로 누나를 잡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스운 일일 거야. 하지만 한 가지 내가 누나에게 맹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누나를 이제 혼자 두지 않겠다는 거야. 누나가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한다면 그 어느 순간이라도 누나의 곁에서 위로를 해줄 거니까.”
“고마워.”
“나야 말로 고마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앞이 깜깜한 나라는 녀석을 선택을 한 거니까.”
은비와 상현의 눈이 부드럽게 부딪히고 두 사람의 입술은 뜨겁게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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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응. 아들 왔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승현을 보면서 상현은 머뭇거렸다. 그래도 이 사실은 그녀에게 알려야 할 것 같았다.
“저기 엄마. 할 이야기가 있는데요.”
“뭔데?”
승현은 여전히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물었다. 상현은 가방만 내려놓고 거실에 앉았다.
“저 은비 누나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
상현이 속으로 숫자를 셋을 세자 승현이 놀란 눈을 하고 텔레비전을 끈 후 상현을 바라봤다.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아들 지금 뭐라고 그랬니?”
“은비 누나랑 다시 사귄다고요.”
“그러니까 지금 다시 사귄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전에 사귀었던 그 은비랑 사귄다는 거지?”
“네.”
“말도 안 돼.”
승현은 놀란 표정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이 은비와 일을 한다고 할 때 이미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아들이 은비와 다시 사귄다고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왜 다시 사귀는 거야?”
“네?”
“왜 사귀는 거냐고.”
“은비 누나가 좋아서요.”
“미쳤어.”
승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이 너무 순진해서 그런 것이 분명했다. 원래 남자라는 동물이 첫 사랑은 쉽게 잊지 못하는 법이었다. 아들에게 있어서도 은비라는 아이는 그런 위치에 있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애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은비가 상현보다 얼마나 나이가 많은데.
“안 된다.”
“엄마.”
“너 이제 놀기만 해서는 안 되는 나이야. 대학교 1학년이야 그러한 것들과 떨어져 있다고 해서 괜찮지만, 이제 너 대학교도 복학을 해야 하고 말이야. 3학년이면 취업을 준비하기도 해야 하는 나이야. 그런데 다시 연애를 하겠다고? 엄마가 그것을 그냥 이해를 해줘야만 하는 거니?”
“누나가 좋은 사람이라는 거 엄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러면서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예요?”
“그 아이랑 한 번 헤어진 사이잖니? 그런 사이가 다시 잘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 알잖아? 정말로 몰라?”
승현의 물음에 상현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모친이 걱정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쉽게 포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승현에게 속이고 연애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로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서로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말이에요.”
“착각이야.”
“무슨 착각이요?”
“두 사람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냥 잠시 좋은 것처럼 느끼는 그런 착각 말이야. 그걸 그렇게 크게 해석을 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 아들. 엄마는 아들이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을 해주는 거야.”
“엄마가 알아야 할 것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나은 선택이 바로 은비 누나라는 사실이에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상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단호히 말을 하자 승현은 아랫입술을 가만히 물었다. 상현은 그의 부친을 닮아서 고집불통인 부분이 있었다. 평소에는 온순한 성격이었지만 한 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정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정말로 끝까지 가고자 하는 성격이었다. 지금은 바로 상현의 그런 모습인 모양이었다.
“엄마가 말려도 안 되는 거구나?”
“죄송해요.”
“아니야.”
상현의 사과에 승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들이 사과를 할 일은 아니었다. 아들의 선택이니까.
“그럼 저는 방에 갈게요.”
“응.”
상현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승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거 왜 저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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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사람 다시 사귀기로 한 거야?”
“응.”
은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은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가 싫어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언니의 말대로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것이 내 결정이야.”
“나는 싫어하는 것이 아니야. 다만 너희 두 사람의 앞에 놓인 것이 확신이 없는 미래라서 그런 거야.”
“세상에 확신에 가득 찬 미래라는 것이 어디에 있어? 다들 어느 정도 불안하게 생각을 하는 거잖아.”
“하지만 아직 상현이는 어려. 너랑 두 사람이 무언가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어리다는 말이야. 그건 너도 알지?”
“응.”
은희의 물음에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많은 고민을 한 것이 바로 상현의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한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어. 신경을 쓴다고 달라질 문제는 아니니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어. 그래도 나는 은비 네가 결정을 내린 거니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게.”
“언니.”
“대신 너희 두 사람 단순히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생각을 하고 진지하게 연애를 하는 것이면 좋겠어.”
“싫어.”
“반드시 결혼을 하라는 것이 아니야.”
은비가 잠시도 고민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젓자 은희는 미간을 모으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은희를 본 은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그게 무슨 말이야?”
“두 사람 그저 장난으로 사귀고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야. 그런 것을 할 나이는 이제 아니니까 말이야.”
“그건 상현이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부담이 될 것 같아. 내 입장만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상현이도 그러한 것을 이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너에게 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상현이 네가 생각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마음이 깊은 아이잖아. 그건 나보다도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응.”
은비가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은 이미 이러한 문제까지 모두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였다.
“하지만 나 상현이에게 너무 커다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이미 오케이를 했잖아.”
“그래도 고민이 되고 있어.”
“그런 것을 하나도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너희가 원하는 방향. 딱 그대로 행동을 하면 되는 거니까.”
“정말로?”
“응.”
은비의 물음에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니까.
“그리고 너희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빨리 편해져야지 나도 카페에서 일을 할 때 하나도 안 불편하지.”
“결국 또 이기주의.”
“내가 원래 그렇지?”
은희가 능청스럽게 말을 하자 은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자신을 편하게 해주려는 은희가 고마운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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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제부.”
“네. 처형.”
은희와 상현의 능청스럽게 농담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은비는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 다 그러지 마. 듣는 사람이 얼마나 민망한지 알아?”
“우리가 뭐 없는 말을 했나?”
“그러게요.”
은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보면서 은희와 상현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상현은 은비가 들고 있던 원두를 받았다.
“내가 할 수 있어.”
“이제는 내가 있잖아.”
“이봐요. 김상현 씨. 아무리 우리 두 사람이 사귀기로 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나를 약한 사람 취급을 하면 곤란하다고.”
“왜 부러운데.”
은희가 놀리자 은비는 미간을 잔뜩 모았다. 상현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매가 왜 이래요?”
“너 때문이지.”
“에이, 누나가 그러면 안 되지.”
은비가 한 마디 뭐라고 하자 상현이 더욱 능청스럽게 대답을 했다. 순간 벨이 울리고 류하가 들어왔다.
“아, 류 팀장님.”
“어서 오세요.”
“세 사람 아주 친해 보이네요.”
“그럼요.”
류하의 말에 상현이 바로 은비와 어깨동무를 하며 류하를 노려봤다. 류하는 그런 상현을 보며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꼬맹이가 되게 긴장을 하네.”
“누가 꼬맹이라는 겁니까?”
“그쪽.”
류하가 자신을 가리키자 상현은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런 상현을 은비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왜 오셨어요?”
“오늘은 진짜 커피를 사러 왔습니다.”
“커피는 왜요?”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시거든요. 그런데 지난번에 한 번 사가지고 간 커피가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준비를 해야죠.”
은희가 고개를 움직이자 은비도 재빨리 카운터로 넘어가서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 상현은 류하를 가만히 노려봤다.
“또 무슨 수작입니까?”
“네?”
“지난번에 커피 다 버렸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커피를 버릴 거면서 주문을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 말 못 믿어요?”
“네.”
상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류하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요 근래 만나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그쪽이 어떻게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한 번 아니라고 마음을 접으면 그 사람에게 괜히 마음에도 없는 미련을 가지는 스타일은 되지 못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죠.”
“누가 걱정을 한다고 했어요?”
“그럼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류하의 물음에 상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류하는 그런 상현을 보면서 빙긋 미소를 지었다. 괜히 챙겨주고 싶은 스타일이었다.
“딱 막내 동생 같아서 이야기를 하는 건데 자기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괜히 그렇게 겁을 내는 것이 더욱 우스운 일이죠. 겁을 내지 말아요.”
“누가 겁을 낸다는 겁니까?”
“그 태도 좋네요. 은비 씨도 결국 당신을 선택을 한 것이니까요. 그런 은비 씨를 믿어도 좋고 말이죠.”
상현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서 은비가 일을 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참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내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죠?”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도 그쪽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내가요?”
“네.”
“왜요?”
“당신은 시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가지고 싶은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두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부럽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쪽이 조금은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럼 여기에 안 오면 되는 거죠.”
“하여간 유치해.”
류하가 고개를 저으면서 코웃음을 치자 상현은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지금 그 태도 뭡니까?”
“그렇게 화를 내지 말아요. 나는 그쪽하고 싸우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니 말이죠.”
“그럼 왜 그러는 겁니까?”
“그냥 뭐라고 해야 하죠? 되게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그쪽이 왜 은비 씨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왜 누나를 좋아하는지요?”
“참 닮았네요. 그냥 닮았다고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이 닮았습니다. 그대로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이죠?”
“알잖아요.”
상현의 물음에 류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상현은 가만히 미간을 모으고 류하를 바라봤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쪽이 카페에 오는 것이 반갑지 않습니다.”
“내가 매출을 얼마나 올리는데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너무 많이 생각을 하지 말아요.”
류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현이 왜 자신을 경계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저는 그저 두 사람이 잘 사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고 말이죠.”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요?”
“네.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나는 괜히 잘 만나는 사람들 사이는 깨뜨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거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류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현은 겨우 시선을 거두었다. 그런 상현을 보면서 류하는 미소를 지었다.
“은비 씨는 참 좋겠어요.”
“네?”
“자신을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류하의 말에 상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라이벌과 비슷한 사이라도 이런 칭찬을 받는 것은 어색했다.
“은비 씨는 당신의 곁에 있어야 행복해요. 그게 당신 같은 꼬맹이라는 사실은 슬프지만 말이에요.”
“뭐라고요?”
“꼬맹이 맞잖아요. 이제 스물둘?”
“스물 셋입니다.”
“엄청 많네요. 그래도 나이가 어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나이를 넘는 무언가가 있겠죠.”
“있습니다.”
상현이 힘을 주어 대답을 하자 류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이 되었다.
“두 사람 정말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제 카페를 안 오는 겁니까?”
“아니요.”
류하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여기 케이크는 정말 이 근처에 있는 그 어떤 카페에서도 맛을 내지 못할 정도로 훌륭하거든요. 그리고 이미 얼굴도 아는 사이고 말이에요. 그런데 굳이 오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직원이 손님을 보기 싫으면요?”
“제 잘못이 아니죠.”
류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커피를 들고 나갔다. 상현은 그런 류하의 뒷모습을 보면서 입을 내밀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 더 짜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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