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너희가 헤어질 수가 있겠니? 그렇게 오랜 시간 서로 못 견뎌서 살았으면서 무슨 이별? 그냥 그렇게 지겨운 감정싸움 하지 말고 그냥 상현이가 너에게 해주기 바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말아. 도대체 왜 이렇게 서로를 힘들게 하고. 그냥 지치기만 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된다.”
“이번에는 진짜야.”
은희의 타박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거더라고. 상현이를 놓아줘야 하는 거잖아. 상현이도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데. 내가 계속 상현이를 붙들고 있는 거야. 그래서 상현이가 아무 것도 못하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말이야. 그래서 놓으려고.”
“너 왜 그러는 건데?”
은희는 미간을 모으며 은비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유 같은 거 없어.”
“거짓말.”
은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어.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그런데 왜 헤어져?”
“너무 다르다는 걸 알았거든.”
은비의 말에 은희는 혀를 끌끌 찼다.
“당연히 다르지. 너희 두 사람이 그래도 그 동안 만났던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르다. 그 말 하나로 그냥 헤어질 수가 있다는 거니?”
“응.”
“조은비.”
“너무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은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
“너무 사랑하니까. 그래서 헤어지는 거라고. 내가 김상현 곁에 있으면 나는 계속 김상현에게 어떠한 모습을 바랄 거야. 그리고 김상현은 나에게 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을 할 거고.”
“그게 사랑이지.”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은희의 말에 은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언니. 나는 상현이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줄 수 없는 사람이야. 이 상황에서 나도 지치고 상현이도 지칠 수밖에 없어. 우리는 서로가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연애를 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나는 상현이를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맞추고 그러면 되는 거잖아. 그냥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거. 이거 결국 도망이라고.”
“응. 도망이야.”
은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맞춰보고 싶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도망을 치는 거라는 것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망에서 그녀는 결국 도망을 치는 것만 선택할 수 있었다.
“나도 아직 내 인생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한 가지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건. 내가 김상현 그 아이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많이 관여하고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야.”
“네가 그냥 사라져서 김상현이 힘들어하는 건 생각을 안 하는 거니? 김상현이 도대체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건데?”
“나도 정말 모르겠어. 정말.”
은비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조은비. 너는 상현이랑 있을 때 가장 반짝이는 사람이야. 이런 식으로 상현이랑 떨어지면 안 되는 거라고.”
“나는 반짝이지 않아.”
“조은비. 너 반짝인다고.”
은희는 단호히 말하면서 은비의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언제 너한테 좋은 이야기를 한 적 있어? 나는 늘 너에게 엄하기만 한 언니야. 너한테 그 누구보다도 객관적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너는 지금 이런 내가 하는 말을 안 믿는 거야?”
“나에게 믿음이 안 가는 거야.”
은비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언니의 그 말이 맞기 위해서 해야 하는 그 최소한. 내가 그 최소한이 안 된다는 거야.”
“왜 네가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 너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왜 그러는 건데? 이해가 안 되잖아.”
“김상현 하나 설득 못 하더라.”
은비는 혀로 인술을 축이면서 씩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더라도. 정말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런 사이라면 내가 김상현 정도는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걔한테 하는 말이 다 되게 공허하고. 이상한 거야.”
“뭐가?”
“전시회.”
“전시회라니?”
“류 팀장님이 티켓을 주셨어.”
은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은희에게 티켓을 건넸다. 은희는 봉투를 열어 티켓을 보고 은비를 바라봤다.
“이걸 언제 주셨어?”
“어제. 어제 주고 가더라.”
“그런데 이거 왜 나에게 이야기를 안 했어?”
“일단 상현이. 상현이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
“도대체 왜 그랬어? 상현이 자존심은 어떻게 하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상현이를 보여준 거야. 나 되게 이상한 년이지? 그냥 나는 상현이가 이걸 봤으면 했어.”
은비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내가 되게 이기적인 년이라는 거 아는데. 아직 대학도 졸업 못한 상현이에게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는데. 그냥 왜 너는 이런 거 못 가져 오냐고.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나 봐.”
“미쳤어.”
은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네가 상현이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상현이가 너에게 얼마나 모든 걸 다 바치는지 알잖아.”
“그러니까. 아는데 그랬어.”
은비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되게 한심하고. 내가 이해가 안 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지금이라도 상현이에게 가서 사과해.”
“그런데. 김상현도 되게 화를 내더라고.”
“당연히 화가 나지. 이런 곳에 가자고 하면 화가 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류 팀장님이 주신 건데.”
“그러니까.”
은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는 사과를 하기 싫어. 정말 그러기 싫어. 그러면 내가 정말 나쁜 년인 거 인정하는 거 같아.”
“너 나쁜 년 맞아.”
“맞더라도. 그렇더라도.”
은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 말을 상현이에게서 듣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일이 없었던 것인 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바라지 않는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야지? 상현이가 도대체 왜 너를 다 받아줘야 하는 건데? 이상하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왜 그런 걸까?”
은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다.
========================
“류 팀장님.”
“어? 꼬맹이.”
상현은 미간을 모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나를 왜 찾아온 겁니까? 그쪽이랑 나랑 별로 마주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드릴 말씀이라니요?”
류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것을 준 의도요?”
“네.”
류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은비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서 티켓을 선물한 것이 전부였다.
“내가 조은비 씨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 나보다 그쪽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지금 모르니까 이러는 거 아닙니까?”
“모른다고요?”
“네. 모릅니다.”
상현의 대답에 류하는 한숨을 토해내고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입에 물고 나서 상현을 바라봤다.
“한 대 피워도 되죠?”
“마음대로 하시죠.”
상현은 멀리 연기를 뿜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쪽보다 형이니 말 편하게 할게요.”
“그러세요.”
“그냥 준 거야.”
류하는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래도 그 카페 단골이니까. 매일 같이 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하게 된 전시회. 그 기획 내가 한 건데. 내가 그 사람들에게 그 정도 티켓도 못 준다는 거야? 안 그래?”
“그래도 이건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무슨 자존심?”
류하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네가 왜 이런 일을 가지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거 네 자존심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거야. 그냥 내가 호의를 베푼 것이 전부라고. 거기에 네 것까지 들어있었는데. 그랬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내가 조은비 씨만 초대한 것도 아니잖아.”
“자랑하려는 건가요?”
“뭐라고?”
“당신은 직장인이니까.”
“그거 너 자격지심이야.”
류하는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상현의 눈을 바라봤다.
“그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하지 마. 원래 그 나이의 남자애들. 약간 자격지심 있는 거 알아. 나도 지났으니까. 그런데.”
“아는데 이럽니까?”
“뭐라고?”
“보여주려는 거겠죠.”
상현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신이 선택한 남자가 얼마나 무능한 남자인지. 그거 보라고 지금 이러는 거 아닙니까?”
“나는 한 번도 네가 나에 비해서 무능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그런 생각을 해야 할 거 같네.”
류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상현을 응시했다.
“김상현.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이건 정말 그런 거 아니야. 정말 그런 거였다면. 지금 네가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행동을 하지 않고. 정말 화가 나게 행동을 했겠지.”
“지금도 충분히 화가 납니다.”
“거짓말.”
류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에 담배를 물고 물끄러미 상현을 바라봤다.
“너 우리 회사에서 일 안 할래?”
“네?”
“인턴이라도.”
“이봐요.”
“너 일 잘 할 거 같아서 그래.”
류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 이런 일에 하나하나 다 그렇게 예민하게 행동하지 마. 결국 이런 상황에서 다치는 건 너니까.”
“나는 다치지 않습니다.”
“지금 다쳤잖아?”
류하의 물음에 상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류하는 심호흡을 하고 담배를 끈 후 혀로 입술을 축였다.
“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도 알고 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알고 있는데 말이야. 너는 나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거야.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네가 정말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 자신감이 없이 행동한다는 거. 그건 결국 너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은비 씨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거야. 내가 무슨 행동을 한다고 해서 조은비 씨가 나를 바라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절대로.”
류하는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나를 보고 반하지 않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
“이봐요.”
“진심이야.”
류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눈으로 상현을 바라봤다.
“네가 느끼는 그 감정 가짜야.”
“뭐가 가짜라는 겁니까?”
“그냥 나에게 화를 내는 투정이라고.”
“이봐요.”
“투정이야.”
“투정 아닙니다.”
상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류하는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런 상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가 반응하기 바라는 건가?”
“뭐라고요?”
“나는 그런 거에 반응하지 않아.”
“그게 무슨?”
“나는 어른이니까.”
상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류하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어른이라면 그런 일에 하나하나 다 반응하면 안 되는 거라고. 너는 지금 네가 어른이라고 생각을 하지? 하지만 너는 지금 어른이 아니야. 너도 결국 어린 아이라고. 네가 진짜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그런 거에 하나하나 다 반응하지 마. 그게 조은비 씨를 위하는 길이니까 말이야.”
“헤어졌습니다.”
“뭐라고?”
류하의 얼굴에 묘한 균열이 생겼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쪽이 바라는 대로 헤어졌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류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도대체 왜 헤어져?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두 사람이 헤어질 이유가 하나 없는데 왜 헤어져?”
“그쪽 때문에요.”
“나?”
류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네 녀석이 하는 꼴을 보니까 네가 그럴 이유가 있네.”
“뭐라고요?”
“너는 한심한 녀석이니까.”
상현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지금 그 말씀 사과하십시오.”
“자기 여자 하나 못 지키는 머저리니까.”
“이봐요.”
상현의 주먹이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류하는 그 주먹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너는 너에게 화가 나는 거야. 한심하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그래서 조은비 씨가 버린 거 아닐까. 그게 불안해서.”
“닥치라고!”
상현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날렸다.
=======================
“이게 무슨 일이야?”
“누나.”
“미쳤어.”
경찰서로 들어온 은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상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곧바로 류하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고작 한 대입니다.”
류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신고하고 싶지 않았는데. 저희 사무실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어색하게 말이죠.”
류하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은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류하의 얼굴을 살폈다.
“고운 얼굴에 흉 지겠네.”
“괜찮습니다.”
“괜찮기는요.”
은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상현에게 다가왔다.
“너 뭐 하는 짓이야?”
“뭐가?”
“네가 깡패야? 깡패니? 도대체 왜 사람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너 왜 이렇게 유치하게 행동해!”
“지금 이 상황도 내 잘못인 거구나?”
“뭐라고? 그럼 지금 이 얼굴을 보고도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바라는 거야? 김상현. 너 정신 차려. 네가 지금 화가 난 게 나면서. 도대체 왜 엄한 류 팀장님에게 이러는 건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누나는 저 사람 편이구나?”
“뭐라고?”
은비는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편이라는 게 어디에 있어? 그냥 이 상황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너는 지금 나에게 화가 난 거면서 도대체 왜 이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니까.”
“가.”
“김상현.”
“그냥 가라고!”
상현의 고함에 은비의 눈이 커다래졌다.
“누나랑 할 이야기 없으니까.”
“아이고.”
순간 승현이 경찰서로 들어왔다. 그러다가 은비를 보고 승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은비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
“아가씨 탓이죠?”
“죄송합니다.”
은비의 사과에 승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쪽이 우리 상현이 안 만났으면 좋겠어.”
“만나지 않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만나지 않습니다.”
승현은 물끄러미 은비를 바라봤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상현이가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벌써 다시 헤어진 거예요?”
“네. 제가 상현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현이를 아프게 하기 싫어서 헤어졌습니다.”
“그래요?”
승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승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내 아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만 있으면 우리 아들이 아파.”
은비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왜 헤어진 건지 물어도 될까?”
“그건.”
“오늘 이 일하고도 관련이 있어요?”
“네.”
은비의 대답에 승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은비의 손을 잡았다. 은비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
“어, 어머니.”
“미안해요.”
“네?”
“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어.”
승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녀석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한 번도 못 하고 자란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아가씨랑 사귈 적에도 늘 그렇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고집도 세고. 아마. 아마도 그렇게 행동할 거야.”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니.”
승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이 상황도 은비가 정확히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 눈에 그려졌다.
“내 아들이 얼마나 멍청한 놈인지 알죠?”
“어머니.”
“다시 만나줘요.”
“네?”
은비가 놀란 눈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승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겨우 은비의 눈을 바라봤다.
“나는 내 아들이 정말로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도 그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헤어진 사이에요.”
“아니라는 거 알아요.”
“어머니. 이번에는 정말로.”
“알아.”
승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 주제에 지금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 녀석이 정말로 아가씨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제가 있으면 상현이의 인생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런 거 싫어요.”
“그런 게 연애야.”
승현은 은비의 손을 꼭 잡았다.
“아가씨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싫지만. 그래도 아가씨를 만나고 나서 저 녀석이 달라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어머니.”
“한 번 더 생각해줘요. 제발.”
=========================
“미련한 놈.”
“미안해.”
“아니다.”
상현의 사과에 승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것은 그녀의 죄였다.
“아무리 그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주먹을 쥐어선 안 되는 거야.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 거야.”
“네.”
“왜 그런 거야?”
“그러게요.”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그 일이 조은비. 그 아가씨랑 관련이 있으면.”
“아니요.”
상현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승현이 괜한 오해를 하고 그녀를 괴롭히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너무 약한 사람이었다.
“내 잘못이야.”
“누가 아니래?”
승현은 물끄러미 상현을 바라봤다.
“그 아가씨랑 밥 한 번 먹자.”
“엄마.”
“먹고 싶어서 그래.”
“이미 다 끝난 사이인데. 도대체 왜?”
“아들.”
상현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승현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아팠다.
“저건 누구 닮아서 저러는 거야?”
==============================
“언니. 내가 뭘 해야 할까?”
“왜?”
“그 사람부터 봤다?”
은비의 말에 은희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
“경찰서에서 류 팀장에게 먼저 갔다고 네가 지금 류 팀장을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거야? 너 그런 거 아니야.”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언니는 그 상황이 아니었잖아.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류 팀장님에게 갔다고.”
“많이 다치지 않아서 좋았지?”
“어?”
“그래서 안심이 되었지?”
“언니.”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태현이 걱정이 되었지?”
은희의 물음에 은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은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꾹 다물고 한참을 은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겨우 혀로 입술을 축이고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너 여전히 상현이 좋아해.”
“힘들어.”
“안 힘든 관계가 어디에 있니?”
은희의 말에 은비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 건데?”
“곁에서 지켜봐.”
“언니.”
은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내 인생에 대해서도 모르겠는데 그 녀석까지 내가 쥐고 있고 싶지 않아. 나 너무 힘들고 지쳐.”
“걔가 있어서 너도 달라지는 거야.”
은희의 말에 은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소설 창고 > 남잔다늑대2[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8장] (0) | 2015.02.12 |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7장] (0) | 2015.02.11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5장] (0) | 2015.02.09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4장] (0) | 2015.02.08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3장] (0) | 2015.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