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남잔다늑대2[완]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7장]

권정선재 2015. 2. 11. 07:00

17

내가 너무 갑자기 찾아왔죠?”

아닙니다.”

 

승현의 물음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이 밥을 먹고 싶었어.”

 

승현의 말에 은비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어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내 아들하고 연애하는 사람인데. 엄마 된 마음으로 궁금하지. 궁금하지 않겠어?”

.”

어색해요?”

조금요.”

 

그렇구나.”

 

승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는 우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저를 오늘 보자고 하신 이유를 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상현이. 그쪽 아가씨 만나고 나서 조금 달라졌어요. 더 활기차고. 자기 이야기도 많이 하는 사람으로요.”

그건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김상현이라는 사람이 그런 거고. 저는 그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왜 그러세요?”

거짓말.”

어머니.”

아가씨 아니었으면 내 아들 안 그래요.”

 

승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아하게 음료를 주문하는 승현을 보며 은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 긴장하지는 마요. 뭐 혼내려고 온 것도 아니고. 그냐 같이 밥 먹고 싶었던 것이 전부니까.”

하지만 이미 헤어진 사이에 어머니랑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나도 그래요.”

 

승현의 대답에 은비도 겨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 밥 먹어요. .”

. 밥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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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감사했습니다.”

아니에요.”

 

은비의 인사에 승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보자고 했는데 그거 거절하지 않고 나와 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맙지.”

제가 굳이 어머님을 피하고 그럴 이유는 없잖아요. 저도 상현이 탓에 죄송한 것도 많으니까요.”

도대체 왜 미안해?”

 

승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할 거 하나 없어요.”

내 아들이 막무가내로 행동해서 그렇다는 거.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어머니.”

그러지 마요.”

 

승현은 은비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승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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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이 밥을 먹어?”

몰라.”

 

은희의 물음에 은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나도 모르겠어. 나도 내가 도대체 왜 그런 건지 전혀 모르겠다.”

한심한 년.”

 

은희의 욕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언니가 보기에도 내가 되게 한심하고. 막 그렇지? 나도 내가 되게 한심하고 막 그렇다?”

그러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할 건데? 이제 와서 두 사람 뭐 다시 시작이라도 할 거야? 어차피 헤어진 거 분명하다고 하면서 거기를 왜 나가?”

그러니까.”

 

은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나도 내가 거기를 도대체 왜 나간 건지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무슨 생각으로 나간 걸까?”

조은비.”

언니 나도 모르겠다니까?”

 

은비의 울먹이는 음성에 은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은비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언니가 보기에도 이런 내가 한심하지?”

그래. 엄청 한심하다.”

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니?”

뭐가?”

나 그래도 김상현이 좋아.”

뭐라고?”

상현이가 좋다고.”

 

은비의 말에 은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현이 곁에 너무 있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그럼 김상현에게 지금 네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잖아. 좋아한다고. 좋아하고 있다고. 여전히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그게 어려워.”

뭐가 어려운데?”

결국 우리 모두 다칠 테니까.”

 

은비의 대답에 은희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생이라고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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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잘 되는 거야?”

.”

 

승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고. 뭐 공부도 간만에 하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뭐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아들이 너무 공부만 하기를 바라지 않아. 아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도 괜찮아.”

.”

 

승현의 말에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용돈이 필요하다거나.”

일하면서 벌어둔 돈 있어요.”

그래도.”

정말 괜찮아요.”

그래.”

 

상현이 집을 나서자 승현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나도 너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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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 없으시네요?”

. .”

죄송합니다.”

. 감사합니다.”

 

벌써 몇 번째 거절을 당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샐 수조차 없던 거절에 은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정말 싫다.”

 

학원 강사라는 직업이 그리 쉬운 직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력이 없다고 이렇게 한 곳도 그녀를 받지 않을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리죠.”

.”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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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대도 없어?”

.”

 

은희의 물음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뭐 경력이 간단하게라도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뭐 내세울 경력 같은 것이 전혀 없잖아.”

아니 학원 선생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뭐 엄청난 경력이 필요하다고 그러는 거라니?”

나는 학교도 늦게 졸업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언니랑 같이 일을 하면서 뭐 하나 보여줄 것이 없잖아. 저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도대체 뭘 보고 뽑아야 하는지 모를 것이 당연한 거지.”

그래도.”

괜찮아.”

 

은희가 괜히 화를 내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하루아침에 바로 일자리를 구할 거라고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너무 준비도 안 한 거지.”

그래도 나는 학원 선생은 되게 잘 뽑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또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네?”

전에는 학원이 많기라도 했지. 요즘에는 애들도 학원을 잘 안 보내려고 해서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데 뭐.”

그래?”

 

은희는 숨을 내쉬면서 은비에게 스무디를 건넸다. 은비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스무디를 가리켰다.

 

이거 뭐야?”

언니가 동생을 위로하는 선물.”

대박?”

?”

아니. 언니가 이런 거 한 적이 없잖아.”

먹기 싫으면 내놓고.”

누가 싫대?”

 

은희가 다시 스무디를 가져가려고 하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스무디를 한 모금 마셨다.

 

달다.”

너무 조급하지 마.”

알고 있어.”

 

은비는 미소를 지음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하나 해가야 한다는 거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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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학원 일 구하는 거예요?”

.”

 

류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울까요?”

?”

아니. 나름 내가 인맥이 나쁜 편은 아니거든요. 아는 사람 중에서 학원 원장 한다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거든요.”

아니요.”

 

류하가 휴대전화를 꺼내려고 하자 은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가 고마웠지만 이건 아니었다.

 

안 그래도 류 팀장님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더 이상 폐를 끼치면 안 되는 거죠.”

저는 그저.”

알아요.”

 

류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은비는 미소를 지었다.

 

저에게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는 거. 알고. 정말 감사한대요. 그래도 굳이 이러실 필요가 없는 거예요. 저는 그냥 류 팀장님이 이렇게 저를 신경을 써주시는 것만 하더라도 너무 감사해요.”

어차피 끼어든 거 조금 더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

 

갑작스러운 류하의 말에 은비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말이요?”

그 꼬맹이 말입니다.”

그건.”

 

은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정말로 지금 류 팀장이 끼어드시는 거 같은데요. 류 팀장님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저 때문에 생긴 거 아닙니까?”

아니요.”

 

류하의 물음에 은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절대로 아니에요. 이건 저랑 상현이 사이의 문제이지. 여기에 도대체 류 팀장님이 왜 관련이 되어 있어요? 괜히 미안해하고 그러지 마세요. 류 팀장님이 그러시면 제가 더 류 팀장님께 죄송해요.”

저는 지금 조은비 씨가 이해가 안 됩니다.”

?”

좋아하는 게 보이거든요.”

팀장님.”

두 사람 좋아하는 게 보입니다.”

 

류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그 나이의 남자가 얼마나 초라한지. 다른 그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조은비 씨. 그 남자 놓치면 후회합니다. 지금 당장은 볼 것 없어 보이더라도 언젠가는 정말로 조은비 씨를 행복하게 해줄 그런 남자가 될 거라는 거 제가 자부합니다.”

류 팀장님이요?”

.”

어떻게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류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맞잡고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더 그 꼬맹이에게 마음이 갑니다. 어쩌면 그렇게 저랑 비슷하게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유치하고 한심하게 행동을 하죠. 자기 마음을 제대로 모르면서도 막 고집을 부리고요.”

그만 두세요.”

 

은비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류하에게서 상현의 이름을 듣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건 류 팀장님이 관여하실 일이 아니에요.”

그렇죠. 하지만 저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은비의 단호함에 류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괜한 말을 했군요.”

아니요.”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류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비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조은비 뭐 하자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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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게 자주 마주할 거 같은 두 사람도 마주하지 않는 시간이 오래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은비는 학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상현도 학교에 자연스럽게 복학했다. 두 사람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은 점점 더 적었고. 두 사람은 점점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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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커피나 마시자.”

여기?”

왜요?”

 

상현이 어색한 표정을 짓자 여후배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별로에요?”

그게.”

여기 되게 맛있는데.”

 

다른 여후배까지 끼어들자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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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쉬는 날 굳이 도울 필요 없어.”

이런 날 아니면 내가 언제 언니를 돕니?”

 

은희의 말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도 안 뽑고. 혼자서 운영하려고 하면서. 지금 언니 지친 거 내 눈에 다 보이고 있거든요.”

내가 뭐?”

언니 이제 어린 나이 아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왔고요. 눈가에 주름은 자글자글해요.”

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내가 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여기에서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래. 어휴. 학원에 있는 것들은 괴물이야. 괴물.”

? 학원에서 아이들하고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아이들을 좋아해서. 뭐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

 

은비는 입을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애들은 나한테만 오지 않는 거 같아. 다른 선생님 애들은 다들 말만 잘 듣고 그러는 거 같은데.”

뭐래?”

 

은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정말로 좋아하는 거라면. 옳다고 생각을 하면 뭐 그런 거 하나 따질 이유 없지 않나?”

그렇지.”

 

문이 열리고 은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상현을 바라보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상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선배 아는 카페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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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냈어?”

그냥.”

 

제대를 하고 나서 마주했을 때보다 더 어색한 기분. 상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은비는 덤덤하게 대답할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다행이다.”

?”

잘 지내는 거 같아서.”

 

은비의 시선에 두 여후배에게 향하자 상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

그러니까.”

됐어.”

 

은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상현과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우스웠다.

 

너나 나나 이제 서로에 대한 미련 하나도 없이 하자고 해놓고서 지금 도대체 뭘 하자는 거니?”

지금 미련이 아니라.”

그러니까.”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상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보고 싶었어.”

?”

잘 지내고 있나. 너무 보고 싶었는데. 내가 찾아오면 누나가 너무 놀랄 것 같아서. 그래서 누나에게 못 왔어.”

잘 했네.”

잘 했다고?”

 

상현의 목소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아무리 우리가 헤어진 사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잘 했다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누나는 이제 나에 대한 감정이 하나도 남지 않은 거야?”

.”

 

은비의 대답에 상현이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진심이야?”

그럼 진심이 아닐 리가 있어?”

누나.”

 

상현아. 나 더 이상 너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아. 너를 사랑해. 그래. 나도 너를 사랑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우리 너무 오랜 시간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았니? 더 이상 서로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우리 너무 멀리 왔어.”

아니.”

 

상현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은비를 바라봤다.

 

한 번만 더 나에게 기회를 줄래?”

?”

지금 오니까 분명하네. 내가 여전히 누나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그거 알겠네.”

그러지 마.”

 

은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써 그 마음을 지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거.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상현은 은비를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고 손을 잡았다.

 

누나.”

김상현.”

누나 없는 동안 내가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을 해? 아니. 나 제대로 뭐 하나 할 수가 없었어. 누나는 코웃음을 치겠지. 하지만 나는 정말 너무 아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견딜 수가 없었어.”

나도 마찬가지야.”

 

은비의 덤덤한 고백에 상현의 표정이 굳었다. 은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놓고 자신의 머리를 뒤로 넘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하나 없어. 우리 이미 한 번 헤어졌다가 만나고, 다시 또 헤어진 사람들이잖아. 우리 이미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야. 앞으로도 다를 거 없어.”

같은 이유 아니야.”

같은 이유야.”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말했다.

 

너의 그 자존심. 그게 문제야.”

누나.”

알아. 내가 너의 자존심을 자꾸만 자극한다는 거. 그래서 나도 내가 잘 했다고 말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네가 너무 예민하게 행동했다는 것. 그거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아니니?”

그래.”

 

상현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까지 예민하게 행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 그렇다면 이전에 누나가 알던 김상현하고 많이 다른 사람이 된 거 아니야? 이제 누나가 조금이라도 나를 믿어줘도 될. 그런 사람이 된 거 아니야?”

김상현.”

부탁이야.”

 

상현의 말에 은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일단 오늘은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누나.”

네 친구들이 너를 기다리잖아.”

 

상현은 후배들을 바라봤다. 멍한 표정의 그녀들을 바라보니 카페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모양이었다.

 

다시 올게.”

김상현.”

 

상현은 은비를 보지 않고 카페를 나갔다. 은비는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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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누구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

 

상현의 말에 여후배 둘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요? 그런데 왜 과에서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요? 다들 몰랐잖아요.”

과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달라질 것도 하나 없잖아. 그리고 너희도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

 

여후배 하나의 표정에 아차 하는 것이 지나가자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은비를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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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왜 고백을 저렇게 선전 포고처럼 하고 간다니?”

언니?”

?”

왜 엿들어?”

?”

 

은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내가 엿들은 것이 아니라. 너희가 남의 카페에서 그렇게 떠든 거거든요. 그리고 내가 너희 두 사람을 그렇게 오래 봐온 사람으로 뭐 한 마디 말도 못 하는 거라니? 나도 너희가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건데.”

하지만.”

상현이 확실히 이전하고 달라졌어. 막무가내로 이야기하지 않고 주변 상황 하나하나 다 따지기도 하니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네 마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 너무 상현이 몰아세우지 마.”

나도 좋아서 그래.”

 

은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김상현이 너무 좋아서. 그런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이렇게 마주한 것이 너무 좋은데. 그렇다고 좋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내가 좋다고 이야기를 하면 도대체 우리 사이가 뭐가 되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사이가 되는 거잖아. 우리 이미 다 끝이 난 사이인데 말이야.”

너 왜 그러니?”

?”

 

은희가 따지듯 묻자 은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

너 지금 너무 두 사람 사이를 단호하게 끊으려고만 하는 거 알아? 네 말처럼 너도 좋아하고 있는 거면서 왜 그렇게 선을 명확히 두려고 하는 건데. 상현이가 저렇게 이야기를 하면. 너도 상현이가 하는 말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언니는 지금 누구 편이니?”

편이 어디에 있어?”

나도 좋아.”

 

은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무서워.”

조은비.”

또 버려질까봐.”

그런 생각을 버려. 이제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라고.”

 

은비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상현을 좋아한다는 것. 이거 하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