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가 창조한 [꿈의 도시]는 사실 꿈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너무나도 낡아버린 도시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도 곧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대한민국의 모습하고 지나칠 정도로 닮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오늘 역시 과거의 일본처럼 모든 것이 다 멈춰가고 있으니 말이죠. 사실 도시라는 것 자체가 한 번 발전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발전을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한 나라의 수도를 제외하고 지방 도시들은 자연스럽게 그 발전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기는 하지만 이전과 같은 활기를 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저 자신이 이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새로운 곳에 가기 전에. 어쩌면 어쩔 수 없이.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대다수겠죠.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데 일부 소설들의 경우는 반드시 사람들이 살아가지 않기도 합니다. 독특한 이야기로 극을 이끌어가는 건데요. ‘오쿠다 히데오’는 다른 작가들과는 확실히 구분되게 캐릭터의 힘을 믿는 작가입니다. 그 만큼 독특하고 과연 이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궁금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을 많이 창조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소설 속의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한 것 같으면서도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그렇다고 낙관적으로 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면서도 살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 안에서 묘한 모순과.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에 대한 질문 등을 던지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도시, 이미 멈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어느 정도 우울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유령 도시를 마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발전이 자연스럽게 느려진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지칠 겁니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어떤 자신감과 같은 것을 가지기도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잘 산다. 이런 것을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국 도시가 얼마나 도시화가 되었느냐에 따른 것일 텐데, 이미 멈춰버린 도시에서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그 안에서 마치 좀비처럼 우울함을 풍기면서 움직이는 인물들은 묘한 우울함과 더불어 역겨움을 선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성욕을 풀고자 하고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어하는 역겨움이 그대로 그려지거든요.
꽤나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워낙 탁월한 이야기꾼인 ‘오쿠다 히데오’ 답게 책을 읽어가는 것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만 읽어가게 됩니다. 초반에는 동시에 여러 개의 이야기를 진행해서 살짝 이야기가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이게 되고 그들이 결국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로움에 여자를 사는 공무원이나, 여고생을 납치한 존재나, 그런 사람에게 납치된 여고생이나, 이상한 종교에 푹 빠진 여성이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그런 것에 대한 절실한 질문을 하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그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한 줌 쥐고 있는 욕망. 그대로 움직이고 있는 죽어버린 사람들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여전히 욕망하고 있는 것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묘한 두려움을 선사하는 소설 [꿈의 도시]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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