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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권정선재 2015. 3. 3. 07:00

[행복한 책방]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다른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반전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사실 이런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추리 소설은 그 반전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반전에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달라지기도 하고 독자에게 충격을 선사하기도 하죠. 하지만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이런 것에 전혀 목적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이야기 자체가 매우 즐겁거든요. 사실 추리 소설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추리 소설을 읽으면 늘 결말의 범인부터 찾아가곤 하는데,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굉장히 쉽게 쓰인 데다가 이야기 자체가 매우 재미있거든요. 마치 헤프닝과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기에 그냥 그 사건 자체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매우 즐겁습니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저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출판사
지식여행 | 2011-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저자 히가시가와 도쿠야 일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기본적으로 다른 소설들과 다르게 주인공이 매우 어리바리하다는 거, 게다가 탐정까지 어리바리하다는 게 즐겁습니다. 사실 완벽하기만 한 주인공은 매력이 없습니다. 너무 완벽한 사람이 나오면 사실 좀 불편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무슨 상황에 처한 것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인물들의 이야기인 만큼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다가옵니다. 비록 시체가 등장하는 다소 무시무시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지만 말입니다. 인물들 자체가 꽤나 솔직한 데다가, 어떤 속임수를 쓰고자 하는 인물들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진실 그 자체에 모든 힘을 건 채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 나서는 건데요. 사실 그 모습이 매우 뛰어난 탐정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허술함 자체도 매력이 분명 있습니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가 매력적인 것은 단순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지닌 추리물이라서가 아니라 배경이 세밀하게 묘사되었다는 점 덕분일 겁니다. 다소 지친 도시. 오징어를 잡는 한 도시가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꽤나 독특하게 그려집니다. 한 동안 활기를 띄고 있기는 했지만 더 이사 이전처럼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서 죽어가는 도시. 이 모습은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들과도 닮아있습니다. 더 이상 이전의 영광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고, 그 독특한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자체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오거든요. 너무나도 잔잔한 물에 작은 돌멩이가 하나 던져져서 벌어지는 파문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약간 우울한 도시의 분위기와 독특한 캐릭터들이 어울리다 보니 그 어떤 소설들보다도 실제 살아있는 소설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반전의 힘이 약한 탓에 추리물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아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추리물을 평소 즐겨 읽지 않는 분들이라면 재미있는 일본 소설을 만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꽤나 강하게 끌어가는 이야기의 힘과는 다르게 결말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느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내리지는 못하거든요. 하지만 이미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이야기인지라 그것이 그리 세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아쉬워할 독자들도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도 쉽게 쓰여있기에 휴식으로 읽기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말 살아있는 도시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다루는 것 같은 이야기와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이야기의 힘을 살린 추리 소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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