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피로 범벅된 잔혹함의 끝
Good – 잔혹한 거 좋아.
Bad – 사람을 죽이는 게 재밌어?
평점 - ★★ (4점)
그저 재미있는 첩보 영화라고만 생각을 하신 분이라면 저처럼 멘붕에 빠지실 겁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이하 ‘킹스맨’)은 정말 잔인한 영화입니다. 사실 감독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킹스맨]이 잔인할 거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해야 하기는 합니다.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서도 사람을 미친 듯 살육하는 [킥 애스]의 스타일이 이번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두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이유는 [킥 애스] 시리즈의 경우에는 정의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었지만, [킹스맨]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저 무차별적인 살육이 일어나는 거죠. 게다가 그 살육의 강도가 너무나도 잔인하게 그려집니다. 이토록 사실적으로 그려도 되는 걸까? 할 정도로 두렵게 말이죠. 그러는 동시에 그 누구도 이 죽음에 대해서 반성 같은 것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죽기 위해서 그 자리에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관객으로 그저 마음이 편하기만은 어렵습니다. 아무리 오락 영화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도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킹스맨]은 그 도라는 것을 지키지 않습니다. 게다가 [킹스맨]이 더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역겨울 정도로 잔인하면서도 재밌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교회 장면과 방주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잔인할 것 없이 괜찮게 볼만한 오락 영화라고 느꼈기에 더욱 불편했습니다. 내가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킹스맨]은 잔인한 것만 치운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기본적으로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비슷한 영화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빤한 구성에 흥미롭기까지 하니. 재미있을 수밖에요. 그리고 요 근래 극장에서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속도감이 넘치게 영화가 진행이 됩니다. 이토록 흥미진진한 영화를 만난 것이 오랜만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목적도 너무나도 가난합니다. 그냥 엄청난 나쁜 놈을 향해서 주먹을 날려. 그냥 이 정도가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복잡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게다가 속도감까지 느껴지니 이 영화는 분명히 오락 영화로는 완벽합니다. 영화란 무조건 가르치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하지만 이 뻔뻔함이 결과적으로 [킹스맨]을 보는데 불편함을 느낍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의 경향이기도 한데 할리우드 영화 안에서 사람이라는 존재들은, 그것도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죽임을 당하는 수단으로만 등장합니다. 잔혹함 이것 빼고는 아무 이야기도 남지 않는 불쾌함이 기억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에그시’ 역은 까불까불한 이미지의 ‘테론 에거튼’이 맡았습니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없는 배우였던지라 신선합니다. 게다가 연기 역시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흔하게 본 것 같은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이걸 제대로 살리는 것은 모두 ‘에그시’를 맡은 ‘에거론’의 매력인데요. 꽤나 다부지면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늘 비슷한 구성만 진행 되는 상황에서 배우가 자기만의 색을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신사 같으면서도 어딘지 까불거리는 그 묘한 지점을 ‘에그시’는 제대로 짚어냅니다. 분명히 불량아 같으면서도 또 책임감이 넘치는. 이런 그의 모습을 보다 보면 과연 이 아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늘 자기 마음대로 행동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사려 깊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도 합니다. 쉽게 누군가의 죽음을 원하지 않으며 책임감을 지닌 인물이죠. [킹스맨]에서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그 역시 무차별적인 살육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는 그냥 양아치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 특유의 껄렁거림과 더불어 진지해보이는 무언가. 이 어색함이 참 귀엽습니다. 한 소년의 성장이면서 무조건 듬직하기만 하지도 않은 때로 개구지기도 한 사랑스러움이 캐릭터에 묻어납니다.
신사 이미지 그 자체인 ‘콜린 퍼스’는 ‘해리’ 역으로 등장하는데요. 사실 [킹스맨]을 본 것이 ‘콜린 퍼스’ 때문이기에 당혹스러웠습니다. 사실 그의 신사적인 이미지를 기대하고 그와 비슷한 배역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극장으로 갔건만, 이리도 잔인할 줄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린 퍼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그의 새로운 연기에 놀랐습니다. 늘 신사적인 그가 이런 액션을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거든요. 신사적이면서도 세련된 싸움을 선보이는 것은, 사실 요즘 미국식으로 그저 때려부시기만 하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에 대한 견제 같기도 합니다. 우리 영국 영화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영국이라면 말이야. 조금은 더 젠틀해야 하는 거라고. 극 중에서 ‘해리’는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에거시’에게 든든한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그다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으려고 하죠. 그러면서도 은근히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면서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 젠틀함이 바로 ‘콜린 퍼스’라는 배우와 잘 어울립니다. 다정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가 있는 그런 느낌 말이죠. 그다지 동작이 크지 않은 액션 역시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그가 거의 다 소화했다고 하니 더욱 놀랍죠. ‘콜린 퍼스’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추천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잔혹함입니다. 19금이라 어느 정도 양해를 해야 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영화 등급 제도의 문제이기도 할 텐데요. 17세와 19세, 그리고 그 이상의 등급을 한 번 더 나눠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서 그 경계가 다소 무뎌지는 거죠. [야간 비행] 같은 영화가 퀴어라는 이유로 19금을 받고, 이런 영화가 살인으로 19금을 받지만, 그 안에 담긴 분위기와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킹스맨]은 사실 보다가 나올 정도로 불편했거든요. 특히나 교회 장면은. 도대체 이 영화를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지?라고 신기할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게다가 사람의 머리를 날리는 것을 폭죽으로 묘사하는 감독의 상상력은. 천재라고 하기 보다는 사실 미친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신념으로 절대로 사람의 죽음이 웃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킹스맨]은 그저 웃기게만 묘사를 하니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오락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런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말이죠. 평소에 잔인한 영화를 보지 못하면서 보신다면 다소 놀랄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잔혹함만 견뎌낸다면 충분히 즐거울 수도 있는 영화 [킹스맨]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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