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내 심장을 쏴라
정신병원에 갇힌 두 청춘의 이야기인 [내 심장을 쏴라]는 비단 정신병원이 아니라 우리 현실 세게와도 참 닮아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청춘들에게 미쳤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지금 이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 기성세대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그저 지금 청춘들이 제대로 노력을 하지 않기에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미 청춘들은 그런 정신병원에 갇혀 버린 겁니다. 자신의 꿈을 갖지도 못하고, 날개를 잘라버리고 나서 왜 날지 못하냐고 하는 세상에서 과연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청춘은 얼마나 될까?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어른들은 그런 것은 하나 중요하지 않겠지만 말이죠. 자유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청춘들의 발버둥은 [내 심장을 쏴라]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다른 한국 소설보다도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는 점 덕분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독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소설이라는 것도 결국 독자의 입장에서 인물들의 심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요. [내 심장을 쏴라]가 바로 그 점을 돕는 거죠. 주인공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왜 그렇게 흔들리는 건지.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같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두 주인공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더 쉽게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가 갑니다. 그러다 보니 그 모든 사람이 다 이해가 되고 소설 속의 상황이 비단 소설 속의 상황이 아니라 진짜로 누군가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꽤나 진지하고 묵직한 소재를 명랑한 듯 적어 내려간 것 역시 매력적입니다. 아무래도 정신병원이라는 배경이 이게 가능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누가 정신병자인가?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내 심장을 쏴라]를 보면 환자들을 지켜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중에서 오히려 정상인 사람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가두는 악마들인데 그들이 정의롭다고 생각을 하지만 정작 모두 다 잘못된 것을 바라보는 환자들일 따름이니 말이죠. 이 상황에서 환자들은 서로의 유대를 확인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진짜.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같이 마음 아파하고 슬퍼할 수 있는 거죠.
쉽게 쓰여진 데다가 주인공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에 책 읽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신 분이라도 쉽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굉장히 잘 살렸기에 더욱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옥은 아니지만 사실은 감옥이나 하나도 다를 것 없는 그 상황에서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살 수 없게 하는 상황. 이 모든 상황에서 결국 그들은 자신만의 선택을 해야 하니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읽어가면 과연 이것이 누구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들 역시 소설 속의 인물들처럼 정신병원에 갇힌 것이나 다를 바 하나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요즘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묘한 느낌의 브로맨스 역시 소설에 사랑스럽게 녹아있습니다. 누가 읽더라도, 언제 읽더라도 매력적으로 읽을 수 있는 [내 심장을 쏴라]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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