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헬로 미스터 찹
너무나도 외로운 한 청년의 곁에 ‘미스터 찹’이라는 존재가 나타나게 되는 소설인 [헬로 미스터 찹]은 그 자체로도 쓸쓸하고 참 위로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 거지? 하고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결국 저도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제가 그 상황이 아니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증거일 겁니다. 엄마와 단 둘이 살던 한 청년은 엄마마저도 잃고 나서 미스터 찹이라는 존재와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기입니다. 까불까불하기도 하고 살짝 변태 같기도 한 미스터 찹은 주인공에게 정말로 좋은 친구입니다. 그가 조금이라도 덜 외롭도록 도와주고,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주죠. 또 다른 자아 같기도 하고 하나의 지침 같기도 한 미스터 찹과 같이 지내면서 주인공은 천천히 어른이 되어갑니다.
[헬로 미스터 찹]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서 나아가기에는 여전히 너무나도 많은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내가 내리는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정말 이런 선택을 하면 되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내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선택을 내리게 되는데 사실 이런 선택에는 자주 오류가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내 힘으로 선택을 하게 된 만큼 불안하죠. 그리고 누군가의 조언을 기다리면서도 정작 어른들이 그런 조언을 해주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잘난 척을 한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외면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와는 다르게 입으로는 그들을 부정하게 되니 말이죠. 그렇기에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까불까불한 미스터 찹의 충고는 어떤 선물이고 합리적인 조언으로 느껴집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를 잃고 나서 강아지와 미스터 찹, 그리고 아버지와 삼촌까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동안 외면하던 이들을 다시 봐야 한다는 걸 겁니다. 아이와 같은 마음이라면 그냥 미워하는 존재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정도 무시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청년이 주인공인 만큼 조금 더 솔직하게 이성 관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 역시 소설의 매력입니다. 때로는 너무나도 발칙할 정도로 솔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소설의 매력이니까요. 발랄하고 톡톡 튀는 데다가 현실적인 고민들까지 더해지다 보니 [헬로 미스터 찹]은 더 큰 매력을 더합니다. 원래 모든 소설들이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라는 고민을 던지는데 [헬로 미스터 찹]은 다른 소설에 비해서 그 정도가 조금 더 큰 것 같습니다.
억지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 [헬로 미스터 찹]이 지닌 미덕입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라도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데다가 일상에서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부분들, 그리고 정말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만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니까요. 그리고 비단 우리의 상황과 똑같지 않더라도 이런 청춘이 있다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동질감과 같은 것을 느끼고 힘을 주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미스터 찹이라는 존재가 진짜 어른이 되기 전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존재라면. 어쩌면 우리 곁에도 미스터 찹이 보이지 않게 충고 같은 것을 해줄지도 모르겠네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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