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다른 투병기를 다룬 소설들에 비해서 조금 더 솔직한 시선으로 쓰여서 매력적입니다. 사실 다른 투병기의 소설들은 너무 아름답게만 쓰여있습니다. 물론 그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 상황은 너무나도 끔찍한 상황이고 절대로 아름답게 미화되어서도 안 되는 부분인데 말이죠. 오랜 시간 투병을 하던 ‘헤이즐’이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만나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헤이즐’에게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단단히 잠근 자신만의 성에서만 살던 한 소녀를 구해준 멋진 왕자님.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자신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이야기이기에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오히려 힘을 지닙니다.
누군가가 아파서 죽어가는 이야기를 읽는다면 사실 유쾌한 기분이 들기 어려울 겁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청소년이나 아이라면 말이죠.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아픈 아이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아픈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기에 더욱 응원하며 지켜보게 됩니다. 물론 아픈 그 과정을 대충 묘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아픈 것에 포인트를 주기 보다는 그냥 그 자체를 그려내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아픈 아이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느낌입니다. 커다란 산소통. 그리고 힘든 상황. 그 모든 것을 억지로 꾸며내지 않고 덤덤하게 그려내는 느낌. 그러다 보니 이게 더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이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해서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죽을 힘을 다 해서 버티는 거구나. 이런 느낌을 말이죠.
두 청춘의 로맨스인 만큼 달달하면서도 서툴고, 또 솔직한 것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두 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가 십대 청소년들이 이 소설을 사랑하게 만드는 부분일 텐데요. 억지로 화려한 에피소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아픈 두 아이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데다가 10대의 로맨스가 뭐 대단하게 화려할 게 있겠어요? 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면서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는 두 아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특별한 기적까지 일어나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는데요. 실제로 두 아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두 아이에게 일어나는 기적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을 수 있단 사실에 두 사람이 정말로 축복받은 거구나.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솔직히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운 거겠죠?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리 어렵게 쓰이지 않았기에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다소 두꺼운 분량에 겁을 내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소설은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음이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암에 걸려서 죽어가는 소녀인 ‘헤이즐’과 그녀의 남자친구 ‘어거스터스’가 하루하루 세상에 흔적을 남겨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저절로 푹 빠지게 되거든요. 살아가는 하루 자체가 특별한 두 아이의 이야기. 사실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애들도 있는데 너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는 거니?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던지고 싶은 말은. 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고백해! 라는 부분입니다. 진짜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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