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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허삼관 매혈기

권정선재 2015. 4. 7. 07:00

[행복한 책방] 허삼관 매혈기

 

국내에서 하정우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허삼관 매혈기]는 가난한 한 남성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사실 소설은 그다지 익숙한 느낌은 아닙니다. 매혈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요즘 세대에게 익숙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중국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배경까지도 우리랑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삼관 매혈기]는 그것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바로 부성애라는 것. 그리고 웃음이라는 소재입니다. 물론 소설은 영화에 비해서 조금 과장된 느낌이고 지나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르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기는 합니다. ‘허옥란에 대해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욕설을 하는 장면 역시 불쾌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날이 배경이 아니라서 그렇겠죠? 다소 남성주의적인 느낌이 묻어납니다.

 


허삼관 매혈기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3-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중국 제3세대 소설가 위화의 세 번째 장편소설. 96년,출간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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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허삼관 매혈기]가 참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혀 공감을 줄 수 없을 것 같은 시간과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일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피를 파는 허삼관의 이야기부터, 그의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이 정말로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일종의 블랙코미디 같은 것인데요. 무지한 시골 사람의 이야기들인 만큼 더욱 웃깁니다. 화려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람 냄새가 나고 익숙하게 다가오는 거죠. 누구 하나 잘난 사람이 없는 것이 [허삼관 매혈기]의 매력입니다. 부잣집으로 일락의 친부 부부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도 결국 결점이 있는 존재입니다. 아들 하나 낳지 못하고 결국 미신을 맹신하게 되니 말이죠. 모든 사람들이 결점이 있고 그 결점까지도 솔직하게 그려내는 것이 [허삼관 매혈기]가 가지고 있는 미덕입니다.

 

게다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 역시 [허삼관 매혈기]를 더욱 유쾌하게 만드는 부분인데요. 누구 하나 억지로 웃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가 참 유쾌합니다. 그게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정말 특별한 점 가운데 하나인데요. 소설 속 배경은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하고 축 쳐진 분위기입니다. 누구 하나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가난에 모두 다 지쳐있는 상황이죠. 애초에 피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비극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트 있고 유쾌하게 진행됩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고, 그 안에서 진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상황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게다가 암울한 시대에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인 만큼 마지막으로 향하면 뭉클한 무언가가 있는 것 역시 매력입니다. 이게 진짜 가족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데요. 꽤나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 어떤 간절함이 묻어납니다. 소설 속에서 피라는 소재는 팔 수 있는 것이지만 가족을 구성하는 물질이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단순히 피를 나눈다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품에 안을 수 있고, 누군가를 위해서 나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장 간단하면서도 당연하게 묘사하는데요. 지나칠 정도로 비극적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가족애라는 점을 잘 살리기에 더욱 매력적인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낯선 시대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 읽히는 소설 [허삼관 매혈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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