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멍 때리기
사실 어른이 되고 나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아직 충분히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으면서 그 아이들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건데요. [멍 때리기]는 정말 간만에 청소년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다지 행복한 가정에서 살지 않는 소년이 주인공인데요. 부모님은 이혼 직전이고, 형은 파병에 간 상태입니다. 그 무엇도 이 아이를 도와주지 않죠. 게다가 소년이라서 외모에 한참 신경을 써야 하는 나이인데 피부에는 온갖 여드름으로 인해서 자신의 매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뭘 잘 하는지도 모르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한 소년이 천천히 자신이 잘 하는 거.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기까지의 이야기인데요. 도대체 아이가 왜 이렇게 많은 일들을 겪어야 하는 걸까 하는 그런 슬픔이 묻어나는 소설입니다.
청소년 소설이니 만큼 그리 어렵게 쓰이지 않았다는 거. 그리고 내용이 참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는 것이 [멍 때리기]의 매력일 겁니다. 사실 청소년기에는 온갖 고민이 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데 자신의 주위 상황은 점점 더 자신을 괴롭히려고만 하기 때문이죠.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 건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무슨 선택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요. 게다가 친구 관계 같은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주인공 역시 여자친구가 생기기는 하지만 도대체 왜 자신에게 그런 관심을 가지는 것인지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동성 친구들이 아니라 천천히 이성 친구에게 관심이 생기고, 이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모습들이 모두 다 미소를 지어지게 하는 부분들입니다.
그와 동시에 이혼과 같은 소재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중요한 소재이기에 한 번 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이혼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죠. 과연 아이에게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는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아이를 생각한다면 아이에게 실망스러운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서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야기를 할 수는 있어야 하는 거죠.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아이는 그 가운데에서 온갖 고민을 하고 자신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온갖 망상을 하면서 점점 더 최악의 상황만을 고려하는 거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조금 더 아이의 입장에서 그려낸 느낌이랄까요?
확실히 쉽게 읽히는 것이 [멍 때리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일기처럼 느껴지고, 중간중간 형에게 쓴 편지 역시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소년의 눈으로 쓰인 만큼 조금 더 쉽게 읽히고 감정 묘사에 대한 이해가 쉽다는 것도 매력입니다. 이 순간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 독자에게도 제대로 다가오게 되는 거죠. 억지로 대단한 것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주위에서 소소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주인공이 그리 대단한 아이가 아니라 여드름 투성이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려고 하고, 형과의 관계는 밉지도 좋지도 않은 데다가 여자 친구까지 생길 것 같은. 정말 지극히 평범한 아이의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멍 때리기]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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