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케빈에 대하여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케빈에 대하여]의 경우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소설 [케빈에 대하여]가 주는 충격은 꽤나 큰 편이었습니다. 소시오패스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 역시 제정신이 아닌. 그런데 이것을 그냥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형식의 소설인 [케빈에 대하여]는 참 무섭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읽기 어려웠습니다. 소재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일단 앞부분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초반에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주어지지 않은 채로 글만 적혀 있다 보니 확실히 더 난해하고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형식으로 변하면서 점점 더 소설에 빠져들게 됩니다. 게다가 기이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만큼 그것에 대해서 긴장하면서 보는 것 역시 큰 부분입니다.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석궁을 쏜 ‘캐빈’이 문제아인 것 같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과언 주인공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이 던져집니다. 우리는 사실 어머니라면 모두 모성애를 당연히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그러지 않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과 거리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소설을 읽는 내내 과연 누가 더 괴물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소시오패스의 문제라는 것만 보더라도 그 답은 어느 정도 나올 겁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캐빈’에 대해서 건강하게 무언가를 하고자 했더라면 아이가 그 정도로 괴물이 되지 않았을 텐데. 결국 괴물은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거니까요.
아무래도 문제아인 소시오패스 아이가 주인공인 만큼 보는 곳곳에 역겹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잔인한데요. 그것을 어머니라는 사람이 너무나도 담담하게 묘사하는 것 역시 불편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아이와 관련이 되어 있는 부분인데 주인공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덤덤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그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마는 거죠. 말도 안 되는 그런 짓을 저지르면서도 전혀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고요. 그리고 아들이 교도소에 있는 와중에서도 자신과 그를 객관화합니다. 그저 그 상황을 바라만 보는 존재로 그려지는 거죠. 보는 내내 냉철한 엄마의 시선이라는 것 자체가 불쾌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큰 죄를 지었더라도 밀어내기만 하면 안 되는 건데 주인공은 계속해서 아이를 밀어냅니다.
[캐빈에 대하여]가 무서운 이유는 시종일관 덤덤한 어조로 글이 쓰여진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잔혹한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장까지 보다 보면 정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주인공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덤덤하게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고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역겹고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한숨일 턱 하니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괴물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작가가 절실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 떄문이죠. 누가 보더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학교 친구들에게 석궁을 쏜 ‘캐빈’이 문제인지, 애초에 아이도 가지고 싶지 않았고 아이에게 최소한의 관심도 주지 않았던 주인공이 문제인지 말이죠.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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