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가정식으로 푸짐하게 차려낸 한 상

권정선재 2015. 3. 25. 23:04

[맛있는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가정식으로 푸짐하게 차려낸 한 상

 

Good 평소에 요리 그 자체를 사랑한 사람

Bad 배고픈 사람. 드라마 장르 싫은 사람

평점 - ★★★★(8)

 

포스터가 예뻐서 고른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참 맛있는 영화입니다. 가정 요리를 잘 만드는 한 여성이 프랑스 대통령 궁인 엘리제궁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보는 내내 배가 고플 정도로 맛있는 음식의 향연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요리사인 만큼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거 정말 너무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한 가득입니다. 음식에 대해서 애정이 가득한 영화이니 만큼 음식 자체를 아름답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주인공 오르탕스는 음식이라는 것 자체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정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렇죠.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우리는 많은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하고 어떤 음식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억을 갖기도 합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자신만의 어떤 기억의 요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 겁니다. ‘오르탕스는 특별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모든 요리는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있고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그녀는 열심히 혼잣말을 해내며 요리를 척척 만들어냅니다. 마치 마법사 같은 요리사의 이야기와 수많은 음식은 그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 (2015)

Haute Cuisine 
8.1
감독
크리스티앙 뱅상
출연
카트린 프로, 장 도르메송, 아르튀르 뒤퐁, 이뽈리뜨 지라르도, 장-마크 루로트
정보
코미디 | 프랑스 | 90 분 | 2015-03-19
글쓴이 평점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으로 남성들의 사회 안에 들어가야만 했던 오르탕스의 입장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사실 요리사들을 보면 낯선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가정에서는 엄마들이 더 많은 요리를 하고 더 요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에 나오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다 남자로만 국한이 된 거죠. 그들만의 닫힌 리그 안에서 여성을 끼워주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여성은 거기에서 저절로 밀려나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이 부분이 자세하게 그려집니다. 그녀를 마치 대통령의 애첩인 것처럼 놀리고 할머니라고 이야기를 하는 부분. 그 모든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자부심인 동시에 그녀가 여성이라는 차별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학교에서 학위를 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오르탕스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를 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요리라는 것이 사람이 먹는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누군가를 누르기 위해서 이용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비단 영화 속에 오르탕스만이 겪는 상황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겪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더욱 사실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을 위한 음식, 그리고 그 안에서 여성이라는 입장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봐야 하는 또 하나의 지점입니다.

    

까칠한 성격으로 남성들의 배척에도 밀리지 않는 오르탕스역은 캐서린 프로트가 맡았습니다. 그녀는 남성들이 아무리 밀어내려고 하더라도 절대로 밀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그녀는 요리로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궁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가 그녀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을 뿐이고 그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사하기 위해서 온 것이기 때문이죠. [엘리제궁의 요리사]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오르탕스는 절대로 요리를 수단으로 삼고자 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음식을 위해서만 행동합니다. ‘캐서린이 가지고 있는 당당한 매력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살아나는데요. 혼잣말을 하면서 요리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요리를 질투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맞서는 모습 등은 저절로 박수가 나옵니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정말로 멋지게 그려지는데요. 한 끼라도 완벽한 식사를 만들기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산지에서 갖가지 재료들을 가지고 오고 먹을 사람의 입맛을 완벽하게 고려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그녀가 진짜 요리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요리사들은 그저 자신이 어떤 대단한 요리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자랑하니 말이죠. 진짜 음식을 사랑하고 요리를 사랑하며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오르탕스는 우리가 진짜로 가지고 싶은 셰프의 모습을 가졌습니다.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면서도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영화이기에 살짝 낯설기도 하면서 그다지 어렵게 꼬지 않았기에 더욱 오르탕스에게 푹 빠지게 됩니다. 왜 그녀가 궁을 떠나게 된 것인가 역시 푹 빠져서 보게 되는데요.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마음이 가기 때문에 그녀의 모든 선택에 대해서 저절로 박수를 보내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요리를 가장 맛있게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이 거기에 없을 때 당연히 그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니 말이죠. 지나치게 머리를 쓰는 영화들 사이에서 쉬고 싶다면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로 여유를 가지고 싶다면 당연히 봐야 하는 영화가 [엘리제궁의 요리사]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쉬위면서도 관객의 마음으로 다가오고, 진짜로 사람을 대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저절로 대답할 거라고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쉽게 이야기를 해주는 영화이니 말이죠. 프랑스 영화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라면 하나도 얼벼지 않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음식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영화 보기 전에 꼭 밥부터 먹어야 하는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

- ‘오르탕스를 위한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