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채피, 두 귀를 쫑긋하고
Good – SF라면 다 좋아
Bad - [디스트릭트 9] 정도의 충격이 있기를
평점 - ★★★☆ (7점)
[디스트릭트 9]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엘리시움]으로 실망을 안겼던 감독 ‘닐 블롬캠프’의 [채피]는 그 가운데 있는 정도의 영화입니다. 워낙 재기발랄한 감독의 영화인지라 이번에도 기대를 했건만 다행히 별로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이 영화를 더욱 재밌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로봇이 인공지능을 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마음에 대한 것. 영화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가 뚝뚝 끊어지는 데다가 이게 과연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애초에 로봇이 나오는 영화에서 현실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거니까요. 오히려 [채피]는 감독 특유의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닌 걸 겁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도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로봇을 통해서 진짜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진짜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사람이라면 무엇인가가 감독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겁니다. 유사 가족을 만들어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어떤 울림이 있습니다.
분명히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끊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화가 유난히 툭툭 끊기는데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닐가 싶습니다. ‘채피’가 인간이 되어 가는 이야기, ‘닌자’와 ‘욜란디’가 따뜻해지는 것, ‘디온’이 자신의 결과물을 찾는 것. ‘디온’을 증오하는 ‘빈센트’의 이야기까지. 짧은 시간 안에서 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가 없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피]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채피’ 그 자체에 있을 겁니다. 토끼처럼 귀를 쫑긋하고 하나하나 사람의 모습을 배워가는 그 귀여움. ‘채피’의 매력이 모든 아쉬움을 달래는 거죠. 게다가 실제로 남아공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요란디’의 매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과연 사람을 사랍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어설픈 부분들은 모두 잊어도 될 겁니다. 다만 [채피]의 가장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너무 잔인하다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 영화가 15금을 받은 건지, 그리고 오늘날 블러 처리가 말이 되는 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잔인하기는 하지만 그 너머 인간 그대로가 매력적인 [채피]입니다.
‘채피’를 만든 ‘디온’은 [스킨스]로 유명한 배우 ‘데브 파텔’이 맡았습니다. 다소 어수룩하면서 과학을 사랑하는 사내로 나옵니다. 보통 영화라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공학 괴짜는 그 나름의 사랑스러움을 가진 인물들이잖아요. ‘디온’ 역시 그와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어수룩하고 유약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바를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인데요. ‘채피’를 바르게 이끌어가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약간 어수룩한 것이 영화와 더 어울리는데요.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올곧게 행동할 수 있는 정의로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인물이 진짜 히어로가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강인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겁쟁이이긴 하지만 생각 외로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면서 영화에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디온’을 증오하는 ‘빈센트’는 ‘휴 잭맨’이 맡았는데요. 어쩜 이렇게 얄미울까요? 그는 ‘디온’을 미워하기에 온갖 악행을 하는 악역을 맡았는데 참 얄밉습니다. 스스로도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마는데요. 생각 외로 이런 역할과 잘 어울리더군요. 애초에 ‘울버린’ 자체가 그리 선에만 치우치지 않은 역할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절대 타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이 역할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인물들이 악인인 척 하면서 결국 가장 인간성을 지닌 인물로 등장하면서 서로를 지키고자 노력하지만, ‘휴 잭맨’이 맡은 ‘빈센트’는 가장 정의로운 척 하면서도 가장 부정한 일들을 저지르는 악마로 묘사되거든요. 이 아이러니가 영화에 나름의 활력소로 작용합니다.
사랑스러운 그녀 ‘요란디’는 ‘요란디 비서’가 맡았습니다. 실제로 남아공에서 유명한 가수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참 독특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녀는 선량한 성품으로 ‘채피’에게 엄마가 되어주는데요.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서도 악한 마음을 먹지 않고 다정하게 행동하는 것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분명히 낯설고 이상할 ‘채피’를 괴물로 생각하지 않고 다정하게 그의 모든 잠재력을 이끌어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갱단 안에서도 사랑스럽게 모두를 품어주는 역할인데요. 가장 선과 악 사이에서 애매하게 행동하는 ‘채피’와 참 닮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선한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아주 독특한 인물입니다. 마지막까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채피’를 지켜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존재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할 줄 알고 진쩌 모성애를 보이는 아름다운 역할입니다.
생각보다 잔인하고, 생각보다 대단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채피]는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디스트릭트 9]의 신선한 충격을 기억한다면 아쉽겠지만 [엘리시움]의 우려를 품으신다면 분명히 매력적인 영화일 텐데요. 특히나 ‘채피’의 사랑스러운 외모를 보다보면 저절로 푹 빠지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있을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인공지능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소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듣고는 있지만 과연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의 뇌도 전기 신호로 작용하는 건데 영화 속 상황에 대해서 무조건 가짜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걸까요? 마음이라는 것. 그리고 진짜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독특한 감독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 매력이 꽤나 큰 편입니다. 물론 결말로 가다 보면 이게 가능한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결국 [채피]는 영화니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적어도 극 중에서는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도대체 이렇게 잔인하게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은 불편한 부분입니다. 게다가 ‘채피’의 사랑스러움과 전혀 다른 수위가 보여진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데 감독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면서도 전작이 모두 청불이라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SF [채피]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채피가 아이처럼 무언가를 배우는 순간
둘 – 정말로 매력적인 ‘요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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