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약장수, 갑자기 깊어지는 바다처럼
[약장수] 시사회에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휴먼 드라마, 사회 영화 좋아하는 사람
Bad – 눈물 나는 영화는 딱 싫어
평점 - ★★★★ (8점)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감이 안 잡히던 영화가 바로 [약장수]입니다. 애초에 코믹한 느낌을 주로 주는 배우들이 나오는 데다가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뭐 특별할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요? [약장수]는 묘하게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멍하니 극장에 앉아있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앞 부분은 다소 지루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꾸준히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진행이 될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로 관객에게 무조건 빠져들게 만드는데요. 아무래도 저예산 영화라서 투박한 것이 사실인데 후반으로 가면서 영화 특유의 매력으로 그것을 되살리면서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식으로 영화가 마무리가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건 그리 쉽게 그것을 예측하도록 만드는 영화가 아니거든요. 그냥 드라마 장르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떻게 진행이 될지도 모르겠고,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영화인 거 같은데 정말 드라마가 강하게 묻어나고 마지막까지 멍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완벽한 배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약장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이 배우들이 어떤 연기를 선보이는 걸까? 많이 궁금했는데요. 도대체 왜 그 동안 이렇게 진지하기만 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인지 배우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배우들은 완벽하고 또 완벽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강렬한 무언가를 선보일 수 있을까요? 늘 밝게 웃는 매력적인 배우 ‘박철민’이 도대체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게 등장을 하는 데다가, ‘김인권’의 진지한 연기는 낯설면서도 매력적입니다. 딸을 살려야 하는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우유부단하기도 하고. 어떤 모습을 가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이 역할이 극을 살립니다. 수많은 엄마들 역시 대단하고요. 약장수라는 소재 자체가 다소 뻔한 소재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 소재를 전혀 뻔하지 않게 풀어낸 감독부터,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까지 모두 대단하다는 말만 나옵니다. 특히나 다 보고 나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멍해집니다. 그냥 단순히 드라마 장르라고 생각을 한다면 제대로 머리를 두들겨 맞을 거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날뿐더러, 감독 역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꽤나 많은 거 같거든요.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정말 대박이다. 라는 말만 나오는 영화입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나오더라고요.
‘일범’을 맡은 ‘김인권’은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그의 이미지를 산산이 부숴버립니다. 병에 걸린 어린 딸을 위해서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아버지 역을 맡았는데요. 그러면서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에 더 아프고 여린 존재입니다. 물론 이 역할이 너무 답답하게 구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에 대해서 최선을 다 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존재거든요. 게다가 왜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답답하기만 한 것인지. 그런데 그의 이 모든 행동이 다 납득이 가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 그와 같이 때문일 겁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당장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세상이라는 곳 자체가 우리를 받아주지 못하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냥 이 자리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점점 약장수로 변화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소시민, 그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그가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리 변화하게 되는 거거든요. ‘김인권’이라는 배우이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다 보고 나면 코믹 배우 ‘김인권’이 아니라 진짜 배우 ‘김인권’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이주실’은 검사 아들을 키웠지만 홀로 너무나도 외로운 엄마 ‘옥님’을 맡았습니다. 그녀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아름답고 고고한 존재. 하지만 너무나도 외로운 그녀는 우연히 홍보관에 가게 되면서 활기를 찾게 되는 존재입니다. 그녀 역시 ‘일범’과 같은 마음을 가진 존재입니다. 맨 처음 홍보관은 사기꾼이라고 말을 하지만 거기에서 일을 하면서 점점 힘을 얻게 되는 ‘일범’과 마찬가지로, ‘옥님’ 역시 처음에는 홍보관 같은 곳에 가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호감을 가지 않지만 이후 점점 더 홍보관에 가는 것을 즐기게 되는 존재거든요. 아들이라고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데, 오히려 홍보관 직원이 아들보다 더 다정하게 굴기에 그녀가 점점 더 그곳에 마음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점점 더 마음을 기울이면서도 자신을 조금씩 자제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안쓰럽습니다. 홍보관에 가는 것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홍보관으로 발길을 옮기기 때문이죠. 아들이나 딸은 미역국을 같이 먹어주지 않지만 같이 밥을 먹어주는 홍보관 직원을 당연히 아들보다 친근하게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그녀의 쓸쓸함을 ‘이주실’이라는 배우가 완벽하게 표현하기에 더욱 안쓰럽고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네 엄마가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박철민’은 이렇게 악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미운 ‘철중’ 역을 맡았습니다. 그 동안 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 동안 그에 대해서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나오기에 신기한데요.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를 보면 대단하다는 말만 나옵니다. 그는 사람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마치 서커스의 조련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말 밉지만, 오히려 그런 그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누군가도 있습니다. 모든 순간 최대한 악랄하게 행동하는데, 그 뒤에 사람의 가장 약한 무언가를 건드리는 사악함이 존재합니다. ‘박철민’이라는 배우가 이런 모습까지 가지고 있구나 다시 한 번 그를 바라보게 되는 연기였습니다.
결국 약장수.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 영화가 바로 [약장수]입니다. 사실 약간 뻔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어르신들이 약장수들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서 즐거움과 유희를 찾는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뭐 새로울 것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약장수]는 이런 제 생각을 제대로 꽝 때리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데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알 수가 없거든요. 휴먼 드라마라는 장르가 당연히 끝이 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으면서도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튀어가기에 더욱 당혹스럽습니다. 게다가 휴먼 드라마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약간 밝은 분위기가 아닌 점점 더 암울하게 흘러가는 것 역시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무언가를 줘서 놀라게 만들었는데요. 그런데 이 느낌이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며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감독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거구나. 인간성에 대한 무언가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영화가 끝이 나면서 What~? 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데요. 이 봄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증명할 [약장수]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 [약장수] 서포터즈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일범과 옥님의 평범한 생일상
둘 – 분장을 한 채 춤을 추는 약장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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