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청소년 소설은 단순히 청소년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읽어서도 흥미로울 수 있는데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는 바로 그 매력이 제대로 살아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제목만 딱 보고 이거 [완득이]랑 너무 비슷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제목에 적힌 데다가 까칠하다니 말이죠. 사실 비슷하다고 하면 충분히 비슷한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문제아가 문제가 아닌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인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다고 하면 충분히 다를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봉사활동이라니 말이죠. 어쩌면 비슷할 수도 있는, 그러나 다를 수도 있는 이야기. 문제아가 정상이라는 말을 쓰기도 우습지만, 조금은 다른 아이가 되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까칠하지 않은 재석이가 되어버리는 거죠.
사실 저만 하더라도 문제아란 다시는 바뀔 수 없는, 변화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이전과 다르게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해주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제 어른들에게 기대고 싶다고 하더라도 어른들이 그 아이를 바라볼 시간이 없는 거죠.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느라 시간이 없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도 다들 그런 거라고 그냥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게 마련입니다. 지금 이 순간 너무 지쳐서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힘을 잡아주는 어른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신의 아이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문제아인 아이들에게 혀를 끌끌 차는 것이 전부일 테니 말이죠.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를 읽다 보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아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것을 미워해야 맞습니다. 그에 대해서 너는 잘못한 거라고.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어른도 죄를 짓고 나서는 다시 기회를 주잖아요. 그런데 아직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너무 모진 것이 아닐까요? 물론 애초에 같은 상황의 다른 아이들도 그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누구 하나 그 아이들에게 잘 했어. 네가 한 짓. 앞으로도 계속 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자신의 일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얼마나 큰 잘못인지. 또 다시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사는 방법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이라면 또 다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청소년 소설이다 보니 쉽게 읽히는 데다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명확한 것이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억지로 어려운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이들을 다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거든요. 우리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지만 가만히 보면 생각보다 너무나도 잔혹한 일들을 저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누군가가 실수를 한 것을 가지고 저 사람은 평생 절대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것 말이죠.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누구나 다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바뀔 기회도 갖지 못하는 것 정도로 말이죠. 까칠한 소년이 조금은 덜 까칠해지는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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