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고양이 울음
고양이가 그려진 표지가 너무나도 따스해서 그냥 고른 [고양이 울음]은 사실 그렇게 말랑말랑하고 따스하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바라보게 하는 소설이었거든요. 우리는 누구나 하나의 삶을 시작했으면 결국 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정작 그것을 크게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신은 그것이 너무나도 먼 일의 일로 제대로 마주하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삶의 마무리까지 달려가고 있는 거고,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죠. [고양이 울음]은 한 마리의 고양이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묵묵히 이야기합니다. 결국 누구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그것은 그러 서럽기만 하지 않다는 거죠.
아기 고양이부터 한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된 고양이 한 마리의 삶은 소설에 전반적으로 펼쳐집니다. 사실 아주 친절한 소설은 아닙니다. 독자들에게 쉽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뭔가 이야기가 굉장히 딱딱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말랑말랑한 소설을 생각을 하고 [고양이 울음]을 읽었던 만큼 그렇게 말랑말랑한 소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거운 글을 가만히 읽다 보면 뭔가 의미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우리가 그저 데리고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가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거. 그리고 삶을 그대로 관통하며 동행한다는 거. 이 간단하면서도 너무나도 어려운 진실을 소설을 덤덤하게 이야기합니다.
뭔가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엮여있는 만큼, 약간 모호한 감도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말랑말랑한 소설이라고 생각을 하고 여유를 찾기 위해서 소설을 펼친 거였는데 그런 소설이 아니라서 다소 당황하기는 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와 살아가는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를 생각을 했는데, 애초에 고양이가 그렇게 귀여운 성격이 아닌 데다가, 그 고양이와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고양이가 죽어가기까지 모두가 함께 하는.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덤덤하게 받아들이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졌거든요. 하지만 이 묘한 느낌의 소설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더욱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그 의미를 지닌 소설이니 말이죠.
다소 낯선 느낌의 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렵게 쓰이지 않았으니 충분히 여유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잠자리 전에 짧게 읽기 보다는 주말이나 연휴 같을 때. 시간이 조금 남을 때 한 달음에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천히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각각의 인물의 변화. 그리고 그 안에서 고양이라는 존재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지를 보여주니 말이죠. 물론 조금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면 더 귀엽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까지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고양이라면 그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통해서 삶이라는 것이 가진 의미를 우리에게 최대한 덤덤한 어조로 함께 이야기하는 소설 [고양이 울음]이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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