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악의 연대기, 달걀 빠진 냉면

권정선재 2015. 5. 23. 01:46

[맛있는 영화] 악의 연대기, 달걀 빠진 냉면

 

Good 범죄물을 좋아하는 사람

Bad - [끝까지 간다] 정도로 달리겠지?

평점 - ★★★☆ (7)

 

[악의 연대기]는 비리 경찰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로 분명히 흥미로운 영화입니다만 묘하게 빠진 것이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아쉽다거나, 감독의 연출 방법이 아쉽지 않습니다. 늘 본 것 같은 부패 경찰이 쫓기는 이야기도 사실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끝까지 간다]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의 코미디가 섞인 느낌의 영화였더라면 [악의 연대기] 같은 경우에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묵직하게 다가오거든요. 여기에 손현주라는 배우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영화는 흔들림 없이 가게 됩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악역으로 설정된 사람의 정체가 그리 반전을 주지 않습니다. 악역은 처음부터 기이한 행동을 할뿐더러 너무 대단한 배우가 고작 그런 역할을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거든요. 영화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을 모아놓았지만 그 사람들을 생각보다 매끄럽게 이어나가지는 못합니다. 이야기가 살짝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손현주에 비해서 다른 배우들의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박서준최다니엘이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고 하지만, ‘손현주에 비교가 안 되니까요. 배우들의 중량 차이에서 영화는 살짝 기울어버립니다.

    


악의 연대기 (2015)

The Chronicles of Evil 
7.9
감독
백운학
출연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정원중
정보
스릴러 | 한국 | 102 분 | 2015-05-14
글쓴이 평점  




 


 


 

그래도 [악의 연대기]가 좋은 이유는 여성이 등장해서 쓸 데 없이 감정 소모를 하지 않는다는 부분일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영화의 고질적인 폐해가 아닐까 싶은데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야 당연히 로맨스가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인 영화에서도 굳이 남성과 여성의 로맨스를 곁들이면서 극을 흔들어 버립니다. 그것이 어떤 약점처럼 작용하는데, [악의 연대기]에서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아내라는 존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손현주를 흔드는 것은 그의 어린 아들일 따름입니다. 결국 [악의 연대기]라는 영화 자체가 부성애를 포인트로 두고 있기에 여성의 비중이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같은 팀 안에 예쁜 여배우를 둔 채로 극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그런 안일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인물들의 감정에 그리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최다니엘박서준그리고 마동석의 감정에도 조금 더 많은 비중이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악역의 아역 시절의 모습이 다소 애매하게 이해가 되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 그 부분을 활용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큰 걱정을 하지 않고 극을 따라간다면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엄청난 수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졸작이 아닌, 극장에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거든요.

    

손현주는 승진을 위해서 달려온 반장 최창식를 맡았습니다. 손현주특유의 피곤한 얼굴이 참 돋보입니다. 다만 반전이 있다고 하기에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못하는 느낌인데요. 분명히 극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최창식이라는 역할은 극의 소품처럼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극의 상황에 의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 되다 보니 확실히 심심해지고 매력이 덜해지는 거죠.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데, 뭔가 심리적인 것을 드러내기 보다는 상황 안에 던져 놓다 보니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래도 부성애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손현주라는 배우 덕을 좀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그것을 덮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인간의 군상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서준손현주팀의 막내 동재역을 맡았습니다. ‘손현주의 모든 부분을 목격하는 그는 정의로운 인물입니다. 그는 최창식의 흠을 모두 보는 인물입니다. 워낙 그 동안 바른 느낌을 선사하던 배우인지라 이번에도 그런 역할이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르면서도 은근히 비밀을 알아가는 그런 인물 말이죠. 다만 맡은 역할의 무게에 비해서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느낌입니다. 게다가 그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니 그의 행동에 대해서 쉽게 파악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냥 감독이 입으로 해결을 해주려고 하는 느낌이랄까요?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초반부터 손현주랑 부딪치거나 했더라면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른 청년 같은 이미지로 조금 더 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강한 이미지로 최창식을 압박하는 악역 김진규최다니엘이 맡았습니다. 사실 경찰서 사람이 아닌 데다가 유명한 배우라서 그가 이런 역할을 맡을 거라는 게 너무 뻔합니다. 그런데 참 아쉬운 것은 꽤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 최다니엘을 두고 감독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일 건데요. 분명히 더 가고, ‘손현주를 압박해도 될 것 같은데 그냥 갑자기 끝을 내버리는 느낌입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되게 많은 인물을 극을 위해서 그냥 소모하고 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임팩트도 적고, 정작 주인공에게 위협이 되는 느낌도 아닙니다. 그가 왜 악한 인물인지를 묘사하는 방법 역시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악랄하게 나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역할입니다.

    

[악의 연대기]는 분명히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매력을 끝까지 끌고 가지는 못하는 영화입니다. 그냥 가볍게 시간을 떼우기에는 나쁜 영화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반드시 이 영화를 봐야 해! 라는 생각을 주지는 못 합니다. 초반의 긴장감을 후반까지 끌고 가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뻔해지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악역의 행위 역시 그다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 자신의 모든 인생을 다 걸 만큼 그게 큰 일일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단편적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에 마약이라는 소재까지 곁들이다 보니 영화는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허술하게 펼쳐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꽤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배우들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기력 구멍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가 한 사람도 없이 모두 제자리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거든요. ‘마동석같은 조연의 역할 역시 훌륭합니다. 게다가 쓸데 없는 로맨스가 극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 역시 [악의 연대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일 겁니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범죄 장르를 선호한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을 영화 [악의 연대기]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