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위아영, 묘하게 허전하지만.
Good – 잔잔한 영화 좋아하는 사람
Bad – 영화의 의미가 딱 보이기 바라는 사람
평점 - ★★★ (6점)
‘벤 스틸러’가 나오는 영화라서 유쾌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위아영]은 묘하게 허전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었다는 순간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느 순간 문득 다른 젊은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위아영]에 나오는 ‘벤 스틸러’가 맡은 ‘조쉬’와 ‘나오미 왓츠’가 맡은 ‘코넬리아’ 부부의 모습도 그런데요.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제이미’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한 ‘다비’ 커플을 만나면서 두 사람 역시 변화하게 됩니다. 더 젊고 새로운 자격에 자유롭게 반응하는 둘을 보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젊게 행동하게 위해서 노력하는데요. 결과적으로 이런 것이 ‘조쉬’를 망가뜨리기 시작합니다. 10년이 다 가도록 자신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한 번 제대로 만들지 못한 ‘조쉬’는 젊고 번뜩이는 재치를 지닌 ‘제이미’ 덕에 한 번 더 활기를 갖고 행동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를 가진 친구 커플과도 멀어지게 되지만 두 사람은 젊어졌다는 느낌에 자유를 느낍니다. 다시 한 번 젊어졌다는 느낌에 자신들이 이룬 것을 잃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점점 더 ‘제이미’의 일에 빠지게 되면서 ‘조쉬’는 묘하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관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새롭지도 못한 채로 매너리즘에 빠진 한 남자가 결국 자신이 하던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는 거죠. 솔직히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나오는 데다가 평소에 다소 유쾌한 느낌을 선사하는 배우였던지라 더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느낌의 영화였음에도 나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어느 순간 자신이 하는 일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텐데.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건지도 모른 채로 하게 될 텐데. 어느 순간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더 이상 바꾸지 못하고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릴 텐데. 이 모든 고민에 대해서 [위 아 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너무 늦은 것은 없다. 지금이라도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한다면 다시 시작해도 되는 거죠. 결국 젊다는 것은 그저 새로운 일에 마구잡이로 도전한다기 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었습니다.
물론 다소 답답한 상황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데다가 그리 통쾌한 결말도 아닙니다. 조금 더 짜릿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어도 될 것 같은데 영화는 되게 평범한 느낌입니다. 조금 착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착한 느낌의 영화 역시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세상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나쁜 놈들이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녀석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내 편을 들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내 편을 들어준다고 하면 그 정도로 충분한 거죠. 다른 것에 대해서 더 생각할 이유도 없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이유도 없습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한 힘을 얻는다면 그것이 모든 것일 테니 말이죠. 그다지 화려한 느낌의 영화는 아닌 데다가 다소 평범한 느낌으로 다가서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약간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어떤 요리를 먹는 것 같지만 묘하게 끌리는 [위 아 영]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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