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쓰레기장에서 살아남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그 자체로도 매우 독특한 이야기입니다. 그 누구도 희망을 가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한 곳에서 힘을 가지게 된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아주 어릴 적부터 영특하였기에 힘을 가진 그녀는 참 독특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상황에서도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소녀가 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이 정도에서 적당히 감동적인 이야기 정도라고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영특한 한 소녀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살아남는 이야기. 충분히 사랑스럽고 대단하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이 독특한 이유는 그 상황 안에서 각종 정치적인 상황과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마구 쏟아부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같은 작가의 작품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유쾌하고 발랄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소설 속의 상황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보육도 받지 못하는 소녀가 자라나고 있고, 그녀는 하녀가 된 채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핵무기의 곁에 머물기도 합니다. 늘 죽을 위험을 당하면서, 그 상황에서 재기발랄하게 도망치는데 참 대단합니다. 작가의 능력인데, 여러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을 던지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도, 웃음을 주는 것인데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소설이니 만큼 더욱 흥미로우면서도 묘한 느낌입니다. 물론 약간 편협하게 인종에 대해서 구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표현하기는 하니 말이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종에 따라서 다른 캐릭터들을 부여하니 극이 더 활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계속 새로운 사건들이 터지지만, 내용이 딱히 산만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새로운 일들이 계속 펼쳐지거든요. 당연히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될 거다.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쉬운 방향으로만 향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또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그리고 소설은 점점 더 거대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영특한 여인을 하나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세계 각국의 민감한 정치 상황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그저 가짜처럼 이야기를 하면서 또 진짜고, 실제 역사와도 너무나도 닿아있고 민감한 부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머러스하게 표현을 하니 말이죠. 작가 특유의 능력인데,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다만 다소 두꺼운 소설인 데다가 한 순간을 놓치면 뒷부분이 이해가 안 되기에, 책을 한 번에 읽지 않고 시간이 날 적마다 읽는 분들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읽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 순간 나왔던 내용이 후에 중요하게 등장하기도 때문에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면 놓치기 쉬울 것 같아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유머를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그다지 진지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역시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한 번 제대로 소설 속에 빠지게 되면 마지막까지 푹 빠져서 달리게 됩니다. 뒷부분이 계속 궁금해지고, 새로운 사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만큼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볼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남아서 영특한 머리를 이용해서 자신의 삶을 찾는 한 여자의 이야기.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불타는 투혼 (0) | 2015.06.03 |
---|---|
[행복한 책방] 야마다 사장은 돈 버는 법을 알고 있다. (0) | 2015.06.02 |
[행복한 책방] 웃기는 레볼루션: 무한도전에 대한 몇 가지 진지한 이야기들 (0) | 2015.05.29 |
[행복한 책방] 3일간의 행복 (0) | 2015.05.28 |
[행복한 책방] 무민, 도적을 만나다 (0) | 201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