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와 수다

네 명의 여배우를 통해서 보는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미래

권정선재 2015. 7. 6. 17:25

네 명의 여배우를 통해서 보는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미래

 

매년 늘 나오는 소리가 대한민국의 여배우 기근이다. 절대적으로 여배우의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여배우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과 만난다고 하더라도 여성이 중심에 드러나는 작품이 아닌 남성들이 중심인 영화에 서브도 안 되는 조연 정도로 머무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가 흔히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대단한 여배우들 중에서도 주연급으로 활동하는 여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을 꾸준히 알리며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존재한다. 관객들이 쉽게 생각하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여배우는 김혜수’, ‘손예진’, ‘엄정화’, 그리고 전도연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네 여배우는 연기하는 스타일도 매우 다르고 사람들의 평가 역시 갈리는 배우들이다. 하지만 네 여배우가 대표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충무로에서 불리는 여배우들은 자기만의 무기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여배우들이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드문 상황에서 여배우들의 포지셔닝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처럼 노출로 승부를 하는 영화가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여배우들의 역할은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임지연같은 여배우가 기본적인 연기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여전히 노출에 대한 부분만 포커스가 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여배우 자체에 대한 이미지로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네 명의 여배우는 요즘 등장하는 여배우들과는 다소 다르다. 저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 있으며,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는 여배우들이라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꾸준히 작품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이다. 기본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 관객, 혹은 시청자들과 자주 마주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유난히 까다로운 눈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연기력의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 겁이 나서인지 네 배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팬들을 마주하는 여배우들이 많지 않다. 그녀들이 사랑받는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김혜수는 남성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역할을 주로 연기한다. [관상]에서 재력가로 등장하면서 사내들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존재고, 최근 개봉한 [차이나타운]에서도 엄마라는 존재로 등장하면서 뒷골목에서 존재하는 아이들의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오직 김혜수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수많은 배우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극 중에서 절대로 남성에게 무언가를 갈구하지 않는다. [도둑들]에서도 묘한 기운을 풍기기는 하지만 절대로 남성에게 애정을 갈구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도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며 남성들과 대등한 존재의 하나의 도둑으로 등장할 따름이다. 남성에게 의지하면서 도움을 받는다거나, 흔히 영화에서 여성이 주로 맡는 민폐형 여주인공을 맡지도 않는다. 오히려 해결사에 가까운 쪽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 주도적으로 등장한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저하거나 하지 않고 더욱 수월하게 견단력을 내리는 멋진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다.

특히나 함께 연기한 다른 여배우들과 비교해보면 배우로써 그녀의 매력은 더욱 부각된다. ‘김혜수는 기본적으로 섹슈얼리티를 상징하는 여배우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리 천박하지 않다. 요즘 신인 여배우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이름을 알리는 방법으로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김혜수는 가릴수록 섹시하고, 무조건적으로 벗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노출이 있는 영화에서도 남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자신의 섹시함을 어필한다. 노출이 없는 영화에서조차도 김혜수는 다른 여배우와 차이점을 보인다. 같은 영화에 나온 전지현김수현과의 로맨스를 통해서 섹슈얼한 이미지를 풍기는 것과 다른 섹슈얼함이다. ‘김혜수라는 여배우가 영화에서 자신의 섹시함을 드러내는 방법은 남성과의 애절한 로맨스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압도하는 자신만의 스킬을 통해서 섹시함을 어필한다. 일종의 카리스마인데 그녀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스크린을 누비는 여배우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김혜수라는 여배우도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애라는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열한 번째 엄마]를 통해서 평범한 엄마로 변신을 시도했던 김혜수였지만 평범한 엄마의 모습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김혜수개인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이미지의 엄정화의 경우 엄마 역할에 능숙하며 다정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김혜수는 이런 단점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를 통해서 이 단점을 극복한다. 위에서도 말했던 [차이나타운]에서 보여준 모성애가 바로 김혜수만의 방식인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새끼들을 먹이고 재우고 보살피는 엄마가 아니라, 새끼들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는 엄마, 카리스마를 바탕에 둔 강인한 여인을 표현한다. ‘김혜수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엄마라는 것을 넘어서며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대표 여배우인 손예진은 사랑스러우면서 강인하지만 남성을 이기지는 못하는 존재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그녀의 사랑스러움은 가장 확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위험한 순간에서도 그녀는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최대한 현명하게 그 상황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자신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맏언니와 같은 모습을 손예진은 연기한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도 파격적인 결혼의 모습을 그리는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두 남성에게 주어진 성배와 같은 존재이고 사랑스럽게 등장할 따름이다. ‘손예진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향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이고, 이 부분을 통해서 생명을 잇는다. 멜로 풍의 여성에 대한 로망이 클 때는 [클래식]으로, 보호하고 싶은 여성의 모습은 [오싹한 연애] 등을 통해서 남성들이 사랑할 수 있는 여인의 역할을 주로 소화한다. 여배우로는 한계가 분명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

반면, 이러한 부분은 손예진이라는 여배우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라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같은 경우 손예진은 분명히 투 톱이다. 하지만 김남길에 비해서 스토리적으로도 밀리고, ‘이경영에는 카리스마로 밀리면서 손예진은 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기는 하지만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서 중심을 잡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다른 배우들에 밀리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선사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맡은 배역들은 그러지 못하고, ‘손예진이라는 여배우의 기본 특성도 그러하지 못하다. [공범] 같은 경우도 맥이 풀리는 순간이 손예진김갑수에 비해서 지나칠 정도로 무게감이 줄어드는 순간이다. 충분히 사랑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면서 자신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여배우이기는 하지만, 강인한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에는 그녀의 매력은 빛이 바랜다. 남성에게 끌려가는 느낌을 주며 리더십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서야 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손예진만의 특기가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서 그녀가 다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준다. 기본적으로 사랑스러운 여배우인 데다가 연기력 역시 빠지지 않기에 그리 무겁지 않은, 흥행을 요구하는 영화에서 그녀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오싹한 연애]처럼 대박을 바라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라거나, [타워] 혹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처럼 흥행을 요하는 영화에서 그녀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성으로의 이미지를 간직하면서, 절대로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러면서 적당히 보호하고 싶어지고, 때로는 도도하기까지 한 매력이 영화에서 표현된다. 그리 튀지 않는 배우이기에 캐릭터의 매력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캐릭터에 끌려다니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도 하지 못하는 배우도 아니기에, ‘손예진은 다작 배우로,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서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남성이 주도적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크게 극을 흐리지 않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엄정화손예진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는 여배우다. [끝과 시작]을 통해서 파격적인 동성애를 선보이기도 하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통해서 파격적인 성적 매력을 도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혜수와의 차별점이 여기에서 드러나는데 엄정화에게는 엄마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는 점이다.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도 엄마라는 존재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엄정화는 엄마와 유사한 모습을 드러낸다. [댄싱퀸]에서도 그녀는 이미 주부이자 엄마의 모습을 보인다. [베스트셀러]에서는 광기에 사로잡힌 엄마의 모습을 선보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서 그녀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섹시한 모습을 주로 드러내는 여배우이기는 하지만 KBS 2TV에서 방송되었던 [아내] 등을 통해서도 이미 순애보적인 모습을 선보인 적이 있는 여배우로, ‘엄정화는 조금 더 멜로에 어울리는 엄마의 모습과 어울리는 여배우다. 누군가를 품어주기 바라며 지켜줄 수 있는 존재로도 그려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엄정화라는 여배우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섹시함, 그리고 귀여움이다. ‘김혜수와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여배우다. 하지만 파격적인 노출만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거기에 귀여움이라는 것을 곁들이면서 다른 여배우가 가지고 있는 곳과 다른 곳에 위치한다.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어떤 순간에 가장 사랑스러울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여배우이기에 가능한 포지셔닝이다. 또한 다른 여배우들과 다르게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구분을 크게 두지 않는 것 역시 엄정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보통 영화배우와 탤런트를 구분하는 것이 활동하는 무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수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엄정화는 어느 곳이건 자신의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곳에 모두 등장한다. 신비주의를 표방하며 꼭꼭 숨기만 하는 CG모델 급의 다른 여배우들과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며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어필한다.

엄정화가 나머지 세 여배우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자신이 여전히 사랑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여배우이기에 그렇다. 보통 여배우들은 어느 순간 연기를 쉬게 되는데 바로 자신의 포지셔닝에 대한 애매함 탓이다. 하지만 엄정화는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연기력에 대한 변신을 꾀하며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버리기 보다는 더 솔직하게 섹시하게 다가선다. [관능의 법칙]에서 선보인 것이 바로 이와 연결된 역할이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그것이 자신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몸을 이용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몽타주]처럼 진지하고 스토리에 기반한 영화에도 출연한다. ‘엄정화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기반으로 둔 채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하는 타입의 여배우다. [끝과 시작] 같이 파격적인 무언가를 요하는 영화를 선택한 것만 봐도 엄정화가 가지고 있는 열망을 엿볼 수 있고 그녀의 능력도 확인할 수 있다.

전도연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는 타입이다. 위에 이미 언급한 김혜수손예진’, 그리고 엄정화와 다르게 전도연은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여배우다. 여전히 답답한 발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도연특유의 담백한 음성과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에 대해서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전도연의 가치는 사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부분이다. 다른 미녀 여배우들에 비해서 외모적인 부분은 다소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전도연은 그녀들을 모두 다 압도할 정도로 파괴력을 지닌 연기파 배우다. 관객들에게 무례한 영화라는 소리도 듣는 [무뢰한]이 그나마 관객에게 점수를 얻는 부분이 바로 전도연의 연기다. 다소 삼류 로맨스 같은 영화에서도 전도연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전도연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흔들리는 영화 안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재미라는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드러낸 영화일수록 전도연의 연기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거나 [밀양]처럼 작품성을 우선으로 하는 영화에서 전도연과 같은 연기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도연과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는 여배우로는 조민수가 있지만 조민수같은 경우에는 전도연보다 조금 더 연령대가 있는 캐릭터를 맡기에 두 여배우의 캐릭터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각종 시련에 부딪치면서 자신의 한계를 증명해야만 하는 역할들이 주로 전도연이 맡게 되는 배역들인데 전도연은 이 압도적인 무게감의 캐릭터 안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배우다. 끌려가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역시 전도연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루한 영화에서는 관객의 집중력을 요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 이 순간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전도연의 연기력이다. 최근 개봉작 [무뢰한]의 다소 뜬구름 잡는 대사들 사이에서도 전도연은 안정적이다.

다만,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은 다소 비슷한 연기를 주로 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인어공주] 같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소화한 작품도 있었고, [별을 쏘다]라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을 선보이던 전도연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분명히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이면서 온 몸에 기운을 쏟아 붓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전도연은 비슷비슷한 영화에만 출연하고 있다. 자신의 연기력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영화인데, [하녀] 정도가 조금 다른 류라고 할 수 있을 뿐 [밀양]에서부터 전도연의 연기는 비슷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소모하면서 진을 빼고, 아파하는 한이 담긴 여인의 모습. 억울한 상황 안에서 그것을 홀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연기는 오직 전도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는 하지만 다소 비슷한 패턴의 연기만이 반복되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과 꾸준히 만나는 여배우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유형은 위의 네 배우의 유형과 같다. ‘김혜수처럼 남성과 비등하면서 카리스마가 있거나, ‘손예진처럼 사랑스러우면서 남성들이 바라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표현해 주거나, 여전히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고 때로는 모성애도 보이는 엄정화’, 그리고 압도적인 연기력을 통해서 헐거운 영화마저도 헐겁지 않게 만들어주는 전도연까지. 여배우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 네 가지 형식으로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현재 충무로에는 네 여배우의 스타일과 비슷한 여배우들이 존재한다. 그녀들은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면서 차세대 충무로 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이다.

김혜수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김고은이다. [은교]를 통해서 데뷔한 그녀는 그저 그런 노출형 여배우로 멈출 것 같았지만, [몬스터][차이나타운]을 통해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자신만의 색을 분명하게 만드는 중이다. 차기작으로 고른 [성난 변호사] 역시 여배우로는 다소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이 굵은 역할이다. ‘손예진처럼 적극적으로 앞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우면서도 남성 배우를 서포트하는 배우로는 박보영이 있다. [과속 스캔들]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박보영[늑대소년][불타는 청춘]을 거치면서 귀여우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보다는 남성 배우에 다소 묻히는 편이다. ‘엄정화처럼 사랑스러우면서도 섹슈얼한 느낌은 임지연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인간중독]을 통해서 고혹적이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어필한 임지연은 이후 [간신]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강렬하고 파격적이면서도 섹시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천박하게 벗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노출을 해야 하는 이유를 두기에 저급하지 않다. 연기파 배우 전도연과 가장 궤도를 같이 할 수 있는 여배우는 바로 천우희일 것이다. [한공주]를 통해서 수많은 신인상을 휩쓴 그녀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통해서 관객을 설득할 줄 아는 여배우이다. 안정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자시의 필모그래피를 채운다.




 

 

 

현재 충무로에서 여배우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오직 그녀들만이 하는 일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이 중심으로 등장했던 [카트]의 흥행 부진 역시 여배우들이 얼굴을 내비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상황에 몸을 사리는 여배우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여배우 기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 관객들은 여배우들이 없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 작품을 가려서 함과 동시에 점점 더 여배우를 주인공을 쓰는 작품이 줄어들게 되고 다시 여배우들이 중심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심화된다. 미디어에 노출을 자제하는 여배우들의 착각은 그녀들이 자신들의 급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분량이라도 배우 자신의 연기력만 받쳐준다면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남자 배우들은 쉴 새 없이 연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이는 다시 여배우들과의 격차를 벌인다.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들을 더 자주 보고 싶고, 더 많이 보고 싶다. 심지어 작은 영화에서도 여배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오늘날 감독들의 문제도 있지만 애초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여배우들의 탓이 크다. 여배우들을 스크린에서 자주 보고 싶은 관객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여배우들 스스로가 가리지 않고 작품을 선택하는 것만이 오직 관객들과의 접촉을 늘려주고, 다시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위의 네 여배우는 꾸준히 연기를 하기에 계속 기회를 얻는 여배우들이고, 그 뒤를 잇는 여배우들 역시 주춤거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연기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여배우들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차이나타운]처럼 여성이 중심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고, [한공주]처럼 감각적이면서 마음으로 바로 다가오는 영화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헐벗는 영화만 나오고 여성이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영화들 밖에 없다고 핑계를 대면 절대로 여배우들이 중심인 영화는 나올 수 없다. 쉴 새 없이 연기를 하며 감독들이 여배우를 통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스토리를 짤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다른 가능성을 보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미래는 지금과 같다면 전혀 밝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매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를 개봉하는 여배우들의 흐름에 합류한다면 충무로에는 다시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