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복숭아 나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진 ‘구혜선’의 소설 [복숭아 나무]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 만큼 쉽게 읽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기본적으로 소재라는 것이 소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얼굴이 두 개인 샴쌍둥이를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게 주는 느낌이 굉장히 묘합니다. 분명히 보통 사람들이 보면 괴물이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데, ‘구혜선’은 이 괴물을 전혀 괴물이 아닌 것처럼 이것을 묘사합니다. 그냥 평범하게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으로 그리는 거죠. 30년 동안 아버지가 만들어준 성에서만 살았어야만 하는 한 남자와 그를 바라보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 이것을 그렇게 어렵게만 그리지 않아서 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애초에 영화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니 만큼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렇게 속도감이 있는 소설을 쉽게 만날 수 없는 만큼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어렵지 않게 쓰여진 데다가 이것을 읽어내려가는 것도 그리 막히지 않습니다. 어려운 문장으로 쓴 것도 아니고 사람의 감정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낯설고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소재에서도 그런 것이 거의 들지 않고 인물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내 마음을 따를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시선 같은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과연 나라면 사람의 겉에 대해서 전혀 의식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 말이죠.
특히나 아주 특별한 소재를 삼았고 여기에 그림 같은 것이 곁들여진 것 역시 좋았습니다. ‘구혜선’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매력적으로 꾸며낼 수 있는 사람인데 그 끝에 있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 챕터마다 그녀의 그림이 꾸며져 있는데 이것이 소설의 분위기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아무래도 [복숭아 나무] 같은 경우에는 분위기가 소설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다소 큰 편입니다. 이 분위기를 그림들에 많이 의존하는데 이게 부정적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아주 기이하게 태어난 샴쌍둥이 형제. 그리고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에서 독특하게 피어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성에 의해서 쓰여졌다는 점에서 관찰자로만 머문 특별한 존재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예쁜 소설이기는 합니다만, 너무 한쪽의 입장에서 글이 쓰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분위기로 소설을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너무 분위기로만 그치다 보니 각 캐릭터에 대한 상세한 설명 같은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히 예쁜 소설이기는 하고, 매력적이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감성이 조금 덜 드러나기에 도대체 왜? 라는 것이 한 템포 쉽게 넘어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물론 그 약간의 부분에서도 인물들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말이죠. 햇살 좋은 날 편안히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에쁜 소설 [복숭아 나무]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 (0) | 2016.02.11 |
---|---|
[행복한 책방]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0) | 2016.02.02 |
[행복한 책방] 응답하라 1994 (0) | 2016.01.29 |
[행복한 책방] 5년 전에 잊어버린 것 (0) | 2015.11.10 |
[행복한 책방]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0) | 2015.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