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
페코로스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인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에 다소 슬프고 무거운 느낌입니다. 모두가 피하고만 싶은 순간.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만화는 그려냅니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를 바라보던 존재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 무섭습니다. 더 이상 내가 살아하는 존재.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존재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이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그릴 수 없을 텐데, 그렇기에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 안에는 그런 쓸쓸함 같은 것이 묻어납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만화는 덤덤하게 그려냅니다.
특히나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가 더 공감이 가는 이유는 우리랑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의 만화라는 이유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이질감이 느껴지더라도 일본하고 우리는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거든요. 해외에 가서도 일본 사람을 만나면 그래도 서양인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고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아무튼 같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 그런 쓸쓸함 같은 것이 더해지니 어딘지 모르게 더욱 아프고 만화 속의 상황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이 상황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가 뭘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누구라도 다 올 수밖에 없는 시간. 가장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슬프게만 그려내지 않은 것은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가 가지고 있는 미덕일 겁니다. 더 이상 어머니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아픔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과 함께 했었던 추억이 아름다웠으니까 그것으로 된 거다. 서러워한다고 해서 그것이 변하지 않으니까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그리면서 너무나도 아름다웠었다. 그러니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면 된다고 말을 하는 거죠. 많이 싸우고 다툰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보낸 시간이 가장 만든 추억을 만들어냈을 겁니다. 내가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나를 지켜준 그 사람과의 추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요. 여기에 조금은 쓸쓸한 아버지의 추억 같은 것도 더해지니 더욱 묘한 아련함 같은 것을 선사합니다.
만화이기는 하지만 다소 글이 많은 편이고 읽는 것이 아주 빠르지는 않은데 이게 오히려 더 감정을 잘 다독이게 하는 느낌입니다. 한 번 더 내용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듭니다. 과연 나라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나서 무엇을 기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기억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거죠. 언젠가 반드시 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남. 그렇기에 더욱 안타깝고.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관계라는 것이 더 아프고 아르지 않나 싶습니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에 젖어들게 만들고, 읽고 나서도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서 아름답게 그려내는 만화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 상자]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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