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늘근 도둑 이야기

권정선재 2016. 2. 24. 22:19

[신나는 공연] 늘근 도둑 이야기

 

대학로가 아닌 장소에서 연극을 보는 일은 서초에 있는 [씨어터 송] 밖에 없기에 이번 코엑스에서 본 [늘근 도둑 이야기]는 그 관람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대학로의 소극장처럼 작지만 훨씬 더 깔끔한 극장이기에 연극을 보기 전 기분부터 나쁘지 않았습니다. [늘근 도둑 이야기]는 어떤 장소에 도둑질을 하러 들어온 늘근 도둑과 더 늘근 도둑의 이야기로 헤프닝을 다룬 공연입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과 즐겁게 소통하고 관객을 웃기기 위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관객을 자연스럽게 극으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공연을 보면서 함께 웃고 즐기기를 바라셨던 분이라면 무조건 만족하실 수 있는 공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제가 본 날에도 많은 분들이 박수까지 치며 즐겁게 관람했으니까요. 평소에 이런 시긔 공연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이나 아직 달달하기 전의 관계에 가서 보시기에는 참 좋은 공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불편함은 적으니 말이죠. 물론 약간 성적으로 묘사하는 부분도 있으니 그 부분은 주의하셔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가벼운 농담 위주로 진행이 되는데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스토리를 기대하시는 분에게는 다소 아쉬운 공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헤프닝 위주의 공연이다 보니 스토리에 있어서는 다소 아쉽습니다. 모든 것을 세 배우에게 기대고 있다 보니 이야기의 허술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중간중간 비어 있는 부분을 배우들에게 채우라고 하니 다소 힘들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채워주는 배우들이 있기에 공연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공연이야 말로 배우들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기 좋은 공연이 아닐까 싶은데요. 완벽하게 잘 짜여져서 배우들이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공연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헤프닝 위주의 공연의 경우에는 배우들이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막무가내의 공연이 진행이 되는데 이것을 보는 느낌이 참 귀엽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나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극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점 역시 [늘근 도둑 이야기] 가지고 있는 매력이었습니다. 보통 한 명의 관객을 무대에 올리는 식으로 하거나 일으켜서 뭔가 행동을 시키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죠.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그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극에 참여하게 합니다. 극에 참여 하다 보니 큰 소리로 웃더라도 민망하지 않고요.

 



스토리에 있어서 다소 빈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회 풍자의 내용을 담으려고 한 점은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별을 소개하면서 정치인을 풍자한다거나, 중간에 전봇대 남이 나와서 현 시대의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 등은 오직 연극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극의 경우 공연을 하면서 그때그때 가장 이슈에 걸맞은 내용들을 가지고 풍자를 할 수 있으니 말이죠. 특히나 관객의 유도를 일으키거나, 관객의 연령대를 보고 자연스럽게 그 풍자를 보태거나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공연이었습니다. 중간중간에 다소 비어있는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공연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런 장르의 공연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특징으로 보이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후반에 갈수록 힘을 살짝 잃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부분입니다.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후반부로 가면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되는 거죠. 그리고 헤프닝 식의 공연이다 보니 뭐 하나 명확하게 설명되는 것이 없다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조금 더 선명한 작품을 원하신다면 이런 식의 다소 애매함에 불편함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웃을 수 있기에 좋은 공연 [늘근 도둑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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