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길고도 짧은 1년
1년 동안 이웃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자.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참 따뜻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이게 무슨 책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딱 마주하게 되는 순간 보이는 주인공 같은 것이 없거든요. 약간 붕 떠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연작 소설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한 사람이 고스란히 겪은 1년에 대한 기록.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푹 빠지게 됩니다. 사람들을 이렇게 따스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길고도 짧은 1년]이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거든요.
우리는 더 이상 이웃에 대해서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사실 이게 당연한 거겠죠. 오늘날에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실례인 사회니까요.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러지 않습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쉽게 거기에 나서거나 하지 않습니다. 불쾌하게 이웃과 섞이려고 하지 않는 거죠.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 같습니다. 꽤나 특별한 느낌입니다. 우리가 아주 어릴 적 느꼈던 그런 공동체의 모습하고도 닮아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 담겨 있는 어떤 애정. 그리고 서로에 대해서 마음을 갖는 것 같은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쉽게 나서지 않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는 거죠.
주인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로 우리와 참 닮아 있습니다. 꽤 혼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모습을 보면 꼭 그런 곳에서 살 이유가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사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사람들을 관찰해 나갑니다. 그리고 처음에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너무나도 불편해 하잖아요. 하지만 주인공은 이웃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마음을 쉽게 엽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같은 것을 찾고 앞으로 나서죠.
재밌는 소설은 아니지만 오늘날 분명히 의미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특별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따스한 시선으로 쓰였다는 것이 정말로 좋습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여기에 시간의 변화가 담겨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간이 보여주는 의미들. 그리고 거기에서 주인공이 점점 더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는 것이 좋거든요. 우리도 거기에 함께 어울리면서 그들의 따스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일 때 마치 가족처럼. 사소하게 지나갔던 사람들까지도 그를 지켜주면서 곁에 머무는 것 등을 보면서 정말 따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짓게 만드는 소설 [길고도 짧은 1년]이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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