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이 만큼 가까이
우리나라 1기 신도시의 모습을 그려서 신기합니다. 사실 소설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 붕 떠 있는 느낌 뒤에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서로 같이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사람들 말이죠. 사실 소설을 굉장히 빠르게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제대로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도 책의 내용이 제대로 머리에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버무리지는 못한 거 같거든요. 하지만 이 낯선 느낌에도 이제 이야기가 되는 1기 신도시의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어느새 1기 신도시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요. 대충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이 바로 이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이 어른들이 말을 하는 그런 시절과는 다른. 완벽하게 도시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이야기이니 말이죠. 그들이 어떤 공감 같은 것을 하기 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이게 굉장히 겉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되는 것 같은데 후반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소설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소설을 쉬기 위해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절대로 쉬기 위한 책은 아닙니다.
굉장히 힘이 들어간 소설인데 그 이유는 상실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서 묘하게 다른 성장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도시의 아이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현재를 반복하면서 더욱 어렵게 꼬아놓기 때문이죠. 서로가 친구가 되어가고 어울리는 어떤. 서로에게 위로를 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의 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립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어렵게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작가는 이것을 너무 딱딱하게 풀어냅니다. 비록 이것이 어떤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문장 자체도 굉장히 딱딱한 느낌입니다. 상을 받으려고 쓴 소설이기는 하지만 독자에게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후반에 그 시간이 제대로 정리가 되고 그들이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는 이후에는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한국 소설의 가장 아쉬운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표지는 굉장히 따스하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느낌을 주는 소설인데 정작 내용은 그렇지 않거든요. 하지만 한국 소설 특유의 내면에 깊이 들어가는 부분. 그래서 그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방법 등은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상처를 제대로 그려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는 순간은 꽤나 섬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다소 딱딱한 부분만 넘어가면 그리 아쉬운 소설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너무 어렵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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