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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고의는 아니지만

권정선재 2016. 6. 18. 16:33

[행복한 책방] 고의는 아니지만

 

구병모작가의 [고의는 아니지만] 묘한 불편함과 불쾌함 같은 것을 포함하는 단편들이 엮여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불편한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냥 우리 주위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저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끔찍한 일이 되어버리고 아무 것도 아닌 순간이 되어버리는 것들. 그 모든 것을 구병모작가는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 역겨움 같은 것이 묘하게 다가오기는 하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결국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을 봐야 하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드는데 참 묘한 기분입니다.

   

   


 

 

  

         

특히나 알 수 없는 구덩이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는 더 많은 것을 말하는 느낌입니다. 세월호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서 얼마나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무언가를 무시하거나 경멸할 수 있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이게 너무나도 역겹게 그려지면서도 또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사실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더욱 역겹고 불편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의는 아니지만]에서 등장하는 모든 상황은 실제 우리의 삶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작가가 가진 힘이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인데 이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단편들로 이뤄진 만큼 책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각각의 단편들이 엄청난 몰입도를 가지고 있으니 더욱 푹 빠져서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진실에 대한 것들까지 이야기를 하니 말이죠. 우리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살인 같은 것을 다루기도 하고, 어린 아이를 소재로 삼은 것들은 불편한데. 결국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어떤 소리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냥 쉽게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야? 라면서 가볍게 언급핟건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서 풀어내게 됩니다. 일상의 공간을 통해서 불편한 상상력이 펼쳐지는데 정말 묘한 기분입니다.

 

단편들이니 만큼 시간이 날 적에 읽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자기 전은 나쁜 선택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소설들이 꽤나 선명하게 적혀있거든요. 특히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적혀 있기에 더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냥 무시하는 것들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것 역시 좋았습니다. 일상에서 쉬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이게 마치 환상인 것처럼.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처럼 그려내는 것 같기도 하는 거거든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 우리가 믿는 사람에 대한 모든 것들 [고의는 아니지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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