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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터널, 현실의 씁쓸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권정선재 2016. 9. 5. 09:54

[맛있는 영화] 터널, 현실의 씁쓸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Good 사회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구조 되길 바라는 건 다 빨갱이야.

평점 - ★★★★ (8)

 

새로운 흥행 신화를 쓰고 있는 [터널]은 재난이 일어나는 순간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린 영화입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 그래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누구 하나 먼저 고치려고 하지 않는 그런 상황. 그 너무나도 잔인한 상황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는데요.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하정우의 원맨쇼라고 해서 다소 걱정이 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홀로 두 시간을 끌어나가는 하정우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터널]은 특별할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한 남자가 터널 안에 갇혔고 그를 구출하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정도일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오늘날이라는 시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호라는 너무나도 커다란 상처가 우리의 마음으로 다가왔기에 우리가 저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누군가가 끝까지 구조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너무 환상적으로만 그려진 것 같기는 하지만 어떤 판타지라는 점에서 더 마음으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터널]이 특별한 것은 터널 안과 터널 밖의 균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만일 [터널]안에서 하정우배우가 연기한 이정수의 시선으로만 영화가 진행이 되었다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고 너무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하정우배우의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의 한계 때문이겠죠. 실제로 영화 안에서 이정수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조금씩 넓어지기는 합니다. 맨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운전석에만 있을 수 있던 그가 뒷좌석으로 갈 수 있고, ‘탱이를 만난 이후로 다른 차까지 이동을 하게 되고. 이후 터널이 무너지면서 생긴 동굴과 같은 공간까지 넓어집니다. 하지만 터널 안이 넓어지기만 하는 것과 동시에 터널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더욱 [터널]의 가치를 갖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고가 난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서 더 이상 구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 가족들에게 뭔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고 욕을 하고 몰아내려는 사람들. 사람의 가치를 단순히 돈으로만 환산하는 그 모든 상황들이 [터널]에서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에 언론의 하이에나와 같은 습성까지 묘사가 되니 영화는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하정우배우는 터널 안에 갇히게 된 자동차 딜러 이정수를 연기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주유소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들을 수 없게 하고,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 다른 이에게 굽신거리는. 그리고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일에 치이는 너무나도 보통의 아버지. 그렇기에 [터널]이정수에 더 많은 감정 이입이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별한 영웅도 아닙니다. 그 갇힌 공간 안에서 자신의 물을 기꺼이 나눠주는 것. 그러면서도 투덜거리는 것을 잊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거죠. 특별한 히어로도 아니고, 뭔가 엄청나게 살아야만 하겠다는 지착을 가지지 않은 존재라는 것이 [터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부분 같습니다. 하정우배우는 천천히 고립 속에 지쳐가는 인물을 너무나도 섬세하게 묘사하며 진짜 피해자처럼 변해갑니다.

 

이정수의 아내이자 또 다른 압박을 받아야만 하는 아내 세현배두나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보여줄 것이 많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배두나배우는 충실하게 자신의 연기를 해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남편이 죽었다고 할 때도 묵묵히 자신의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존재. 절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내지는 않지만 때로는 울분을 토할 수도 있는 그런 존재입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지쳐가는 무언가가 얼굴에 고스란히 그려져서 더욱 아픈 캐릭터였습니다. 공감이 가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요. 처음에는 무조건 남편이 살아있다고 믿었다가 천천히 지쳐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캐릭터이기에 더욱 공감이 갑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역할 같습니다.

 

이정수를 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소방대장 김대경역은 오달수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었더라면 뭔가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구조자에게 소변을 마시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에게 공감하기 위해서 소변을 마실 수 있는 구조대원이 과연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했어야 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포기하면 안 되는 일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 걸렸다고.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라고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김대경캐릭터가 하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포기하면 안 되는 거라고. 저 안에 있는 것은 사람이라고 말이죠. 왜 그 사고가 났는지를 알아야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열혈이고 진짜 영웅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제 지쳤다고 그만하자는 사람들이 많은 오늘날 [터널]이 던지는 의미는 더욱 커다랗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예전에 개봉했더라면 사람들이 삼풍 백화점을 떠올렸을 거라는 말이 사실일 정도로 [터널]은 우리나라의 모든 재난과 닮아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픕니다. 가장 최근의 재난의 뒷수습 마저도 우리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가 왜 가라앉은 것인지, 왜 해경이 구조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배의 창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을 보았고, 그들을 구하지 않는 해경도 보았습니다.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오늘날 그만 하자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끝까지 붙어서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이기에 이런 영화는 더욱 특별합니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우리는 그들을 이상한 사람의 취급을 하고 더 이상 그들의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뭔가를 바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방해하지는 않아야 하는데 [터널] 속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방해하려고만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말이 되는 것 같은 오늘날과 너무 닮아있기에 더욱 아프고 마음이 무거운 영화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터널]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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