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외톨이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우리를 바라보지도 않았고 그녀를 평소와 같이 대하지 않았다.
“저기 이건.”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우리가 업무에 관한 질문을 하더라도 다들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할 따름이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그녀는 외톨이였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그런 존재.
“다들 식사하러 가시죠.”
“뭐 먹으러 갈까요?”
“잠시만요.”
우리는 빠르게 책상을 정리했다.
“저도 같이.”
하지만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은 이미 우리를 남겨두고 모두 나간 후였다.
“뭐야.”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녀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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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다.”
우리는 혼자 빵을 뜯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모든 팀원들이 다 자신의 편이 아닐 줄은 몰랐다. 아니 다 그녀의 편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소망은 다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긴. 소망이도 어쩔 수 없겠지.”
소망이 얼마나 놀랐을지는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놀랐다고 하더라도 이럴 줄은 몰랐다.
“속상하다.”
우리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하늘을 봤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아무런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냥 덤덤하게 버텨야 했다. 그게 당연한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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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거 마시고 하시죠.”
정식은 밝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래서 음료수를 테이블에 내려놓았지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다들 안 마십니까?”
“저희는 목이 마르지 않아서요.”
“괜찮습니다.”
그제야 정식은 사무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정식이 말을 이으려 하자 우리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목이 말랐는데 잘 사왔네요.”
“서우리 씨 지금 이게 무슨?”
“시원하겠다.”
우리는 음료수를 한 잔, 한 잔 모두 마시기 시작했다. 사무실 사람들은 그녀를 보지 않는 척 하면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 한 잔의 음료수까지 마신 후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나가요.”
“서우리 씨.”
우리는 정식을 끌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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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이런 겁니까?”
오전을 회의로 비운 정식의 말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거였다.
“괜찮아요.”
“도대체 뭐가 자꾸 괜찮습니까?”
정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도대체 서우리 씨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르게 정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뭐가 당연한 겁니까? 서우리 씨가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 겁니까?”
“다들 권 대리님처럼 생각을 할 거예요. 내가 팀장님에게 그런 식으로 들이댄 거라고 말이죠.”
“그게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요.”
정식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저 12년 동안 연애라는 거 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팀장님 곁에서 갑자기 그러면 좋게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요즘 들어 제가 하는 일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게 어디에 있습니까? 서우리 씨가 일을 잘 해서 그런 걸 지금 다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비를 거는 겁니까? 내가 내려가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서우리 씨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아니요.”
우리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정식이 뭔가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딥니까?”
“괜찮아요. 어차피 다들 괜찮아 질 거예요. 다들 곧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될 테니까요.”
“그런 게 어디에 있습니까?”
정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난간을 잡았다. 그리고 허리를 깊이 숙이며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서우리 씨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참을 이유 하나 없습니다. 그런 건 하나하나 다 바로 잡아야 하는 겁니다. 할 말은 해야죠. 그래야 서우리 씨가 아프지 않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왜 혼자서 다 감내하려는 겁니까?”
“괜찮아요.”
우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곧 사그라들 거예요. 그리고 얼마나 다행이에요. 저에게는 대놓고 하지만 팀장님에게는 안 그러니까.”
“서우리 씨.”
“그만.”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나는 싫습니다.”
정식은 우리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슬픈 미소에 우리는 잠시 목이 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 혼자서 힘들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다들 놀라서 그러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별 걱정을 하지 말고.”
“서우리 씨. 나는 서우리 씨가 좋습니다.”
정식의 고백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팀장님이 좋아요.”
“그러면 되는 겁니다.”
정식의 확신에 찬 어조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정식이 왜 그러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식이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불편했다.
“조금만 더요.”
“하지만.”
“나를 믿어줘요.”
우리의 단호함에 정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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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좀 부탁해요.”
“네.”
하지만 우리의 단호함과 다르게 사무실의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사무실 식구들은 놀랄 거였따.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소망아. 끝나고 나랑 시간 좀 보낼래? 지난번에 그 맛있다는 그 가게. 홍대 거기 갈 건데. 같이 갈래?”
“아니.”
소망은 거절의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소망이 가장 놀랄 거였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을 해줄 거였다. 그렇게 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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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거 재필이 거요.”
“그냥 보내지.”
“그래도요.”
선재는 우리가 주는 종이 가방을 받아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오빠한테 신세를 지는 게 많은데요. 이렇게 오빠 얼굴도 한 번 보고 가면 좋은 거죠.”
“그래 어차피 여기에 왔으니까 밥 먹고 가. 그러면 되겠다.”
“아니요.”
“먹고 가.”
“됐어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카페 앞에 웨이팅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고 불편했다.
“평일인 데도 손님이 많아요?”
“어떤 블로거가 없어지기 전에 꼭 가야 하는 곳이라고 올렸다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지금 너무 바쁘다.”
“잘 됐네요.”
“잘 되기는. 웨이팅이 기니까 손님들 불편해하시고. 단골이신 분들 다 돌아가고. 내가 포장이라도 해줄게. 응?”
“아니에요. 저 그러면 새치기하는 기분이에요. 나중에 한가하면 올게요. 그럼 저 갈게요. 오빠 저기 손님.”
“야. 서우리.”
우리는 미안해하는 선재를 둔 채로 거리에 나왔다. 뭐라도 먹을까 했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뭐 장가 잘 되니 좋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배가 고팠다. 뭔가 먹고 싶었다.
“아. 당고.”
하지만 재필과 자주 가던 가게였다. 시간을 확인한 우리는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뭐 죄 지었어?”
우리는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남학생을 둔 채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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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우리는 이전 살던 집 근처에 있는 당고 집 앞에 서서 가게를 살폈다. 재필이 그 여자와 같이 있었다.
“미치겠네.”
돌아서려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주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이미 헤어진 사이에 그런 것을 따진다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게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런 재필을 보고 놀란 것은 오히려 재필이었다.
“우, 우리야.”
재필이 놀라서 일어났지만 우리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처로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넣었다.
“저기 그게 아니라.”
“뭐가?”
재필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재필은 뭔가 죄라도 지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너한테 뭐라고 했니? 그런 것도 아닌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아니 그러니까.”
“아 선재 오빠 가게에 네 짐 맡겼어.”
재필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우리는 나온 당고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재필은 그런 그녀를 멍하니 보다가 재빨리 가게를 따라나서서 그녀의 앞을 막았다. 우리는 그를 노려봤다.
“뭐 하는 거야?”
“대화 좀 하자고.”
“무슨 대화?”
“너는 질투도 안 나?”
“질투?”
재필의 말에 우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에 질투를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왜 질투를 느껴야 하는 건데? 나는 너에게 질투를 느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니까.”
“너 지금 되게 유치한 거 아니?”
우리의 단호한 말에 재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그래도 여러 사람이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는데 거기에 재필까지 보태줄 이유는 없었다.
“너 지금 되게 이상해. 이러지 말라고. 네가 이러면 내가 너를 사랑했던 그 시간까지 미워질 거 같다고. 그리고 지금 네가 나에게 이러는 거. 저 가게 안에서 너를 기다리는 어린 여자에에게도 너무 미안한 거 아니야? 도대체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행동해? 이러지 말고 저기로 가.”
“너 나 살아하기는 했어?”
드라마 같은 대사. 우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재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웃어?”
“너는 안 웃기니?”
“뭐가?”
“유치해.”
우리는 재필을 두고 돌아섰다. 재필은 그런 그녀를 따라가려다 다시 가게를 바라보고 보미를 본 채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미련이 남은 듯 우리의 뒤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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